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눈에 띄게 소원해진 북-중 관계

서울-오중석 xallsl@rfa.org
2024.08.30
[오중석의 북한생각] 눈에 띄게 소원해진 북-중 관계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한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접견한 김정은 북한 총비서.
/연합뉴스

올해(2024) 초부터 북한과 중국의 전통적인 우호관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지나치게 밀착하면서 북-중 관계에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통일부가 북한 매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주석 사이에 서신 교환을 포함한 정상간 교류는 지난 1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되었습니다. 김정은과 시 주석은 지난 1 1일 북-중 수교 75돌을 맞아 축전을 주고받았고 연초 김정은이 시진핑에 연하장을 보낸 이후 지금까지 7개월이 넘도록 이렇다 할 교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 정상간에 장기간 교류가 중단된 것은 예년과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1월에는 김정은이 시진핑에 연하장을 보냈고, 시진핑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 서거에 대한 김정은의 조전에 답전을 보냈습니다. 3월에는 김정은이 시진핑의 주석 3연임을 축하하는 축전을 보냈고 4월엔 시 주석이 이에 사의를 표하는 구두 친서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6월엔 김정은이 시진핑의 70번째 생일을 기념해 축전과 함께 꽃바구니를 보냈으며 9월엔 북한의 정권수립일 75돌을 맞아, 10월과 11월엔 중국 건국 74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이 축전을 교환했습니다.

 

김정은과 시진핑은 공식적인 기념일 외에도 무슨 계기가 있을 때마다 서신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과시해왔습니다. 올해에도 두 정상이 축전을 주고받을 계기는 많았습니다. 지난 4월엔 북-중 수교 75주년 기념 '북중 우호의 해' 개막 행사가 있었고, 지난 7월에는 북한의 압록강 일대에 대규모 수해가 발생해 중국이 지원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에 관해 두 정상이 따로 전문을 주고받지는 않았습니다. 해마다 10여 차례 이상 서신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과시하던 두 정상 사이에 갑자기 찬 바람이 불게 된 것은 김정은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급속히 밀착하고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통일부 “북 대외 교류·협력 수요, 러시아 집중 경향”

[오늘의 중국] 중국에 북러는 ‘가깝지만 위험한’ 파트너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탄약과 미사일 등 무기와 전쟁물자를 공급하는 대가로 밀가루 등 식량과 석유, 천연가스를 들여오면서 북한경제는 모처럼 숨통이 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주민들의 생활이 코로나전염병 사태 이전의 수준을 회복해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식량과 생필품 외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등 현대식 무기의 부품과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김정은과 푸틴은 지난 6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지난 815일 조국해방의 날(광복절)과 러시아 국경절, 5월 러시아 전승절, 3월 푸틴 대통령 5선 확정 등 계기 마다 친서를 주고받으며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엔 푸틴이 러시아산 고급 방탄 승용차를 김정은에게 선물로 보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중 관계의 파열음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올해 지난 2018년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을 기념해 설치한 양국 정상의 발자국 동판을 없애버렸습니다. 이 동판은 김정은과 시진핑이 함께 산책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발자국을 떠 동판을 만든 것인데 올해 중국 당국이 동판 위에 아스팔트를 깔아버리는 바람에 기념물이 사라졌습니다. 올해 초 중국과 일본에서 강진이 발생했을 때 북한은 일본에만 '기시다 각하'로 시작하는 위로 전문을 보냈습니다. 대만 총통 선거 이후 중국의 우방국들이 앞다퉈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놓았지만 북한은 성명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또 지난 달엔 조선중앙TV의 해외송출용 위성을 중국에서 러시아 위성으로 바꾸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오래전부터 북-중관계는 애증 관계였습니다. 서로의 필요에 따라 밀착 행보를 보이다가도 중국이 국제규범을 준수하기 위해 북한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면 냉랭한 관계로 돌아서기도 했습니다최근에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 행보를 노골화 하자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은 동북아 안보를 위협하며 도발하는 북한 길들이기에 나섰고 북한은 이 참에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기대했던 만큼 중국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김정은이 러시아로부터 식량과 에너지, 군사과학기술을 얻게 되면서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이고 있다고 외교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96.7%에 달했습니다. 러시아와의 교역은 40위권 밖으로 러시아가 중국을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은 최근 북-중무역의 관문인 단둥에서 북한행 화물에 대한 검색과 통제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또한 북한의 러시아밀착과 반중국 정서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불만을 대변하는 조치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체제가 존망의 처지에 몰리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부터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순망치한, 즉 입술과 이빨의 관계라고 하듯이 북한이 망하면 중국의 안보에도 커다란 위험요소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을 계속 외면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