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웜비어 사건’은 대미 대화 위한 계획된 범죄
2024.11.06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주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함께 북한에 억류 및 납북된 한국인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께서는 일부 억류된 사람들의 경우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말씀하셔서 충격적이었습니다. 북한 당국의 반인도적인 범죄의 극치라 할 수 있겠는데요. 오늘은 해외 납북자, 억류자 문제에 대한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사실상 북한 당국이 미국 등과 정치적으로 대화할 필요성이 있을 때 억류, 납치 등과 같은 반인도범죄를 벌이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신다고 하는데요.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외국인을 억류한 사례들도 많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씨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들은 장기간 억류됐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들 외에도 북한에 억류됐던 외국인들이 상당 수지만 이들은 대부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요. 한국인들만 현재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류현우] 북한 당국도 미국인들을 인질로 붙잡고 있으면 그에 따른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억류하게 되면 자국민의 생명,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미국 정부가 이들의 석방을 위해 자기들과 회담을 하고 협상을 하게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은 협상가치가 높은 인질로 취급됩니다. 지난 시기에도 미국은 북한에 억류되었던 자국민을 데려오기 위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고위 인사들이 북한을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전격적인 대화 분위기를 이용해 억류 중이던 미국인 3명을 한꺼번에 석방하도록 북한 당국과 교섭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2018년부터 북한과 3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을 데려오기 위한 의미 있는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지난 2009년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박의 경우 북한에서 어떤 고문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박 씨는 한 인터뷰에서 고문을 받은 기억을 꺼내는 것조차 힘들어 했는데요. 실제 고문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하나요?
[류현우]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외국인들은 고문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북한 당국이 이들을 활용해 자기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이 미국인을 왜 필요로 하겠습니까? 이용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억류된 외국인에게 육체적 피해를 주면서 고문 흔적을 남기면 저들의 목적을 실현할 수 없지요. 물론 독감방에서 잠을 재우지 않는 방법 등 정신적 피해를 주는 고문 같은 것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육체적 고문과 같은 하수를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진행자] 미국인 억류자로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오토 웜비어의 사건도 당시 세계에 충격을 준 바가 있습니다. 당시 오토 웜비어의 억류 이유는 정치선전물에 손을 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인을 억류했다는 것은 당시 북한에 정치적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할까요?
[류현우] 오토 웜비어 사건은 제가 북한에 있을 때, 2016년에 발생했습니다. 이때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이었던 최선희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관 외교관들과 접촉을 했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스웨덴 대사관이 미국의 이권사무소격으로 대리업무를 해주고 있습니다. 이 사건 발생 즈음인 2015년 말은 미북 사이에 그 어떤 대화도, 만남도 없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에 기반을 둔 ‘묵시정책’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미국은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대화가 아닌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으로 대응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가 아닌 철저한 고립으로 대답했습니다. 이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바로 오토 웜비어를 인질로 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웜비어는 정치선전물을 훔친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북한은 역대 미 행정부가 자국민의 생명 안전을 위해 북한의 회담 제안에 응하곤 했기 때문에 오토 웜비어를 인질로 삼으면 미국이 평양으로 찾아올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마지막까지 북한과 그 어떤 대화도 하지 않고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억류된 웜비어는 국가보위성에서 맡아보았습니다. 그래서 중간에서 외무성 북미국이 다리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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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그렇다면 당시 오토 웜비어가 억류됐던 것은 북한 당국의 철저한 계획 하에 이뤄졌다는 말씀이신가요? 협상이 목적이었다면 웜비어는 왜 혼수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봐야 하나요?
[류현우] 네, 오토 웜비어는 사실상 국가보위성이 계획한 사건입니다. 협상을 하려해도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정책을 이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2016년은 미국에서 대선이 이루어지던 시기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미국에서도 오토 웜비어 사건에 눈길을 돌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북한도 웜비어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될 줄은 예상 못했을 것입니다. 오토 웜비어가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일이 크게 번져질 것을 우려한 국가보위성이 외무성 북미국에 차후 일처리를 넘겼고 북미국은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로 하여금 미국과 관련 사항을 논의하도록 지시하면서 혼수 상태의 웜비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직후 2017년 6월 미국에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진행자] 일본도 북한에 의한 납치자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일본 정부 산하의 납치문제대책본부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일본인 납북 피해자는 모두 17명이고 북한에 의해 납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람들 873명을 따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일본인 납북자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류현우] 사실 납치는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인권유린의 극치입니다. 사실 일본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납북 피해자 17명 외에 납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람들을 873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정도 규모까지는 일본인 납치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의 대남부서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 일본인들을 납치했던 기본 원인은 대남 공작원들의 신분세탁, 교육, 언어, 공작 등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요코다 메구미씨도 대남 공작원들에게 일본어와 일본의 문화, 풍습 등을 교육하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북한의 대남 공작원들을 1 대 1로 상대한다고 가정해도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진행자]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거 북한 정부가 일본인 납북자 중 한 명인 요코다 메구미라며 보낸 유골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 있어 일본인 납치자 문제는 일본과 대화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협상용 카드에 불과하다고 봐야할까요?
[류현우] 물론 일본인 납치자 문제는 일본과의 협상카드이기는 하지만 단지 그런 목적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KAL기 폭파사건으로 체포된 김현희 씨도 일본 여권을 소지한 일본 여성으로 위장했고 체포된 후 조사과정에서도 일본인 흉내를 내기 위해 일본어로 대화했다고 합니다. 김현희 씨도 자기의 회고록에 요코다 메구미 씨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썼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대남 공작원들에게 필요한 교육, 신분세탁 등 공작상 필요에 따라 일본인들을 납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납치, 억류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이라는 나라가 어떤 국가인지를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은 지난 2017년부터 특수한 목적의 방북 외에는 북한으로의 여행을 금지했는데요. 북한의 이 같은 범죄, 어떻게 단죄하고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곧 북한의 제4차 보편적정례인권검토, 즉 UPR이 진행됩니다. 이를 계기로 북한의 한국, 외국인 납치 및 억류 문제가 조금이라도 개선될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류현우의 블랙북스,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님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