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대러 군사협력은 ‘자충수’임을 알아야
2024.11.27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요청으로 인해 러시아군 용병으로 파견된 인민군 제11군단 병사 1만 2천여 명은 지금 쿠르스크 일대에 배치되어 전투에 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경우 하루에 1,700여 명의 전사자를 내고 있을 정도로 치열하다고 하니 당연히 이들 러시아군에 편입된 인민군 병사들의 희생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11월 초 제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된 도널드 트럼프 씨는 선거기간 중 본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24시간 이내에 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내년 1월 그가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하면 곧바로 양측 전쟁 당사국에게 휴전 내지는 종전을 위한 협상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다 보니 양측 전쟁 당사국은 한치의 땅이라도 더 점령하여 휴전회담에서 유리한 입장을 취하기 위해, 보다 치열하게 전투에 임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은 한국전쟁 당시 즉 1953년 7월, 정전협정체결을 앞두고 인민군-중공군연합군과 한국군-유엔연합군 사이에서 현 남북 휴전선 일대의 크고 작은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전개했던 그 치열한 전투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금년 겨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투는 이처럼 치열할 것이고 그 한복판에 러시아군에 편입된 인민군이 끼여 있는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이처럼 위험한 전선에 투입되어 악전고투하고 있는 11군단 병사들의 소식을 듣고 있습니까? 해외의 우리들 북한 관찰자들의 눈에는 김정은을 비롯한 극소수의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나 인민군 참모본부의 관련부서 장병 이외엔 전혀 파견 병사들의 작전 현황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 파병 장병의 부모 형제, 그 가족들도 알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왜 그 존엄 높은 여러분 당이 사상 처음으로 인민군을 러시아에 파견했는데 이들이 어떤 작전상황 가운데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습니까? 빠짐없이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통신을 보고 있는 그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왜 모르는 체 합니까? 머지않아 전사자와 부상자의 북한으로의 송환이 예상되는데, 언제까지 여러분 당의 공식 보도매체들은 이들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을 작정입니까? 당과 수령의 명령에 따라 생명을 버리고 충성할 것을 서약하고 장도(長道)에 오른 이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그들의 작전 현황을 북한인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가 아닙니까?
당 간부 여러분! 벌써 10여 년 동안 국제사회의 제재가 계속되어 경제가 나락에 떨어진 상황에서 그 막대한 지원과 예산을 투입하여 핵미사일을 개발하다 보니 정의와 불의를 가릴 여지가 없게 되었습니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포탄이나 군장비 지원으로 얻는 보상가지고는 더 이상 김정은이 계획한 5대 군사과제 성취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며 취한 조치입니까? 이판사판의 결정이었습니까? 이런 결단으로 과연 당 간부 여러분도 오늘의 여러분 당이 직면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다시 말하지만 국제정세는 김정은과 여러분 당 수뇌부가 판단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그 예로 지금 중국의 습근평(시진핑) 주석이 취하고 있는 대외정책을 눈여겨보면 알 수 있습니다.
11월 15일,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열린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는 중국의 습근평 주석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습니다.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렸던 20개국 정상회의 이후 두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습근평 주석은 “전략적동반자관계인 한중 두 나라는 선린우호,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호혜상생하며 양국 국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강조했고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무역의 발전을 위해 안보, 경제, 문화, 인적 교류를 증대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회담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여러분 당이 인민군을 파견함으로 ‘심대한 위협’을 초래했다는 점을 솔직히 언급해서 유감을 표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병력을 파견하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고 있다는 것은 결코 정의로운 일이 아니며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반 평화적 행동임을 지적하며 규탄했습니다. 여러분 당이 1만 2천 명의 병력을 파견한 이상 한국으로서는 이런 북한의 조치를 그대로 묵과할 수 없으며 상응하는 조치를 강요받게 되어 있음을 언급하면서, 이런 여러분 당의 조치에 대해 중국의 응당한 대책이 있어야 함도 지적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 당이 러시아에 기울어져 러시아의 패권적 침략을 지원하는데 반하여, 중국은 한국 국민의 중국 입국을 비자를 득하지 않고 일정기간 동안 중국에 입국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이런 조치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국가적 신뢰도가 얼만큼 높은가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당이 영원한 적대세력으로 치부하는 한국에 대해, 여러분 당의 최대 후원국이자 군사동맹국인 중국은 보다 돈독한 우호협력관계 형성을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과연 여러분 당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 어떤 정책을 채택해야 할 것인지를 엄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여러분 당과 혈맹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 이 두 나라와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 나가는 것이 옳은가, 전략적 판단을 다시 생각할 때입니다. 진정으로 자국의 안전과 이득이 무엇인가를 깊이깊이 생각하고, 무모한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여러분 당의 명줄을 스스로 조이는 결과를 자초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이 바로 이런 결과를 자초하는 결과가 될 것임을 명심할 것을 지적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