[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속거나 속이거나, 북 ‘프랑켄슈타인 잠수함’의 비밀
2023.09.17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잠수 안되는 북한의 잠수함 전수식이 화려하게 진행됐습니다. 물에는 약하지만 공격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갑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과 살펴봅니다.
호위함, 고속정에 잠수함까지.. 찍어내듯 쏟아져나온다
(진행자) 오늘은 북한의 잠수함 이야깁니다. 군함은 전차나 장갑차와 달리 덩치가 매우 크고 복잡한 장비들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1척을 만드는데도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북한은 최근 여러 종류의 신형 군함들을 선보이고 있고 특히 이달에는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까지 만들어 공개했죠?
(이일우) 최근 몇 년간 도대체 북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여러 종류의 군함이 동시다발적 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군함은 2010년대 중반부터 위성사진을 통해 만들고 있는 모습이 식별된 것들인데, 그렇지 않은 것들도 꽤 많이 보입니다.
군함은 여러 분야의 과학기술과 산업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만들 수 있는 복잡한 무기입니다. 일단 배를 설계할 때 그 형상에서 바다 위에서 균형을 잡는 복원성, 파도를 잘 헤치고 나아갈 수 있는 내파성과 같은 기본적인 선박 제조 기술은 물론, 여기에 탑재되는 각종 전자장비나 무장도 개발 해야 함. 그렇다보니 군함은 전차나 장갑차, 화포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작비가 들고,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북한은 최근 어디서 돈과 기술이 생겼는지 신형 호위함, 미사일 고속정과 같은 배들을 여러 척 찍어내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선보인 신형 호위함들은 1척을 만드는데 수 천만 달러는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배가 거의 동시에 4척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1척에 수 백만 달러가 들어가는 미사일 탑재 고속정들도 여러 척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9월 6일에 <김군옥영웅함>이 공개됐을 당시, 진수식 현장에도 예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신형 미사일 고속정이 있었습니다.
북한은 <김군옥영웅함>으로 이름 붙인 신형 전술핵공격잠수함을 만들어 공개했는데, 잠수함의 경우 수상함보다 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잠수함을 만드는데도 상당한 비용을 썼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민들은 당장 먹을 식량을 걱정하는 마당에 핵미사일과 전술탄도탄, 신형 전차와 장갑차, 야포부터 수상함과 잠수함까지 마구 찍어내는 북한 정권, 도대체 그 천문학적인 돈이 과연 어디서 생겼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전멸을 대첩으로 속인 해군 ‘영웅’ 김군옥
(진행자) 북한이 가장 먼저 만들었던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 <8.24영웅함>은 북한 최초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날짜를 배 이름에 붙였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사람 이름이 잠수함에 붙었습니다. 북한이 이른바 백두혈통, 김정은 일가 사람이 아닌 사람의 이름을 전략 무기 성격의 잠수함에 붙인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김군옥이라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일우) 북한 주민들 중에 평양에 거주하는 분들, 혹은 타지 사람이라도 기회가 돼 평양 보통강구역에 있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이라는 곳에 가셨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김군옥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천수를 누리다가 2009년에 사망한 김군옥은 조선인민군 해군 소장까지 진급했던 인물로, 6.25 전쟁 당시 이른바 ‘주문진항 해전’에서 북한군 선단을 이끌었던 지휘관입니다. 주문진항 해전은 북한에서만 해전이라 부르는 전투로 당시 김군옥의 선단과 싸웠던 유엔군 함대는 이 사건을 전투가 아니라 단순 해프닝 정도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문진 인근 해상에서 지상 포격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유엔군 군함에 몇 척의 북한 군함이 달려들어 함포를 쏴서 쫓아냈다는 것이 유엔군 측의 기록입니다.
당시 김군옥은 동해함대 제2어뢰정대 정대장으로 소련에서 받은 길이 19m짜리 소형 어뢰정을 타고 수송선단 호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군 선단은 소련에서 G5로 부르는 소형 어뢰정 4척과 구식 대포를 실은 포함 2척, 물자를 실은 수송선 10척 등 16척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들은 주문진 인근에서 지상 포격 임무를 수행 중이던 미 해군 경순양함 ‘주노’와 영국 해군 경순양함 자메이카, 초계함 블랙스완을 발견했습니다.
김군옥은 길이 19m, 무게 16톤짜리 소형 어뢰정과 포함들에게 길이 170m에 1만 톤 안팎의 순양함 선단을 향해 돌격하라고 명령했고, 이들은 유엔군 선단을 향해 돌격하다가 어뢰를 쏠 기회도 없이 몰살당했습니다. 지휘관인 김군옥은 자신이 타고 있던 21호 어뢰정을 타고 잽싸게 도주했는데, 김군옥이 도주한 바다에 남겨진 북한 수송선들은 미 해군 순양함 ‘주노’의 포격에 모두 격침되고, 탑승한 선원 대부분이 사망했습니다.
