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킨잘’ 요격에 러 울지만 북은 웃는 이유
2023.05.28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 네트워크의 이일우 사무국장 연결합니다.
(진행자) 러시아의 극초음속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미국 요격미사일에 의해서 껀껀이 격추되자 비슷한 ‘창’과 ‘방패’가 배치된 한반도에서는 어떻게 될지 관심입니다.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가 절대 무기, 요격 불가능이라고 자랑하던 극초음속미사일을 미국이 지원한 방공 체계로 요격했다고 밝혔는데, 북한도 이번에 격추된 미사일의 변형 무기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어서 이번 뉴스가 주목됩니다. 러시아 미사일 이름이 킨잘인데요, 어떤 무기입니까?

(이일우) 킨잘(Kinzhal - 러시아어로 단검이라는 뜻)은 항공기에서 발사되는 공중발사 탄도미사일인데, 일반적으로는 극초음속 미사일로 불리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극강의 미사일인데, 2018년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할 때 소개했던 최신 전략무기 6가지 중 하나입니다. 푸틴은 2시간의 국정연설 중 무려 45분을 이 6대 무기 소개에 쏟아 부으며 이들 무기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킨잘 미사일은 북한에서는 <화성-11다>형, 한국에서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또는 KN-23으로 부르는 탄도 미사일과 매우 유사한 모델입니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러시아제 원형 이스칸데르를 변형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스칸데르처럼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낮은 고도를 비행하고, 명중하기 직전 한 차례 하늘로 치솟는 팝업 기동을 통해 적이 낙하지점을 예측하지 못하도록 기만하는 미사일입니다.
탄도미사일은 명중 직전의 속도가 적게는 마하 5, 빠른 것은 마하 25에 달하기 때문에 방어 하는 측에서는 표적의 미래 위치를 예측해서 미래 위치에 먼저 미사일을 쏜 뒤 최종 단계에서 미사일을 세밀하게 컨트롤해 명중시키는 방식을 쓰는데, 킨잘과 같은 변칙 탄도는 미래 위치 계산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요격이 매우 어려움.
우크라이나는 그런 까다로운 미사일을 패트리엇 미사일 중에서도 CRI 모델, Cost Reduction Initiative 염가형 모델로 모두 요격하는데 성공하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미 요격미사일 킬러라던 킨잘 굴욕의 변
(진행자) 러시아는 '미국 MD(미사일방어) 킬러'로 킨잘을 개발했다고 하는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비장의 무기로 내세웠던 최신예 극초음속 무기 '킨잘'이 미국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 군에 한번도 아니고 두 차례 요격 당해서 체면을 구겼죠?
(이일우) 킨잘은 MIG-31K나 Tu-22M3 같은 대형 항공기에서 공중에서 발사되고, 사정거리가 2,000km에 달하는 장거리 미사일인데, 러시아가 이 미사일을 개발한 이유는 푸틴이 설명한 것처럼 미국과 서방세계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파괴하기 위함입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패트리엇 시스템이나 SAMP/T 같은 종말단계 하층 방어용 미사일을 가지고 있고,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라는 육상 설치형 이지스 시스템을 설치했습니다. 러시아가 불편해 하는 것이 바로 이 이지스 어쇼어인데, 이것은 이지스함의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 시스템 자체를 육상에 그대로 심어 놓은 것으로 사거리 700~900km급의 SM-3 요격 미사일 24발씩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것이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전력을 겨냥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 그래서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보다 더 먼 거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SM-3 미사일이 요격할 수 없는 낮은 고도로 접근하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했습니다. 물론 미국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이지스 어쇼어를 배치한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순환 배치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패트리엇도 킨잘 고유의 긴 사거리를 이용해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MD 킬러를 요격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가 패트리엇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고, 우크라이나가 전력을 다해 요격에 나섰기 때문임. 러시아는 1차 공격 때는 단 2발, 2차 공격 때는 단 6발을 쐈는데, 우크라이나는 각각의 공격 때마다 패트리엇 1개 포대가 쏠 수 있는 최대한의 요격 미사일을 있는 대로 퍼부어 하늘에 말 그대로 미사일의 장벽을 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킨잘 같은 변칙적인 탄도의 미사일은 종말 단계에서 궤도를 바꾸기 때문에 낙하 예상 지점을 산출하는 것이 어려운데, 우크라이나는 예상되는 몇 개의 코스를 미리 산출해 놓고 모든 예상 지점에 요격탄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만약 러시아가 쏜 킨잘의 미사일 숫자가 6발보다 더 많았으면 우크라이나의 요격은 실패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킨잘 1발은 패트리엇 포대와 가까운 곳에서 요격탄에 맞았고, 그 파편에 패트리엇 발사기 1대가 경미한 손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러시아가 패트리엇을 너무 만만하게 봤고, 킨잘을 너무 과대평가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극적으로 요격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킨잘의 굴욕, 한반도에서도 해당되나?
