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돋보기] 북한 군화가 한 달 만에 구멍 나는 이유

서울-이예진, 손혜민 xallsl@rfa.org
2024.11.01
[장마당 돋보기] 북한 군화가 한 달 만에 구멍 나는 이유 평양에서 열린 한국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 참가한 북한 군인들.
/REUTERS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고양이 뿔 빼고 모든 게 다 있다는 북한의 장마당, 그런 장마당에서 파는 물건 하나만 봐도 북한 경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에만 있는 물건부터 북한에도 있지만 그 의미가 다른 물건까지, 고양이 뿔 빼고 장마당에 있는 모든 물건을 들여다 봅니다. <장마당 돋보기>, 북한 경제 전문가 손혜민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손혜민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1차로 특수부대 1500명을 파병한 것으로 확인됐죠. 이후 파병된 북한군들의 영상과 사진이 속속 공개되고 있습니다. 손 기자, 러시아에 막 도착해서 러시아 군복으로 갈아 입기 전으로 보이는 북한 군인들 모습을 보니까 저희가 익히 알던 군복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특수부대 군복이라 좀 다른 걸까요?

 

손혜민 기자: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개구리처럼 얼룩얼룩한 무늬의 군복이라고 하여개구리복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위장에 유리한 군복 특성상 특수부대 군인들도 착용하겠지만, 일반 부대 군인들도 실전의 분위기로 훈련을 할 때 입는 군복으로 보입니다. 지난 3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자유의 방패가 시작된 가운데 김정은이 직접 인민군 대연합부대 관하 포병부대들의 화력타격 실전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던 장면을 보면요. 포병부대 장교들과 군인들이 입었던 군복이 러시아-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의 군복과 똑같았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북한에서 군복이나 군화 등은 복무 기간이 10년이나 돼서 꽤 중요한 물품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걸 부대 내 군인상점이 아니라 장마당에서 사 입는 군인들이 많다고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손혜민 기자: 지난 달 20일 평안북도 염주군에 주둔하고 있는 8군단에서 군사복무하고 있는 아들이 돈을 보내달라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현지 소식통이 전했는데요. 해당 주민의 아들은 올봄 입대한 신입병사입니다. 입고 있는 군복과 군화가 낡아 장마당에서 사 입겠다고 말입니다. 북한 군인들의 피복 공급 규정부터 말씀 드린다면, 병종에 따라 다르지만요. 보통 하복은 1년에 한번, 동복은 2년에 한번, 군화는 1년에 두 번 공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90년대 경제위기는 군 피복공장 가동률에도 악영향을 미쳤는데요. 군복과 군화는 물론이고, 속옷과 혁띠 등 피복 공급이 심각했는데, 지금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군 당국은 군부대 자체로 군인들의 피복을 해결해 공급하라고 하니 제대군인들이 바치고 간 낡은 군복을 신입병사들에게 공급하는 건데요. 여름 군복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지만, 겨울 군복, 즉 동복이 낡거나 꿰지면 추위를 견디는데 어렵습니다.

 

그러니 군사복무하고 있는 군인들이 사민부락에 들어가 주민의 손전화를 빌려 부모에게 송금을 부탁하는 건데요. 작년에만 해도 개인과 개인 간 송금은 손전화 소액결제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나 올해부터는 중앙은행이 발급한전성카드사용이 대중화되면서 상대의 은행카드 계좌번호로 돈을 보냅니다. 비공식 송금시장으로 돈을 받으면 시장가격으로 자기가 마음에 드는 군복을 살 수 있는데요. 장마당에 가면 고양이 뿔 내놓고 다 있으니까요. 심지어 군부대 내 자리한 군인상점에서도 이 군복을 팔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 장마당에서 개인이 가공한 군복을 조달해 판매하는 것입니다.

 

군복 가격은 공장 제품과 개인 가공 제품이냐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요. 군피복공장에서 만든 군복과 개인이 만든 군복은 모양과 색상이 똑같아도 원단 재질에서 크게 차이납니다. 공장 제품은 당연히 원단이 안 좋아 여름군복(한벌)은 내화 4만 원(미화 2.35달러), 겨울동복(한벌)은 내화 10만 원(미화 5.88달러) 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개인이 만든 여름 군복은 15만 원(미화 8.82달러), 겨울 군복은 솜 재질에 따라 20~40달러 정도로 가격이 껑충 뜁니다.