살아서 복귀한 김군옥은 패전을 숨기기 위해 자신이 탄 21호 어뢰정이 미 해군 중순양함을 격침시켰다고 상부에 허위 보고를 함. 보고를 받은 북한 지도부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부대가 사실상 전멸한 제2어뢰정대에 정예부대에 수여되는 ‘근위’ 칭호를 내리고, 그 부대를 지휘한 김군옥은 공화국영웅이 됐음. 김군옥은 자신이 격침한 적함이 미 해군 중순양함 ‘발찌모르’라고 보고했는데, 이는 16톤짜리 소형 어뢰정이 17,000톤짜리 대형 순양함을 격침 시킨 엄청난 사건이었기 때문에, 북한은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김군옥에 대한 영웅화 작업을 벌입니다.
김군옥이 격침시켰다고 주장한 ‘발찌모르’는 미국의 도시 ‘볼티모어’의 러시아식 발음을 다시 북한식으로 표기한 것인데, 문제는 이 ‘발찌모르’는 북한 근처에 온 적도 없고, 6.25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1946년에 이미 퇴역한 배였다는 것임. 존재하지도 않는 배를 격침시켰다는 이 허위 보고는 일개 어뢰정대 지휘관이 김일성에게 거짓말을 한 사건으로 일가족이 처형되고도 남을만한 일이었지만, 이미 미군 순양함 격침 전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한 마당에 이를 번복하면 그만한 망신도 없었기 때문에 북한은 김군옥이 탔던 21호 어뢰정을 평양으로 가져와 조국해방 전쟁승리기념관에 전시하고, 아예 이 배에 영웅 칭호를 부여하며 사상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할아버지를 기망한 자의 이름을 전략 잠수함에 붙인 김정은은 자신이 할아버지를 모욕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잠수 기능없는 ‘프랑켄슈타인’ 스타일 짜집기 잠수함
(진행자) 거짓말쟁이의 이름을 배 이름으로 써서 그런 것인지,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김군옥영웅함>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평가들이 많습니다. 한국군에서는 정상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혹평도 쏟아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것인가요?
(이일우) <김군옥영웅함>은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잠수함이 아님. 북한 당국도 기존 잠수함을 개조 했다고 시인했는데, 이 잠수함의 전체적인 형태를 보면 이 잠수함이 ‘프랑켄슈타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서양 소설에 나오는 괴물인데, 여러 명의 시체에서 상태가 좋은 부위를 골라 이어붙인 뒤 전기로 생명을 불어넣은 괴물임. 그래서 얼굴, 신체 부위 곳곳에 살점을 이어 붙인 바느질 자국이 선명하게 보이는데, <김군옥영웅함> 역시 그런 흔적이 보입니다.
(이일우) 이 잠수함의 원형은 한국에서는 ‘로미오급’으로 알려진 중국제 033형 ‘우한급’ 잠수함입니다. 북한 잠수함 전력 중 최강의 전력인 이 잠수함은 1973년부터 도입돼 7척은 완성품 직수입 형태로 구입했고, 15척은 중국에서 부품을 받아 북한 조선소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1975년부터 1995년 까지 차례대로 건조됐습니다. 가장 오래된 배는 50년, 사장 새것인 배가 28년 됐다는 것입니다.
<김군옥영웅함>은 음파탐지기와 어뢰발사관이 설치되는 배 앞머리 부분을 재설계해 새로운 함수 모듈을 설치하고, 잠수함 선체 위에 불쑥 튀어나와 있는 부분, ‘세일’이라고 하는데, 기존 세일을 제거하고 새로운 세일과 여기에 연결된 수직발사관 구역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수직발사관 설치로 인해 줄어든 공간만큼 배 뒷부분의 길이를 길게 늘이는 개조를 실시해 원형보다 10미터 정도 길어졌습니다. 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 설치 구역이 차지하는 공간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원래 들어있던 배터리와 디젤엔진 등 추진부 구역을 뒤로 밀어내 선체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잠수함을 만든 것입니다.
(이일우) 원형인 우한급은 수중배수량이 1,800톤 정도인데, 길이를 늘인 <김군옥영웅함>은 3,000톤대 중반까지 덩치가 커졌고, 길이도 80미터 이상으로 길어졌습니다.
