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대북 확성기 방송

서울-오중석 xallsl@rfa.org
2024.06.28
[오중석의 북한생각] 대북 확성기 방송 2010년 5월 24일 한국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사태에 따른 대북조치의 하나로 대북 심리전 재개를 결정하며 중동부전선을 지키는 백두산부대 최전방 GOP 장병들이 확성기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

지난 6월 24일 밤 북한은 총 350여 개의 오물 풍선을 남한에 날려 보냈는데 이중 100여 개가 경기북부와 서울에 떨어졌습니다.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은 5월 28일 첫 살포 이후 5번째입니다. 한국의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에 맞선 대응 조치의 하나로 대북확성기방송을 전략적·작전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즉각 시행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6월 9일 한국군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확성기방송을 재개했다가 하루 만에 중단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대북확성기방송은 6.25전쟁 당시 심리전의 하나로 시작돼 남북 관계와 남한 정부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왔습니다. 

 

대북확성기방송은 북한 체제와 김정은에 대한 비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 홍보,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주제로 한 내용으로 방송되었습니다. 또 인권 탄압 등 북한 내부 소식도 전달합니다. 특히 휴전선 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군인들을 대상으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방송 등을 편성해 젊은 북한군인들의 사상적 해이를 유도하고 한류문화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확성기방송은 또 정확한 날씨 예보를 통해 북한군인들 속에 신뢰감을 조성하기도 하며, 폐쇄적이고 폭압적인 북한체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비판의식을 키워줍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김씨왕조체제를 떠받쳐야 할 젊은 군인들이 남한사회를 동경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심리전 방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같은 대북확성기방송의 뚜렷한 효과를 간파한 한국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심각한 도발이 있을 때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대응 수단으로 활용해왔습니다. 천안함 폭침사건(2010년), 비무장지대 목함지뢰사건(2015년),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등 북한의 대규모 도발 직후에 확성기방송을 전격적으로 재개해 휴전선 일대 북한주민과 군인들에게 사건의 실체를 설명하고 남한의 자유스런 분위기를 상징하는 다양한 한류 문화 프로그램을 확성기를 통해 방송했습니다. 그 후로도 확성기방송은 재개와 중단을 반복하다 남북관계 해빙기였던 2018년 4월 판문점선언 이후 대형 확성기를 모두 철거해 6년가까이 확성기방송은 중단 상태에 있었습니다.

 

2018년 당시 철거 직전 휴전선 최전방경계부대(GOP) 일대 10여 곳에 설치돼 있던 고정식, 이동식 확성기는 모두 40여 대였습니다. 확성기를 모두 해체 상태로 보관해온 한국군 당국은 이번에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에 대응해 확성기를 전선지역에 다시 설치하고 방송을 재개한 것입니다. 고정식과 이동식 차량에 탑재된 확성기는 고출력 스피커 여러 개가 한 묶음으로 장착되어 있으며 20~30km 전방을 향해 북한 실상을 알리는 뉴스, 기상정보, 가요 등을 방송함으로써 북한군인들은 물론 접경지역 주민들까지 또렷하게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17년 6월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한 북한 병사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귀순을 결심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전 국회의원은 확성기방송은 과거보다 지금 더 효과가 클 것이라면서 “요즘 군에 입대하는 북한 젊은이들은 고향에서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몰래 시청해 온 세대이기 때문에 남한 문화와 말투에 매우 친숙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오물 풍선 도발을 멈추지 않아 한국군이 확성기방송을 재개할 경우, 북한은 우선 대남확성기방송 재개로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확성기는 출력이 약해 남측의 휴전선 인근부대에서조차 잘 들리지 않습니다. 전기사정이 열악해 하루 1시간도 제대로 방송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2015년에 했던 것처럼 남한 측의 확성기를 겨냥해 조준 타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군 당국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따른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최전방 경계 및 화력 대기 태세를 격상하는 등 만반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확성기를 통한 대북방송은 북한이 전파를 방해할 수 없고 별도 수신기가 필요치 않으며,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린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심리전 방식의 하나로 꼽힙니다. 한국의 합참 관계자는 대북확성기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면서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으며 오물풍선 살포 등 비열한 방식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사회에는 대북확성기방송 재개에 따른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습니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대북확성기방송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대북확성기방송을 체제위협 요인으로 간주하는 북한당국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대북확성기방송을 막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지난 2015년처럼 남한측 확성기를 직접 타격해 남북이 무력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최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고 대북확성기 방송에 따른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태세를 갖출 것을 주문했습니다. 신 장관은 "북한이 직접 도발을 감행할 경우 '즉·강·끝'(즉각·강력히·끝까지)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박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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