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간부들에게] 수해 문제에 왜 대적의식 운운하나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24.08.28
[노동당 간부들에게] 수해 문제에 왜 대적의식 운운하나 북한이 평안북도와 자강도를 비롯한 수해지역들 복구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개최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모습.
/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8월 한 달 동안 열대야가 계속됐습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 수재로 거처를 잃어버린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일대의 수재민들, 그리고 평양을 비롯한 각 도, 각 시에서 동원된 13만여 명 청년돌격대의 노고가 더없이 크리라고 생각됩니다.

 

김정은의 말인 즉 “온 나라가 총집중하여 피해복구에 달라붙었지만 워낙 피해규모가 큰 것으로 인해 수재민들의 살림집 시설공사와 보수공사가 끝나 생활이 안정되려면 적어도 두세 달은 걸리게 될 것이라고 했으니, 금년 말까지는 천막 생활이든 가건물 생활이든 일상의 불편은 이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 당이 그처럼 자랑하던 사회주의 건설의 성과들, 그 위업이 온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사상누각이 따로 없지요. 바로 여러분 당이 지난 60년대 이후 50여 년간 일관되게 추진해온 사회주의 지상낙원 건설이 바로 그것입니다. 중앙집권적 사회주의 경제체제,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의 병진정책, 1경제보다 제 2경제, 김씨 세습 체제 옹위를 위한 제 3경제, 39호 기관 경제, 이런 것들이 몰고 온 적폐가 터진 것이 바로 압록강 지역의 큰물 피해가 아닙니까?

 

그 어떤 나라를 막론하고 “한정된 자원을 누군가가 많이 차지하면 다른 누군가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삶의 의욕을 잃게 된다는 상식적 격언을 김정은을 비롯한 당 수뇌부는 새삼 깨우쳐야 할 시간입니다.

 

김정은 정권 출범 후 지난 10여 년간 여러분 당은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사용했습니까? 누가 독점했습니까? 바로 김정은이 독점해서 핵미사일 개발에 쏟아 부었습니다. 세습체제 옹위를 위해 쓴 것입니다. 압록강, 두만강 일대의 큰물 피해가 금년 처음 일어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상기후로 인한 수재나 태풍 피해는 지난 10년간 거의 매년 북한 어느 곳에서든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난 10여 년 동안 이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웠습니까? 김정은은 이번 수해복구를 위해 국가적으로 중요한 건설사업들까지 일부 조절하여 방대한 인적, 물적 역량을 피해복구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했지만 그건 진작 했어야 했던 일이 아닙니까? 뻔히 알면서도 하지 않았던 그 책임은 다른 사람이 아닌 김정은과 여러분 당 수뇌부가 져야 할 문제입니다.

 

압록강 유역의 각 지방에서 유입되는 물의 양이 계속 늘어나 압록강이 해마다 범람한다는 사실을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당위원회가 이번에 처음 안 것도 아니고, 지방당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마땅히 중앙당 차원에서 요해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명백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그 책임을 지금에 와서 지방의 도당 비서와 도당 위원회에 전가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 3개 도는 주요 군수품 공장이 집중 배치된 지역이란 걸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김정은과 당 수뇌부로서는 말 그대로 국운을 좌우하는 중대사, 대재앙이 아닐 수 없겠지요. 이런 관점에서 본 방송자는 이 지역주민들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왜냐하면 군수공업을 우선하기 위해서도 인민경제건설을 명분으로 비축했던 물자들을 풀지 않을 수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난 810일자 로동신문은 6개 면에 걸쳐 이 지역의 수해 복구와 관련된 김정은의 지시사항이 게재되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당의 대내외 정책 전반이 바뀌지 않는 한 북한 인민이 경제적 빈곤을 극복하고 안정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의 주장은 여전히 케케묵은 자력갱생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이번 피해 복구에서 당 중앙과 정부가 의지하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열째도 우리 인민의 애국적 열의와 용기, 우리 국가의 잠재력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북한이 외세의 침략을 받은 것도 아니고, 정권을 잡은 위정자의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의 일상생활이 위기에 직면한 것이 명백한데, 그렇다면 마땅히 그 책임은 국가 운영을 책임진 집권자에게 있는 것이지, 국민이 나라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이번 수해 문제를 논하면서 김정은은 애국심과 대적투쟁, 운운합니까?

 

김정은은 또 말했습니다. “지금 적들은 우리가 피해를 입은 이 기회를 악용하여 우리 국가의 영상에 흙탕물을 칠하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하고 있다. 각급 당조직들과 근로단체조직들 각 교양망들과 주민들 속에서 당이 취한 각종 수해대책에 대해 우리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 쓰레기 언론들은 모든 것이 무슨 내부결속을 위한 노림수요, 보여주기식이요하면서 헐뜯고 있는데, 그 저의가 무엇이겠는가? 적들은 왜 적이라 하며 왜 쓰레기라고 하는가에 대해 똑똑히 인식시켜야 한다. 전 국가적으로 대적 의식을 바로 하고 대적 감정을 바로 키워야 한다

 

당 간부 여러분! 왜 김정은은 남한의 한 언론매체가 보도한 기사를 놓고 이처럼 흥분하여 전례없이 남한에 대한 적대의식 고취를 강조하겠습니까? 해외의 관찰자들은 그 이유는 자신만이 인민을 사랑한다고 강조함과 동시에 자신의 경제정책, 입버릇처럼 되뇌는 인민대중제1주의가 허언이었음을 은폐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자신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인민대중의 처참한 현실을 애국심 고취로 극복해 보려는 의도가 아닌가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먼저 남한의 언론매체가 왜 이번에 발표한 북한의 수해대책에 대해 획기적인 대책이라고 평가하지 않는지를 스스로 깨우치길 바랍니다. ‘인민의 노동력을 총동원하여 획득한 경제적 성과가 과연 인민대중을 위해 쓰여졌는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떠든 약속 중 어느 것이 액면 그대로 실현되었는가? 왜 오늘날 북한 주민들이 고난의 행군을 맞이해야 했던가?’ 강제노동을 애국심 강요로 호도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남한은 북한을 침략할 적이 아닙니다. 민족의 평화를 염원하는 동족입니다. 대적 의식 고취로 긴장을 고조하고 주민총동원의 명분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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