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의 기동예술선전대
2024.11.08
요즘 북한 선전매체들이 지난 여름 큰물 피해를 입은 수해지역에서 복구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서 관련 사진과 동영상을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 수해복구공사에 동원된 주민들이 복구 현장에서 이른바 기동예술선동대의 현장 공연을 관람하는 사진이 많이 나옵니다. 어수선한 수해복구 공사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일에 지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래 부르고 춤추며 근로의욕을 북돋운다는 기동선동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헛웃음(실소)이 나옵니다. 노동에 지쳐있는 노동자들 앞에서 나팔을 불고 북을 치며 혁명 가요를 부른다고 과연 작업능률이 오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난 2022년 6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평양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현장에서 진행된 기동예술선동대들의 경연 소식을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도 같은 해 8월 인포청년탄광 기동예술선동대를 소개하고 10월에는 전국 각지의 협동농장에서 수확에 동원된 근로자들을 격려하는 여러 단체의 예술 선전선동 활동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기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휴식 시간이 보장되며 간식과 음료수 등을 충분히 제공하는 등 근로조건을 개선해주는 것이 일 할 맛을 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데 엉뚱하게도 공사현장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사회주의 낙원 건설을 위해 매진하자’ 식의 선전 구호를 외치는 게 무슨 효과가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탈북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이 동원된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북돋기 위해 수많은 예술선전선동대를 조직해 공사현장에 보내고 있지만 이들의 선전 공연 덕분에 노동자들의 사기가 올라 공사가 성공적으로 진척된 경우는 드물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북한 선전매체들은 예술선전대의 활동 덕분에 공사를 예정보다 앞당겨 완공했다거나 특정 공장에서 목표생산량을 초과 달성했다는 등 허위 선전을 수십 년 째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상징하는 단어에 ‘동원 정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 국민을 시도 때도 없이 동원해 행사를 치르고 국가 건설현장에서 무보수로 일을 시키는 북한체제를 상징하는 말입니다. 강제 동원된 주민들이 공사장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북한은 지난 70여 년 동안 예술선전대를 조직해 노동자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노동 효율은 밑바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세월이 갈수록 북한경제는 퇴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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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947년부터 본격적으로 중앙과 각 도, 사회단체 별로 예술단과 기동예술선전대를 조직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술단이 체계적으로 예술교육을 받은 전문예술인들의 공연단체라면 기동예술선전대는 일반주민 속에서 선발한 예술인들로 이들은 광산의 지하 막장과 공장, 농장 등 노동현장에 배낭을 지고 나가 화선식 정치 선전과 경제선동을 하는 선전선동 조직입니다. ‘화선’은 전투가 벌어지는 최전선을 의미하는데 경제의 최전선인 공장 기업소, 농장 등 생산현장에 직접 뛰어들어서 선전선동을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예술선전대는 김정은의 지시로 공사가 진행되는 국가건설현장, 일손이 부족한 농장, 각종 재해복구 현장에는 어김없이 나타나 노래와 춤으로 노동자들을 독려합니다.
북한에는 중앙당과 각 지방 당, 군, 대규모 기업소 소속의 예술단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은 북한의 최고지도기관이 모여있는 탓에 북한을 대표하는 예술단들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중앙예술단에는 만수대예술단과 모란봉악단 등이 있는데 만수대예술단은 중앙당의 유일한 직속 기관이며 북한이 자랑하는 정상급 예술단으로 단원중 상당수가 인민예술가(배우), 공훈예술가로 구성되었으며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예술인들을 선발해 집중 교육을 통해 조직되었습니다. 이들 중앙예술단들은 김정은 전속예술단이나 마찬가지여서 김일성, 김정일 생일 등 북한 명절이나 국가기념일에 김정은과 고위층을 위한 공연을 하는 것이 주 임무입니다.
기동예술선전대가 노동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노동 의욕 제고라는 당초의 목표를 채우지 못하자 북한은 기동예술선전대 대원의 질을 높이고 장비를 보강해서 노동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 주차장에서 사라진 260여 대의 한국기업 소유 버스 중 상당수를 예술선전대에 제공해 무단 사용토록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한국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두고 온 버스를 기동예술선전대의 수송과 공연 무대로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조선중앙텔레비죤이 2023년 가을 보도한 기동예술선전대의 노동현장 공연사진에는 한국 현대자동차의 로고가 선명한 버스들이 보입니다. 선전대의 공연에 모인 노동자들이 이 버스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