 

진행자: 공장에서 만든 정품 군복의 질이 당연히 더 좋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군인들이 장마당에서 군복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군인들에게 군복만큼이나 중요한 군화는 그럼 어떻습니까?

 

손혜민 기자: . 군복은 원단과 솜 재질에서 품질 차이가 뚜렷해서 군부대 장교들은 물론, 군부대 하사관들도 장마당에서 품질이 좋은 군복을 사 입어야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군화는 다릅니다. 군화는 군 피복공장에서 제작한 군화가 품질이 좋으므로 장마당에서도 공장 제품이 가격이 비쌉니다. 개인이 공장 제품과 똑같은 군화를 제작하지만, 개인 가공 군화는 비포장도로를 한 달만 걸으면 바닥에 구멍이 뚫립니다.

 

군화 바닥 품질은 생고무가 결정적으로 좌우합니다. 북한에서 생고무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데요. 수입되는 생고무는 대부분 비행기 바퀴, 대포 바퀴, 탄도미사일을 싣고 운반하는 차량 바퀴 등을 생산하는 2경제 산하 군수공장에 공급됩니다. 군화 생산에 필요한 생고무마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데, 지역마다 자리한 신발공장은 말할 것도 없는 거죠. 이러한 틈새 속에 군화를 제조하는 개인 상인이 등장한 것인데요. 하지만 개인은 돈이 있어도 생고무를 사기가 조련치 않고, 특히 가격이 비싸 파 고무를 이용해 군화 바닥을 제조하다 보니 품질이 저조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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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군화 제조는 에너지 조달이 중요한데요. 고칼로리 무연탄으로 가열해 온도를 제대로 보장해야 바닥과 갑피를 접착하는 부분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북한에는 무연탄 매장량이 손꼽히는 지역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외화벌이 자원으로 중국에 수출되지 않습니까. 이러한 요인으로 개인이 만든 군화는 갑피와 바닥 접촉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반면 군 피복공장에서 만든 군화는 전력 에너지로 가동하는 기계설비로 제작되므로 품질이 좋습니다. 그만큼 장마당에서도 수요가 높은데요. 농민들이나 건설자들은 일할 때 흙이나 모래가 신발에 들어가지 않는 군화를 선호합니다.

 

그러니 군부대로 일정 정도 공급되고 있는 공장 제품 군화는 피복 공급을 책임진 군 간부가 장마당에 비싸게 넘기고, 그 수량만큼 개인이 만든 가격이 싼 군화를 사들여 군인들에게 공급하여 나머지 돈을 착복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결국 군부대에서 군화를 공급받지 못한 병사는 물론, 공급받은 병사마저 부모에게 송금을 부탁하고, 그 돈으로 군 간부가 장마당에 넘긴 정품 군화를 시장가격으로 사 신는 것입니다.

 

진행자: 한국에서 마땅히 국가에서 줘야 할 군 보급품이 부족해 시장에 가서 군인들이 자기 돈으로 군용품을 사야 한다고 하면 아마 나라가 뒤집힐 겁니다. 그런데 북한에선 이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건데요. 부대 내 군인상점은 물건값도 비싸고 물건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제 역할을 하고는 있는 겁니까?

 

손혜민 기자: 각 군부대마다 자리하고 있는 군인상점은 거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원래 군인상점 기능은 군인들이 필요한 생활용품이나 담배 등을 국정가격으로 팔아 군인들의 생활편의를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 아시다시피 90년대 중반 경제난 후과는 군인상점에도 영향을 주었죠. 군 당국이 공급해야 하는데, 전혀 공급하지 않으니 군인상점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앞서 잠깐 설명했지만요. 현재 군인상점은 말이 군인상점이지 장마당과 똑같습니다. 군복, 군화는 물론이고요. 술과 맥주, 담배, 당과류, 빵 등이 매대에 진열되어 장마당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데요. 문제는 군인들의 월급으로는 담배 한 갑도 사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겠나요. 군인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장사를 하거나 군부대에서 훔칠 수 있는 만큼 훔쳐서 물물교환하죠. 예를 들면 공군부대에 있는 군인상점에는 비행기 석유를 훔쳐온 병사들이 많이 오는데요. 군인상점에서도 비행기 석유는 옥탄가가 높아 일반 석유보다 장마당에서 비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석유는 넘겨 받는 가격만큼 병사가 요구하는 물품을 줍니다. 이런 군인들이 전쟁에 참전하면 당과 수령을 위하여 싸울 수 있을지 우려가 됩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기자 감사합니다.

<장마당 돋보기>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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