(진행자) 러시아의 자만과 방심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운을 포함한 미국이 지원한 첨단 방어체계로 ‘킨잘의 굴욕’ 뉴스를 평가했는데, 북한도 킨잘과 거의 비슷한 비행특성을 가진 이스칸데르형 미사일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잖습니까? 한국이 보유한 미사일 방어체계로 요격이 가능한가요?
(이일우) 우크라이나에서 킨잘 요격 소식이 들리자 미사일과 대구경 다연장 로켓, 이른바 방사포의 위협 정도가 심한 한국과 대만 군 관계자들은 크게 고무됐습니다. 패트리엇과 같은 시스템으로 킨잘처럼 까다로운 표적을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으니, 북한이나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근거없는 자신감’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앞서 우크라이나 사례를 소개하면서 러시아가 미사일을 아주 적게 쐈고, 우크라이나는 요격용 미사일을 아주 많이 쐈다고 했습니다.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 극심한 방산비리로 미사일 재고가 거의 바닥난 상태이고, 서방 정보당국 추산 5월 초 기준 킨잘 재고량은 50발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상황은 다름.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는 KN-23은 물론, 잘 알려진 스커드, 노동 같은 다양한 탄도 미사일과 240mm, 300mm, 400mm, 600mm 등 다양한 유형의 대구경 장사정 방사포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400mm나 600mm 로켓, 화성-11 시리즈로 알려진 전술 단거리 탄도 미사일은 킨잘과 비행 특성이 매우 유사하거나 거의 같습니다. 다연장 로켓의 경우 발사차량 1대에서 적게는 4발, 많게는 22발을 쏘는데, 1개 포대 머리 위로 고작 6발의 킨잘이 날아왔던 우크라이나와 달리 한국의 패트리엇 포대에는 1개 포대당 적게는 수십 발에서 많게는 수백 발의 로켓탄과 미사일이 날아올 것입니다.
2023년 5월 말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에서 도입한 패트리엇 PAC-3 8개 포대와 자체 개발한 천궁-II 7개 포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포대들은 모두 공군기지와 전략 거점 인근에 배치돼 있는데, 북한의 총공세를 막아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입니다.
북한은 2022년 12월 31일 600mm 초대형 방사포 30문 증정식 행사를 갖고 이 방사포 30문을 공개했는데, 당시 공개된 방사포는 1문에 6발의 600mm 로켓을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모든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전력을 배제하고 이 30문만 동원하더라도 북한은 동시에 180발, 그러니까 한국의 패트리엇 포대와 천궁-II 포대에 각각 12발을 퍼부을 수 있습니다. 이미 이 12발도 각 포대 최대 요격 가능 한계를 초과한 물량이고, 여기에 북한판 이스칸데르, 북한판 에이태킴스, 스커드 같은 온갖 탄도 미사일도 날아올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북 미사일에 맞설 한국판 아이언돔 10년 더 소요
(진행자) 한국은 KAMD, LAMD, 장사정포요격체계-I, II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북한의 미사일을 막을 수 없나요?
(이일우) 한국은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북한의 무인기와 대구경 로켓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육군과 공군이 각각 독일제 맨티스, 이스라엘제 아이언돔 도입을 추진했었지만, 내부 논쟁을 이어가다 결론을 못내고 두 사업 모두 날렸던 적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로 바뀐 뒤 북한의 방사포 위협이 점점 더 심각해지자, 군은 2017년에 이스라엘 아이언돔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에 한국의 독자개발로 선회했습니다.

(이일우) 한국군 당국은 아이언돔의 경우 이스라엘 주변 이슬람 무장단체의 까삼 로켓과 같은 소형 단거리 로켓 요격용으로 개발된 것이어서 대량의 대구경 로켓탄이 한 번에 쏟아지는 한국 전장 환경에서는 맞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2019년, 2021년, 2023년에 있었던 이스라엘의 로켓탄 대량 요격전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미사일 방어체제 사업 대신 추진 중인 한국형 아이언돔은 2029년 개발 완료, 2030년대 초반 생산 시작이기 때문에 한국은 앞으로 10년간, 북한의 방사포 위협에 대한 방어력에 큰 구멍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아이언돔은 대구경 로켓탄은 물론, 드론이나 순항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고, 동시 교전 능력도 매우 우수함. 요격 미사일인 타미르는 1발에 11만 달러 수준인데, 한국이 개발하겠다는 LAMD 체계는 사거리는 아이언돔의 5분의 1, 미사일 1발당 목표 가격은 10억 원, 미화 76만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아이언돔과 비교하면 7배 비쌉니다.
가격이나 성능면에서 더 면밀한 비교와 연구가 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과 함께 했습니다. 지금까지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