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우리국가제1주의’는 전체주의 부활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23.09.27
[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우리국가제1주의’는 전체주의 부활 북한이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가한 가운데 그의 러시아 방문 결과를 논의했다.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김성남 당 국제부장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귀환 보고를 했다.
/연합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한두 달 동안 노동신문에는 김정은 집권 10년간의 치적을 높이 평가하며 그를 오직 인민대중을 위해 헌신하는 지혜롭고 눈물 많은 지도자, 이민위천의 지도자라는 최상의 찬사로 그의 존엄을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여러분 당 간부들대해서는 권세를 부리며 인민 위에 군림한 특권 관료집단 또는 선대수령의 위대한 정치사상과 긍지를 왜곡하는 정치 건달, 지적 무뢰한으로 혹평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노동신문 논평을 읽을 때마다 빠짐없이 강조되는 구호가 ‘인민대중제1주의이며 이를 실현할 방법으로는 5만호 살림집 건설, 평양 시내에 세웠다는 유원지 또는 강원도 스키장, 백두산 근처 승마장을 들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살림집 건설 5만호, 몇 곳의 유원지 건설이 과연인민대중제1주의의 실천이라면 인민대중들은 어떻게 평가할 것 같습니까?

 

본 방송자는 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등극하면서 제시했던 구호가 바로인민대중제1주의인데 그 후 10년이 지났으나 그때의 약속이 전혀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지만 김정은이 ‘인민대중제1주의를 제기한 때는 201314차 당세포비서대회였습니다. 그리고 2015년 신년사에서 다음과 같이 이 구호의 뜻을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어머니당의 본성에 맞게 당 사업전반을 인민대중제1주의로 일관시켜, 전 당에 인민을 존중하고 인민을 사랑하며 인민에게 의거하는 기풍이 차고 넘치게 하고 당 사업의 주된 힘이 인민생활향상에 돌려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 후 2015 10 10일 당 창건 70주년 군사열병식에서 김정은은 인민중심, 인민존중, 인민사랑의 정체를 펼치겠다고 하였고 특히 2016 5월에 열린 7차 당대회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는인민대중제1주의를 구현하는 것은 인민대중을 위하여 투쟁하며 인민대중에 의해서 활동하는 우리당의 본성적 요구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김정은의 사업보고에 의거하여 여러분 당은 당 규약까지 개정했습니다.

 

당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서, 7차 당대회는인민대중제1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당 간부 정책을 제시하면서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의 근절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김정은의 보고를 보면서 본 방송자는 김정은은 이 인민대중제1주의 실천을 명분으로 당 내의 불평분자, 나아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불평불만자의 대대적 숙청, 영구 투쟁을 전개하지 않을까 염려한 바도 있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은 학습한 바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1948~49년 한창 소련의 스탈린과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간의 이념논쟁이 전개되고 있을 때, 소련공산당 수령인 스탈린은 유고슬라비아 공산당 수령인 티토를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배반한 수정주의자로 몰았습니다. 왜냐하면 유고슬라비아 공산당이 스탈린의 1인 독재와 소련 당 간부들의 부정부패를 전면 비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유고슬라비아의 2인자이자 당정치 위원이었던 밀로반 질라스는소련공산당을 비롯한 동유럽 그리고 아시아지역 국가의 공산정권 내에는 새로운 특권계급이 등장했다. 바로 공산당 간부들이 인민대중 위에 군림해서 세도를 부리며 자본주의 국가의 자본 계급 못지않은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 이들 붉은 귀족들은 자본도, 기업도 없는데 오직 공산당 간부라는 하나의 이유로 인민을 착취하고 귀족계급으로 등장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오늘날 중국의 경우 당 중앙위원의 높은 지위에 있는 자는 물론 공안과 사법기관에 근무하는 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수십만, 수천만, 수억 위안의 뇌물 받기가 일상화 되었습니다. 내각의 상급 간부 집에서는 현금과 금괴를 트럭으로 실어낼 정도로 상상할 수 없는 재화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주의 국가, 공산당 일당독재국가에서 당 간부와 관료들의 부정부패는 당연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왜 이처럼 부정부패가 온 사회 구석구석에서 일상화되었는가? 그것은 바로 1당 독재의 정치 체제때문입니다. 또 민주주의가 말살되어 인민대중의 비판은 바로 반당 행위로 규정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지요. 당 간부 여러분 자신들이 실제로 행하고 있는 일이 아닙니까? 입당할 때부터 편하고 권세를 누릴 수 있는, 당내 좋은 부서나 상급 당으로 보직을 받기 위해서 자신들이 뇌물을 괴었고 반대로 민간인이나 하급 지위의 근무자로부터 자신들이 뇌물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이뿐입니까?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 여행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응당 인민보안관계자에게 뇌물을 주어야 하지 않습니까? 자식의 대학입학을 위해, 인민병원에서 특별 치료를 받기 위해, 심지어 기차표 한 장 구하기 위해서도 역원에게 담배 한 갑 사줘야 하지 않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본 방송자는 최근 여러분 당의 구호가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3~4년 전 즉 2019년경부터 김정은의 신년사나 노동신문 논설은우리국가제1주의라는 구호를 제시하고 이 구호를 발전시켜 애국심 고취를 선동, 교양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학습했으리라 생각하지만 국가주의는 국가를 인간 사회의 최고 조직으로 보고 국가 권력이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에 미치도록 해야 한다는 정치사상입니다. 인민대중 각 개인을 국가에 종속시킨다는 의미에서는 전체주의 사상과 유사합니다. 여러분 당이 하루도 빠짐없이 강조하는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라는 구호는 바로 인민대중 개개인을 전체에 묶어 개인의 자유를 말살하는 주장입니다. 결국 전체주의를 견결히 지키는 것이 곧 당의 견고한 정치기반을 강화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김정은의 세습전제정치를 옹호, 유지하는 길임은 상식에 속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시 말하면 히틀러의 나치즘이나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여러분 당에서 부활했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부정부패, 관료주의, 세도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원리 채택 외에 다른 길이 없음을 강조합니다.

 

**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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