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서부지역 소식] 노인 요양원을 운영하는 탈북민
2024.05.14
이곳 중서부는 제법 따뜻하고 온화한 날씨로 온통 초록으로 물든 아름다운 봄의 향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거리에는 밝은 봄 햇볕을 즐기며 산책하는 사람들, 아기들을 태운 유모차를 끌며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여유롭고 평화로와 보입니다.
이런 활기찬 봄날에 미국 중서부의 빼곡히 우거진 울창한 숲속에 위치한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에서 바쁘게 이불을 정리하고 흐트러진 가구들을 바로 잡고 음식을 준비하는 분주한 손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07년 탈북해 미국에 온지 17년째 되는 탈북민 최주영씨입니다. 지금은 초대형 규모의 노인 복지시설인 양로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주영 : 어덜트 패밀리 홈이라고 하는데요. 집을 인스펙션하러왔던 주 정부 기관사람들이 와서 보고는 진짜 자기들이 다녀본 집들 중에서는 제일 크고 멋있고…
최씨의 초창기 미국 생활에는 큰 딸은 한국에 떨어져 있었고 작은 아이는 주영씨가 대학을 미국에서 다시 다니면서 일을 했기 때문에 낮에는 탁아소에 맞겨져야 했습니다.
주영씨는 북한에서는 간호대학 출신으로 중동에 간호사로 파견근무를 하였기에 미국에 와서도 간호사가 되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중동에서 4년간 일하다 와서 영어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정식 미국 대학교에 편입하여 간호 보조사 자격증 취득을 시작으로 정식간호사인 R.N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씨는 미국에서 또다시 공부를 하게 되었고 정식 간호사 교육과정을 밟았습니다. 미국에서는 간호사가 의사나 변호사처럼 고소득 직업으로 분류됩니다.
처음에 미국에 와서 큰 문제 없이 공부를 할 수 있었지만 주방용 기계를 수리하던 남편이 사다리에서 떨어져서 부상을 입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계획에 수정을 하게 됩니다.
최주영 : 어쨌든 먹고 살아야 되는데. 집세나 전기세 등 공과금도 내야 하잖아요. 할 수 없이 기다리는 동안에 제가 일하고. 처음에는 제가 나가서 일했는데 공과금 내기도 힘들더라고요.
최씨는 더이상 남편에게 생계를 맡기고 학교만 다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아픈 남편을 대신하여 버려진 플라스틱 물병이나 재활용품을 팔기도 하고 꽃가게에서 일하기도 하며 간호사 공부대신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남편도 회복이 되고 주영씨의 사업도 확장이 되면서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최주영 : 저는 좋습니다. 좋다는 이유가 내가 일하면 일한 것만큼 벌어들일 수 있고요. 제가 북한에 있었을 때는 솔직히 거기서 병원에서 먹고 자고 했었거든요. 왜냐하면 병원에 나가서 일한 저희 월급가지고는 먹고 살 수 없어서 병원에 근무하는 분들이 거의 장사를 나가서 교대해줄 사람이 없었거든. 그런데 그렇게 일하고도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없으니까 힘들었죠.
어려운 상황에서 좌절하고 않은 자신의 진로를 수정했던 최씨는 더 좋은 환경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자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시카고에서 RFA자유아시아 방송 김성한 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