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반인도적 러 용병 파병 중단해야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24.11.20
[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반인도적 러 용병 파병 중단해야 북한 군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흡연하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ASTRA 영상 캡쳐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은 인민군 제11군단 소속 장병 1 2천여 명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와의 전투 현장에 투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줄 압니다.

 

교전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 당국 발표에 의하면 2개월 전부터 1,500명 또는 3,000명 단위로 러시아 선박에 의해 연해주로 이송된 이들 폭풍군단 소속 장병들이 러시아 군복으로 갈아입고 단기 훈련과 보급품을 받고 열차편으로 접전지역인 쿠르스크, 돈바스, 도네츠크, 오데사 지역 등 전투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1 2천여 명의 인민군 장병들이 독자적인 인민군 편제를 그대로 유지하며 작전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군에 편입되어 낯선 러시아군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전투에 임하는, 말 그대로 러시아군 용병이라는 것입니다.

 

6.25전쟁 당시 북한에 개입했던 중공군이 인민군 지휘관 밑에서 인민군 군복을 입고 인민군의 작전 명령을 받고 한국군이나 유엔군과 싸웠습니까? 정정당당하게 중화인민공화국의 깃발을 들고 중공군 군기를 들고 중국말을 쓰며 중공군 편제에 따라 작전했습니다. 지금 러시아에 파견된 인민군은 임금 2천 달러를 받는 러시아의 용병 즉 푸틴 대통령의 용병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은 이들 러시아에 파병된 인민군 병사들 가족과 접촉하고 있지요? 무슨 말로 그들을 위로하며 어떤 논리로 이해시키고 있습니까? 성스러운 전투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원했고, 명예롭게 선발되어 러시아에 갔다고 설득합니까? 아니면 2천 달러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어 그 돈이 송금되면 가족의 경제생활이 풍족해질 것이니 이 역시 누구보다 당의 은혜를 받은 것 아니냐고 설득합니까?

 

당 간부 여러분! 지난 6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명한포괄적전략동반자협정에 의해 어느 일방이 적대적 외세로부터 군사적 침공을 받았을 때 다른 일방은 상대방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하기로 되어 있으니, 이 상호방위협정에 의해 파견된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정말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의해 침공 받았으니 인민군의 파병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까?

 

이런 주장도 새빨간 거짓임을 여러분도 알고 있지요?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침공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지역 일대를 병합하기 위해 자행한 제국주의 침략전쟁입니다. 뻔히 김정은과 당 수뇌부는 전쟁 성격을 알고 있으면서 이 전쟁이 마치 러시아의 정의로운 전쟁, 우크라이나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한 러시아의 방어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인민군을 파견한 것처럼 거짓 선전선동을, 그것도 공개적이 아니라 비공개적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러시아 용병으로서 받기로 한 임금이라도 제대로 전액 가족들이 받도록 해야 할 것인데 과연 2천 달러의 임금을 전달받고 있는가? 외화벌이 노동자들처럼 임금의 80~90%를 김정은의 39호실 구좌로 떼고 부스러기돈 몇 푼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해외의 북한 관찰자들은 인민군 파병이란 김정은 스스로 국가의 존엄이나 체면 따위는 송두리째 내버린 용병 파견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파병된 그 가족들에게까지 숨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당의 반인민적 반윤리적 행태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사실입니다. 2년 전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명령이 떨어지던 그 당시 세계에선 이 전쟁은 짜르 러시아 시대의 전통을 계승한, 영토 확장전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2~3주 내에 우크라이나 동부국경지대를 점령할 수 있다고 호언했던 푸틴 대통령이지만 해를 넘기며 70여만의 사상자가 나자, 그렇다면 총동원령을 내려서 병력을 보충해야 했을 텐데, 그렇게 될 경우 국내에서 일어날 반 푸틴 반발이 두려워서 푸틴 대통령은 그 대안으로 북한군 용병을 요청했고 이에 김정은 선뜻 응했다는 것이 자유세계 및 북한 관찰자들의 판단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을 비롯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 영국, 미국의 군사정보당국 및 인공위성 판독 전문가들의 평가를 보면 러시아군에 편입된 인민군 용병들은 간단한 러시아어 군사용어, 지뢰매설 교육 등을 받고 AK소총, 60mm 박격포, 야간 투시경 등 보병 작전 장비들을 공급받아서 일단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되었고 이어 교전으로 수십 명의 희생자가 났으며 언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러시아군과의 교전도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보급체계가 부실하여 식량공급도 제대로 받지 못해 수십 명의 탈영병도 생겼다고 합니다. 저 넓은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평원에서 열추적 장비를 장착한 우크라이나 드론이 병사들의 참호까지 수색해서 개인 개인을 찾아 공격하는 오늘의 전장에서 과연 푸틴 대통령이나 김정은이 기대하는 작전 성과를 거양해 낼 수 있을까? 의문투성이의 판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현지 사정이 이처럼 위험천만한데 한편 북한 내 가족들은 그 어떤 전투현장에서 그 어떤 전투임무를 수행하는지 깜깜무소식입니다. 왜 이들 가족들에게는 실상을 알리지 않는가? 한발 더 나아가, 은밀하게 추진한 이 파병 사실이 전 북한 인민들에게 알려지면 김정은과 당국에 대한 비판여론이 퍼질까 두려워서 이들 가족들을 한 곳에 이주시켜 마치 정치범 수용소처럼 가뒀다는 소식까지 흘러나오니, 여러분 당에 대한 비난이 고양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여러분 스스로 지금 여러분 당 수뇌부가 취한 러시아 용병 파병이 과연 당에 대한 인민의 신뢰를 높이는 결과가 될지 아니면 그 반대 현상을 야기할 지를 냉정히 판단해야 합니다. 최소한 기대하는 것은 사상자에 대한 올바른 예우, 그 가족에 대한 온전한 임금전달 등이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반인도적, 반인륜적 조치만은 그만 두길 간절히 권고하는 바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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