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 생각] 북한의 노인 복지

서울-오중석 xallsl@rfa.org
2023.09.22
[오중석의 북한 생각] 북한의 노인 복지 지난 2010년 평양에서 열린 제20차 세계 노인의 날 기념 행사에 참석한 노인들이 대동강변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REUTERS

오늘은 북한의 노인복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려 합니다. 작년 1월에 발표한 미 중앙정보국(CIA) 자료에 따르면 20227월 기준 북한 인구는 2020 7월에 비해 187894명 증가한 25831360명으로 추산됩니다. 이중 65세 이상 노인은 2518207명으로 전체인구의 9.7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전체 인구중 노인이 7%이상인 고령화 사회를 거쳐 고령사회’(노인 인구 14% 이상)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인구의 고령화 추세가 뚜렷해지자 이에 맞춰 2006 3월에조선연로자방조연맹 중앙위원회라는 상설기구를 발족하고 2007 4월에는 노인들의 건강과 생활을 지원하는연로자보호법’(한국의 노인복지법에 해당)이란 것을 제정했습니다. ‘연로자보호법에는 직장에서 노동연한을 마쳤거나 현재 노동을 계속하고 있는 60세 이상 남성과 55세 이상 여성을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과 북한 현지 소식통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연로자보호법은 허울좋은 선전용 입법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북한당국의 선전과 달리 상당수의 북한 노인들은 일정한 주거지 없이 구걸과 도둑질로 연명하는 노제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노제비란 노인과 꽃제비를 합성한 말입니다. 연로보장법에 따르면 남자는 만 65, 여자는 만 60살 이상의 노동자로서 일정한 근속연한을 채운 사람에게 연로연금을 준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법조문에만 존재하는 서류상의 규정으로 일부 특권층 노인외에는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이나 배급이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탈북민들은 국가에 돈이 없고, 쌀이 없는데 무엇으로 연로보장을 하겠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소위 혁명열사 유자녀나 국가공훈자 등 일부 특권층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북한 노인들은 국가로부터 받는 실질적인 혜택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이후 식량난이 더욱 심화된데다 코로나사태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집을 나와 노제비로 전락하는 경우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지난해부터 연고 없이 전국을 떠도는 60세 이상의 노인 부랑자들을 양로원에 수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관영 매체를 동원해 외국에 선전하는 것과 달리 북한의 양로원은 일부 특수 양로원을 제외하고 말이 양로원이지 노인들을 강제로 수용하는 수용소나 마찬가지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제난과 식량난의 와중에서 어떻게 양로원 노인들의 식사와 잠자리를 제대로 보장할 수 있겠냐고 소식통들은 반문하고 있습니다. 양로원에 들어가 보았자 배고픔과 질병에 시달리다 죽을 게 뻔하기 때문에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이 양로원 입주를 거부하고 부랑자로 떠도는 것이라고 한국의 탈북민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노인들은 고질적인 영양부족과 비위생적인 생활여건에서 비롯된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북한주민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합니다. 의사에게 돈을 주어야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의사의 처방에 의한 치료약은 장마당에서 개인이 구입해서 복용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에 갈 일은 많아지는데 국가의 지원이 전혀 없이 자식들에 얹혀사는 노인들이 무슨 수로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북한 노인들이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하루 연명하느라 급급한데 비해 소위 혁명투사, 전쟁노병(한국전 참전자), 전쟁영웅으로 불리는 정치적 충성 계층의 노인들은 정상적인 배급과 여러 가지 특권을 보장받으며 풍족한 노후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북한의 전승기념일이나 창군절에 김정은은 이들 전쟁노병들이나 혁명투사들과 그 유가족을 평양에 초대해 선물을 주고 기념촬영을 하는데 사진에 나타난 노병들을 보면 수십 명에 불과해 이런 특권을 누리는 노인들은 극소수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100만 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되는 지난 1990년대 말 북한의 대기근, 즉 고난의 행군 시기에 생계활동 능력이 없는 노인계층이 가장 먼저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아사했다고 한국의 탈북민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군복무중 부상을 입어 장애인이 된 군인들을 생활제대(의병제대) 시키면서 영예군인이란 칭호를 부여합니다. 이 영예군인에 대해서는 비교적 양호한 배급과 복지혜택을 주어 왔는데 대북제재로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영예군인에 대한 복지 혜택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19 년 발표한 ‘2018 북한사회변동에 따르면 북한 노인의 생계유지 방법 중 응답자의 55.2%가족 부양에 의존한다고 밝혔고 31%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나라가 주는 연로연금과 쌀 배급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응답은 3.4%에 그쳤습니다.

 

국가는 평생 일을 하며 사회발전에 이바지한 국민의 행복한 노후를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 노후 생활을 자식들에게만 의존하게 하는 것은 봉건적이고 구시대적인 발상입니다. 북한 당국도 국가건설사업에 청춘을 보낸 노인들의 복지에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오래 전에 제정한연로자보호법의 기본정신과 정책들을 하루 빨리 실천에 옮겨야 할 것입니다.

 

**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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