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러 '랜싯' 베낀 북 '자폭드론' 막을 원투 펀치

워싱턴-김진국 kimj@rfa.org
2024.09.01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러 '랜싯' 베낀 북 '자폭드론' 막을 원투 펀치 지난달 24일 김정은 총비서가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아 최근 개발한 무인기(드론)들의 타격시험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북 김정은 키보다 큰 자폭드론 전격 공개   


(진행자) 최근 몇 년 사이 굉장히 다양한 신무기들을 선보이고 있는 북한이 이번에는 ‘자폭드론’을 공개 했습니다. 한국군 전차와 비슷한 모형을 타격하는 장면까지 공개했는데, 미 국방부가 북한의 이 신형 무기를 대단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요?

 

(이일우) 북한이 지난 8 26,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최근 개발을 거의 마쳤다는 신형 무인기를 공개했습니다. 보도에 나온 무인기 시연 행사는 8 24일에 있었는데, 김정은이 직접 연구소를 찾아 여러 종류의 무인기를 살펴보고, 무인기로 가상 표적을 타격하는 시험도 참관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공개한 무인기들이 사전에 설정된 경로를 따라서 비행한 뒤, 지정된 목표물을 정확하게 식별하고 파괴했다면서, 김정은이 이 드론에 대해 크게 치하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해당 드론을 공개한 다음 날인 8 27, 미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북한의 이러한 특정 무기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 국방부 대변인 패트릭 라이더 공군소장은 북한의 자폭 무인기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미국도 해당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자폭 무인기는 전략적 무기가 아니라 전투에서 사용하는 전술적 수준의 무기 인데, 군인인 라이더 대변인이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언급한 것은 그만큼 이 드론이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전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으면서 현대전에서 이러한 드론이 어떤 활약을 하고 있는지 매일 듣고 있고, 중동에서 이런 유형의 드론으로부터 지속적인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에게도 현존하는 위협이고, 미군은 유사시 한반도에서 북한과 직접 싸울 수도 있는데, 구식 무기만 쥐고 있던 북한군이 이런 첨단 드론을 사용하게 되면 미국 입장에서도 꽤나 골치 아파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 자폭드론의 원모델은 우크라전장 맹위 떨치는 러 랜싯


(진행자) 북한은 이번에 드론을 공개하면서 대략적인 형상만 볼 수 있도록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의 개성이 너무 뚜렷해서 어떤 드론을 모방했는지 전문가들은 금방 알아차렸다고 하는데, 북한이 만든 드론, 원형은 무엇이고 어떤 특징이 있나요?  

2-(발사되는 북한 납작형 자폭드론  출처 - 조선중앙통신).jpg
발사되는 북한 납작형 자폭드론 (출처 - 조선중앙통신)

 

(이일우)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드론은 납작한 형상의 드론과 원통형 동체에 직사각형 날개가 달린 형상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납작한 형상의 드론은 이스라엘의 ‘하롭(Harop), 원통형 형상의 드론은 러시아의 ‘랜싯(Lancet)’과 매우 유사합니다.

 

북한은 이번에 공개된 드론의 구체적인 제원을 밝히지 않았고, 세부 형상도 모자이크 처리를 했기 때문에 공개된 사진만으로는 정보가 매우 부족합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신체 사이즈와 비교해 드론의 대략적인 크게와 무게는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키는 163cm 정도인데, 키높이 신발을 신어서 167~170cm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통형 드론의 길이가 김정은의 키보다 약간 더 길어 보이고, 그 옆에 있는 납작한 드론은 그보다 길이가 더 짧아 보였습니다.

3-(북한 자폭 드론 2종   출처 - 조선중앙통신).jpg
북한 자폭 드론 2종

 

납작한 형상의 드론을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하롭과 똑같은 형상과 크기라고 지적하면서, 1,000km까지 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는데, 하롭은 길이 2.5m, 날개 폭 3m라서 북한의 납작형 드론보다 훨씬 크고, 최대 9시간까지 체공 가능하기는 하지만, 날개가 크고 동체가 얇은 형상 덕분에 양력을 크게 받아서 장기 체공이 가능한 것이지 최대 비행 거리는 200km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스라엘의 하롭은 정확히는 ‘Suicide drone’이 아니라 ‘loitering munition’으로 분류되는 장기 체공 무기입니다. 분류명 그대로 아주 천천히 하늘에 떠 있으면서 탑재된 전자광학 카메라로 정찰 임무를 수행하다가, 목표물이 식별되면 지상 통제소의 명령 신호를 받아 급가속해 자폭하는 무기입니다. 일반적으론 방공망 제압이나 포병 제압용으로 사용합니다.