엄청나게 거대해진 세일과 수직발사관 구역에는 대형 미사일 발사관 4개와 소형 미사일 발사관 6개가 설치됐는데, 대형 발사관에는 사거리 3,000km의 북극성-4ㅅ형 미사일, 소형 발사관에는 사거리 500km의 화성-11ㅅ형이 탑재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3,000톤급 잠수함에 탄도미사일을 10발이나 실었다는 것은 인류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인데, 문제는 미사일 탑재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잠수함으로서의 정상적인 기능은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김군옥영웅함>은 기존 우한급의 선체를 가져다 썼기 때문에 이미 선체에 피로도가 누적돼 장기 운용이 불가능한 배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선체 곳곳에 찌그러진 부분이 보이는데, 이는 과거 우한급으로 운용되던 시절 잠항 때 수압으로 찌그러진 선체입니다. 바다에서는 10m씩 수심이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압력이 상승하는데, 인간이 거주해야 하는 잠수함 내부 압력은 잠수함이 몇 미터를 내려가든 관계없이 1기압 상태를 유지해야 함. 잠수함이 해수면 아래로 100미터 정도만 내려가도 선체 내부와 외부 사이에 9기압이라는 엄청난 압력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질소 포장된 과자를 들고 높은 산에 올라가면 과자 봉지가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선체 내부와 외부 압력 차이는 선체를 찌그러지게 만들고, 강철로 된 골격에 엄청난 피로도를 줌. 그래서 잠수함은 일반 선박과는 소재부터 다른데, 높은 압력을 버틸 수 있는 ‘고장력강’이라는 특수 강재는 전 세계적으로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몇 개 되지 않음. 북한은 이를 만들 수 있는 제철 산업 기반이 없고, 그래서 기존 우한급 잠수함 중 일부를 뜯어 이어 붙이고, 그 위에 미사일 발사관을 심는 기형적인 형태로 잠수함을 만든 것입니다.
잠수함 선체가 둥근 형태로 만들어지는 이유는 압력을 고르게 받아내기 위함임. 그런데 북한은 미사일 발사관을 심기 위해 선체 위에 거대한 직사각형 구조의 발사구역을 만들었고, 이것을 붙이기 위해 가뜩이나 낡은 구형 잠수함 압력선체를 뜯어와 용접했습니다. 당연히 미사일 발사관에 적용된 선체 소재는 고장력강이 아닐 것이고, 이는 이 잠수함이 일정 수심 밑으로 내려가면 미사일 발사관부터 찌그러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물속에서 잠수함은 압축공기를 이용해 미사일을 밀어내는 방식, 이른바 콜드런칭을 사용하는데, 대형 미사일을 밀어 올리면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선체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집니다. <김군옥영웅함>은 기존 우한급 잠수함의 잠항심도인 250~300미터 잠항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고, 기껏해야 50~100미터, 즉 수면 바로 아래에서 잠수 흉내 정도를 내는 그런 잠수함이 될 것입니다. 그 이상 내려갔다가는 미사일 발사관 구역부터 찌그러지며 다시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퇴물 잠수함이지만 핵공격 가능한 위력적인 공격력 보유
(진행자) <김군옥영웅함>의 대대적인 선전을 보았던 북한 주민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평가인데, 그럼 에도 불구하고 이 잠수함의 존재 때문에 한국은 엄청난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고요?
(이일우) <김군옥영웅함>은 잠수함 자체는 퇴물이지만, 잠수함에 실려 있는 미사일은 대단히 위협적인 무기입니다. 100미터 이내의 수심이라도 한미연합 감시정찰 자산이 발사를 탐지할 수 없는 수중 발사 방식으로 미사일을 쏠 수 있고, 한국은 이를 막을 능력이 없습니다.
<김군옥영웅함>에는 3,000km 정도 사정거리를 가진 북극성-4ㅅ형 4발이 들어가는데, 이는 동해에서 미국의 괌을 노려볼만한 능력입니다. 물론 괌에는 미국의 다중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고작 4발의 미사일로는 괌에 쏴 봤자 아무런 타격을 입힐 수 없음. 따라서 북한은 이 미사일을 고각 발사 형태로 쏴서 한반도 인근 미군 함대에 대한 핵공격 용도로 사용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군옥영웅함>에 탑재되는 화성-11ㅅ형은 한국군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임. 한국군의 모든 탄도미사일 조기경보레이더는 북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잠수함이 강원도 이남 해역 으로 내려와 탄도탄을 발사할 경우, 한국은 미사일이 날아오는지조차 모른 채 주요 대도시와 전략 거점에 핵공격을 당할 수 있습니다.
동해는 수상함이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바다이고, 일부 전투함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군함이 염가형 저질 대잠 장비를 갖추고 있는 한국해군은 <김군옥영웅함>을 추적할 수도, 그 잠수함의 미사일 발사를 막을 능력도 없습니다.
문제는 최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도 문제가 제기된 것처럼, 미국이 핵잠수함을 동해로 보내 <김군옥영웅함>에 대한 감시 추적 임무, 즉 헌터-킬러 작전을 해줄만한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미사일 방어 전략과 능력을 전면적으로 수정해 보완할 것을 급히 보완하고, 미국과 협의해 북한 잠수함을 막을 핵잠수함 도입을 서둘러야 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