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동·서독 통일에서 교훈 얻어야
2024.10.23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즐거운 풍악이 나래칠 지금인데 김정은을 비롯한 당 중앙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 보입니다. 대한민국과의 국경선, 과거 75년간 유지해온 휴전선 일대에서 전례없는 반역사적, 반민족적 파괴행위가 여러분 당 중앙의 계획적인 작전에 의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여 년 전 김정일과 남한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선언’을 발표하고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잇고 남북의 자유로운 왕래를 실현해서 무너진 북한의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경제협력을 전개하기로 했고, 남한 측이 낸 자금으로 남북간 철도와 도로를 잇는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후 수만 명의 남한 국민이 육로로 금강산을 찾았고 수만 명 북한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서 남한의 120여개 기업에 취업하여 제품생산에 전력했습니다. 이런 경제협력의 결과 북한 근로자의 생산의욕이 고취되고 북한 당국은 김정일 선대 수령이 계획한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상당한 자금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당은 1석 2조의 결실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선대의 유지를 잘못 계승한 김정은 시대가 출범하면서 남북관계는 선의가 아닌 악의의 방향으로 치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의 남북경협현장과 금강산관광현장이 폐쇄되었습니다. 그후 지난 10여 년간 경색 일로를 걸어왔고, 남한이 약 1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세웠던 금강산 관광시설이 김정은의 명령에 의해 몽땅 부서졌으며 역시 남한기업이 건립한 개성공단의 생산설비들, 남북 협력 강화의 상징으로 세웠던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습니다. 물론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과 ‘9.18 군사합의’도 파기되었습니다. 이처럼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여러분 당은 철저하게 남북간의 적대적 대립을 인위적으로, 계획적으로 조성하고 긴장을 고취하며 핵미사일 개발에 온 나라의 자금과 과학기술을 쏟아 부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북한의 인민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제재가 강화되어 지급자족방식 외에 다른 경제발전 방법을 생각할 수 없는 궁지에 몰렸습니다. 북한인민의 일상적인 경제생활과 먹는 문제를 비롯한 일상생활 필수품의 공급은 더욱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북한의 경제적, 문화적 격차는 더 이상 비교해볼 여지도 없이 벌어졌습니다. 대충 계산해도 남북한의 GDP(국내총생산)은 50~60대 1, 즉 북한의 열세로 특히 사회문화적 인민생활은 비교할 수치조차 제시할 수 없을 정도의 격차를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도 족히 아는 대로 문화란 높은 데서부터 낮은 데로 흐르는 물결처럼, 높은 선진 문화국으로부터 낮은 후진 문화국으로 흘러 들기 마련입니다. 이런 문화 흐름의 법칙에 따라 남한의 사회문화가 자연스럽게 북한으로 흘러 들게 되었습니다. 특히 북한 청소년들의 경우 그들의 예민한 감수성에 비례하듯 남한 청소년들의 말본새, 노래, 드라마, 옷, 머리 모양 등 유행을 따라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김씨 3대 세습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급급한 여러분 당의 인민 통제에 심각한 부정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경계하면서 여러분 당은 각종 통제조치를 취해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법이 바로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이 아닙니까? 그러나 이런 법률적, 사상적 통제방법으로는 유입되는 해외 및 남한 문화현상을 방지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취한 조치가 바로 남북간의 왕래를 근본적으로 막아보려는 것이었습니다. 그 방법으로 채택한 것이 이른바 ‘2개의 조선’ 정책이 아닙니까?
당 간부 여러분! 작년 12월 이후 김정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한을 제1의 적대국가로 지칭하며 철저히 까부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김정은은 이 불가능한 반민족적, 반역사적 범행을 자행했는가? 그 이유는 명백합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선대가 물려준 인민공화국이라는 지배 지역조차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선대 김일성이 결행했던 국토완정 통일조선은 고사하고 휴전선 북쪽 지역만이라도 유지해보자는 속셈 때문이지요. 말을 바꾸면 남북 체제경쟁에서 패배했음을 자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55마일 휴전선 일대에 장벽을 쌓고 봉쇄한다고 해서 인민공화국 영토 내의 체제 안정이 가능하겠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아마도 김정은은 1974년 ‘2개의 독일’을 선언했던 동독의 경우를 본받는 듯 합니다. 동독의 공산당 수뇌였던 호네카 국가평의회의장은 1974년 서독과의 체제경쟁에서 불리함을 인정하고 2개의 독일, 2개의 민족을 선언했습니다. 그는 1961년 구축했던 베를린장벽을 전 동독 지역으로 확대한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1998년 베를린 장벽을 37년만에 무너졌고 2개의 독일, 2개의 민족 주장은 24년만에 파기되었습니다. 체제경쟁에서 완전 패배했기 때문이지요. 지금 여러분 당이 휴전선에 구축하고 있는 저 장벽이 과연 몇 년이나 갈 것 같습니까? 저 장벽은 남한의 북침으로 무너질 것이 아니라 인민대중의 자유를 위한 저항으로 무너질 것입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처럼 2개의 독일 체제가 무너진 것처럼, 여러분이 명심해야 할 것은 북한인민의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바라는 그 소망은 휴전선의 콘크리트 장벽은 바로 남쪽에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로운 나라에 같은 민족이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사는 한, 오래가지 못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콘크리트 장벽이나 핵미사일로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자유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남한의 문화 유입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수십만의 외화벌이 근로자, 해외파견 외교관, 국제기구에 파견된 전문요원, 무역 일꾼 등에 의해 그리고 나날이 늘어나는 IT, 컴퓨터, 휴대전화를 통해 봉쇄된 육·해·공 국경선과 콘크리트 장벽을 뚫고 진실이 북한으로 유입됩니다. 여러분은 이런 현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동서독의 통일을 교훈으로 삼길 바랍니다. 인위적, 물리적 방법으로 민족을 갈라 세울 수 없음을 다시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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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