 

북한의 납작형 드론은 형상은 하롭과 매우 비슷하지만, 크기가 훨씬 작음. 크기가 작다는 것은 내부에 탑재 가능한 탄두나 배터리가 훨씬 작다는 것이고, 장거리 원격 제어를 위한 위성통신 시스템도 넣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함. , 형상은 하롭과 닮았지만, 사정거리나 체공시간은 훨씬 짧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납작형 드론보다 원통형 드론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드론은 러시아의 랜싯과 아주 유사한데, 랜싯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가장 신뢰하는 무기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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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되는 북한 원통형 드론

 

랜싯은 AK 소총으로 유명한 칼라쉬니코프의 자회사 중 하나인 ZALA에서 개발한 무기인데, 우크라이나군이 이 드론을 포획해서 분해해보니 부품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에서 조달한 민간 전자부품이었습니다. 자율 비행이 가능한 비행제어장치와 전동모터가 달려 있고, 동체에 비해 날개가 아주 커서 배터리 용량에 비해 체공 시간도 꽤 긴 편입니다. 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가지고 있어 정찰 임무로도 쓰이고, 카메라 해상도가 좋기 때문에 운용병의 조종 실력이 좋다면 목표물 약점을 찍어서 그곳에 명중시킬 수도 있습니다. 최대 40km 정도를 날아가고, 모델에 따라 1~3kg 정도의 탄두를 탑재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대전차 미사일 정도의 파괴력은 낼 수 있습니다.

 

랜싯의 최대 장점은 싸고 만들기 쉽다는 것입니다. 2023 7월 러시아 매체들의 보도를 찾아보면, 러시아는 민간이 보유한 대형 쇼핑몰들을 여러 개 통째로 인수해 이곳에 생산라인을 설치해서 랜싯을 대량 생산하고 있는데, 2019년 초기 생산 비용은 300만 루블, 미화 약 33,000달러 정도 였지만, 현재는 20,000달러 정도까지 생산 비용이 낮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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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랜싯 드론에 피격되기 직전의 우크라이나군 레오파르트 2A6 전차 (출처 - 러시아군 텔레그램)

 

매우 저렴하고, 운용이 쉽지만, 위력은 꽤나 대단함. 러시아는 이 드론으로 서방세계가 우크라이 나에 지원한 대부분의 전차 종류들을 파괴했습니다. 독일제 레오파르트 2가 많이 당했고, 세계 최강 방어력을 자랑한다는 M1A1 에이브람스와 영국의 챌린저 2도 이 드론에 파괴됐습니다. 최전선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포병들도 랜싯의 주요 표적인데, 최근 러시아군의 포병이 워낙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이제는 포병보다 이 랜싯 드론에 의존하는 부대가 더 많아졌습니다. 북한은 이 드론의 활약을 눈여겨봤을 것이고, 러시아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아 유사한 무기를 만든 것 으로 보입니다.

 


북한판 랜싯, K군은 다 계획이 있다?


(진행자) 랜싯 드론이 그만큼 위력적이고 생산성까지 좋다면 북한도 이를 대량 생산해서 일선에 배치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한국군은 아직 드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응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갑자기 등장한 이 북한판 랜싯의 위협, 대처할 방법이 있나요?

 

(이일우) 가장 좋은 방법은 야전방공무기를 대대적으로 현대화하고, 전차나 장갑차에 레이더와 연동된 능동방어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360도 전 방향을 볼 수 있는 능동방어장치는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레이더와 요격탄 발사기, 체계 통합 비용 까지 한 세트에 150~3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쌉니다. 물론, 인구 감소 현상 때문에 병력 부족이 극심한 한국은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능동방어장치를 갖추는 것이 옳은 방향이지만, 당장 처방할 수 있는 대응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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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을 개조한 러시아 랜싯 드론 공장 (출처 - 러시아 국영 로씨야-1 방송)

 

랜싯 드론은 기본적으로 전동 모터를 사용하는 드론이기 때문에 속도가 느립니다. 순항속도는 자동차가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수준인 시속 110km 정도이고, 수직으로 급강하해 충돌할 때 평균 최고 속도는 시속 300km 정도임. 초속으로 치면 83.3m인데, 이는 대전차 미사일 중 느리다고 평가되는 TOW 미사일의 1/5 수준입니다.

