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지식인들 외부세계 접촉 허용해야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24.10.02
[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지식인들 외부세계 접촉 허용해야 사진은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 모습.
/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코로나의 창궐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지상, 해상, 공중의 모든 국경선을 봉쇄한 이후 북한에서 탈출해 온 주민들은 크게 감소했지만, 이미 해외에 나와 외교관으로, 무역통상부문 종사자로, 또는 국제기관의 과학기술 분야에 전문가로 파견되었던 일꾼들은 한국이나 미국 또는 유럽 각국으로의 망명, 정착하고 있는데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3 4천여 명 탈북자들의 신변, 지식 수준을 조사한 바 있는 관계 전문가들은 교육, 문화예술, 출판, 보도 또는 보건, 의료 등의 분야에 근무하던 분들이 적지 않다고 얘기했습니다. 한마디로 주체사상을 충분히 학습한붉은 지식인이 그처럼 많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그런데 탈북한 그분들과 만나보면 한결같이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지니고 있었고 혁명성이 강했고 조직성과 규율성이 높았고 정의감과 양심, 긍지감 같은 사회정치적 감정이 강했으며당이 결심하면 나는 한다는 굳은 신념으로 당과 수령의 결정에 신뢰를 표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처럼 강한 자신의 당성을 버리고 탈북했는가? 그 이유는 이런 자신의 생각이 말짱 허구에 대한 신뢰 즉 당의 거짓 선전선동에 속고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최근에 와서 여러분 당의 당보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근로대중이 생산한 과실과 재화를 몽땅 착취한다. 때문에 자본주의 국가의 근로대중은 반자본투쟁을 계속 격화시킬 수 밖에 없다는 고루한 논리입니다. 그런데 탈북한 북한의 지식인들은근로대중을 착취하는 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부르주아 계급이 아니고 사회주의 혁명을 주장하며 일당독재하에 특권을 누리는 붉은 귀족 특히 북한의 김씨 세습독재집단임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이들 탈북지식인들은 이른바 ‘사회주의 경쟁의 본질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사회주의 경쟁은 명실공히 모든 생산자들이 자기 일터를 당정책관철을 위한 일선 참호로 여기고 새 기준, 새 기록 창조를 위해 서로 경쟁하면서 인민경제 계획을 일별, 순서별로 정확히 수행하는 대로 철저히 지향, 복종되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경제전반의 뚜렷한 상승 발전을 힘있게 떠밀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생산자 자신은 집단의 한 구성분자로, 기계의 한 부품같이 일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라는, 전체주의를 가장 정확히 구현하는 방식이 바로 사회주의 경쟁이라는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 당은 사회주의 경쟁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을 때그 원인은 명백히 일꾼들의 사상 관점에 있다고 규정합니다. 바로 당에 대한,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면, 경쟁에서 뒤질 이유가 없다고 규정하는 것입니다. 이 말이야 말로 가장 무서운 경고가 아닙니까? “사회주의 경쟁은 인민에 대한 열렬한 애국심과 집단주의 정신의 분출이다라고 규정했으니 이에 뒤진 자는 당연히 사회적 도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지요.

 

생산공장에는 각종 생산투쟁구호와 표어는 물론 노동자들의 투쟁모습을 담은 사진자료들로 꽉 채우고 단위별, 기대별, 개인별 경쟁요강들을 제시해 놓았으니 이런 환경 속에서 각자의 의견이 통할 수가 있겠습니까? 매일매일 벌어진 경쟁에 대한 총화와 평가사업이 진행되니, 각 개인은 나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적이 나오지 않는 자에게는구태의연한 일본새에 사로잡힌 것 때문이라고 비판하며보다 높은 생산의욕, 사상성을 발휘하라고 다그칠 터이니 말 그대로 일선 참호에서 돌격전을 전개하는 기분으로,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생산투쟁의식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런 경쟁이 바로 사회주의 경쟁의 본질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생산된 제품이 질이 높아지고 인민의 수요에 호응하는 제품이 생산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 당이 그처럼 비판하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쟁은 회사와 회사간의 경쟁이지만 소리없이 생산된 물품, 시장에 나온 제품이 인민대중의 요구를 반영하는 제품인가의 여부를 즉석에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인민의 요구에 맞는 제품일 경우 불티나게 팔려 나갑니다. 그러니 생산자들 자신이 온정을 다해 인민대중의 요구, 구매자의 기호에 응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제품의 질을 경쟁의 본질로 삼게 됩니다. 이런 시장경쟁을 통해 생산은 활기를 찾고 인민의 요구에 적응하기 위한 집단간의 경쟁이 불붙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제품 생산에 공헌한 일꾼에 대한 보상이 진행되는 것이지요.

 

당 간부 여러분! 21세기 오늘의 산업현장은 기술혁신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수백, 수천의 기술혁신제품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은 이런 기술 혁신 제품을 대하면서 그동안 북한에서의 실태를 회고합니다. 저렇게 폐쇄된 상태로 어떻게 인민들의 생활향상을 위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가? 첨단과학 기술을 이용한 군비경쟁에서 미국이나 한국을 타승할 수 있는가? 우물 안 개구리, 부뚜막의 강아지처럼 세상물정, 변화하는 과학기술발전을 외면하고 어떻게 낡은 사회주의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AI)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대리하는 세상인데 아직도 당에 대한,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생산현장을 옥죄이고 있으니 북한의 미래가 트일 수 있겠는가? 이런 비관적인 관점이 북한 지식인의 대거 탈북을 촉진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비관적 전망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은 고루한 이념중심, 전체주의적 집단의식에서 벗어나 북한인민에게 사고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입니다. 우선 북한의 지식인들이 외부세계와의 접촉이 가능하도록 허용하십시오. 유무상통할 수 있게 기회를 허락하여, 변화된 세계를 알게 하십시오. 북한 인민대중의 가난과 빈곤 퇴치를 염원하는 탈북 지식인의 권고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탈북 지식인들의 고 온 산하에 대한 염려를 청취할 것을 다시 한번 권고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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