 

랜싯은 단순한 구조로 최대한 높은 생산성이 나오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원통형 동체 앞부분에 전자광학 카메라 모듈이 붙어있습니다. 보통의 미사일은 미사일 앞부분에 센서가 달려 있어도 높은 충돌 속도 때문에 목표에 명중하는 즉시 센서부가 파괴되면서 곧바로 탄두의 신관이 터지는데, 랜싯은 속도가 느리다보니 센서부가 파괴되지 않고 튕겨나가거나 본 탄두가 폭발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사례를 보면, 차량이나 야포 위에 설치해 놓은 그물형 위장망에 걸린 경우도 있었고, Cope cage라는 철망형 구조물을 뚫지 못해 그 위에서 터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차나 장갑차 지붕에 올려놓은 통나무에 맞고 튕겨나가거나 터진 경우도 있습니다.

 

속도가 느린 것도 있고, 날개가 4개나 되는데 워낙 크기 때문에 그물과 같은 구조물에 잘 걸릴 수밖에 없는 약점이 있습니다.

7-(우크라이나군 포병 철망에 걸려 불발된 랜싯 드론 출처 - 우크라이나 총참모부).jpg
우크라이나군 포병 철망에 걸려 불발된 랜싯 드론 (출처 - 우크라이나 총참모부)

 

만약 전쟁이 터져서 당장 북한군의 랜싯형 드론 공격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한국 자동차 도로 좌우를 보면 어디든 있는 빗물받이 덮개, 시골에 많이 있는 철망형 펜스를 빼서 전차나 장갑차 지붕 위에 용접하면, 지금 우크라이나군이 쓰고 있는 Cope cage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모든 기갑차량은 지붕 장갑 두께가 20~30mm 정도는 되기 때문에 장갑판에 직접 닿지 않고 밖에서 터지는 1~3kg 정도의 탄두 폭발로부터 충분히 내부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랜싯 드론 공격이 예상되고, 주변에 숲이 있다면 숲으로 차량을 끌고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드론은 속도가 느리고 워낙 걸릴 것이 많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많은 나무 아래로 숨으면 나무가 알아서 보호해줄 것입니다.

 

북한은 평야지대가 많은 우크라이나에서 저렴하고 다용도로 쓸 수 있는 랜싯 드론의 가능성에 주목해 이 드론을 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눈을 조금만 돌려도 추가 장갑재로 쓸 수 있는 재료가 지천에 널려있고, 숲까지 많은 한반도 전장에서도 랜싯과 같은 드론이 효과가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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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빗물받이나 나무로 자폭 드론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는데, 보다 확실한 방어 수단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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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M2A2 브래들리 장갑차에 설치된 드론 재머 (출처 - 우크라이나 제47기계화여단)

 

(이일우) 장기적으로 보면 앞서 잠시 언급한 능동방어체계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능동방어체계는 차체 외부에 작은 레이더를 달아 360도 전 방향을 감시하고, 드론이나 미사일, 대전차 로켓이 접근 하면 요격탄을 발사해 저지하는 무기입니다.

 

문제는 레이더, 통제장치, 요격탄 등 복잡한 장비들로 구성되다보니 가격이 비싸고, 고장이 날 가능성도 높다는 것입니다. 한국군의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 등 탑재 대상 장비 목록을 뽑아보면, 전차는 약 1,920여 대, 장갑차는 약 2,900여 대, 자주포는 2,240여 문 정도됩니다. 7,000대가 넘는 기갑차량에 한 세트에 150만 달러가 넘는 능동방어장치를 달면, 단순 계산으로도 100억 달러에 가까운 엄청난 예산이 들어갑니다. 물론 이러한 드론이 노리는 표적이 기갑장비만은 아니기 때문에, 분대급 병력이 타는 한국군의 소형전술차량 1만여 대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천정부지로 올라갑니다.

 

모든 차량에 능동방어장치를 달 수 없다면, 전파 교란을 통해 저지하는 방법을 쓰면 됩니다. 드론 재머라고 부르는데, 이 재머는 드론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의 방해전파를 쏴서 일정 범위 안의 드론이 원격 통제기의 통제 신호를 수신하지 못하게 막는 장비입니다. 이 장비는 구조도 단순하고, 기술적으로 제작이 간편한데,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머는 500~3,000m 범위까지 방해 전파를 쏠 수 있는 3500~5000달러 가격대의 제품들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자체 생산하는 전술차량이나 장갑차에 이 드론 재머를 기본 장착해서 출고 하고 있는데, 운용이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점점 그 보급량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국이 각종 기갑차량과 소형전술차량 포함해서 약 17,000여 대의 장비에 드론 재머를 부착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8,500만 달러, 전투기 1대 값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관련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서둘러 드론 재머를 대량 전력화해서 김정은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북한판 랜싯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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