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김정은 우상화 완성의 걸림돌 ‘고용희’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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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주 방송에서 올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우상화가 어느 정도로 진행될지에 대한 전망을 들어보셨는데요. 오늘은 김정은의 친모, 고용희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난주 방송에서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이렇게 현재의 최고지도자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친모인 고용희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고용희가 김정남을 상당히 견제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게 사실인가요?
[류현우] 고용희가 자기 아들의 후계를 위해 2001년 김정남이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추방된 사건을 이용했다는 기사들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2001년 김정남이 가족과 함께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해 일본 나리타 공항에 갔는데 이때 도미니카 위조여권을 가지고 입국하려던 것이 발각되어 추방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김정일이 분노하여 김정남을 후계 구도에서 제명했다는 내용입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김정일은 뇌졸중에 걸린 2008년 8월까지 후계자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북한의 정치 문화로 봤을 때 후계수업을 거치지 않고 바로 25세 아들을 후계자로 정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김정일도 자기의 계획보다 더 빨리 후계자를 지명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김정남은 이미 북한 밖에서 자유롭게 살면서 북한 내부 실정과 멀어져 있었던 상태입니다. 사실 맏아들 김정남은 이른바 ‘술 도깨비’에 여성 편력도 있어 망나니로 취급 당했기 때문에 아버지 김정일의 눈 밖에 난 지 오래된 상태였습니다. 제가 김정남에 대한 일화를 한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1990년대 말 김정남이 고려호텔에서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다가 호텔 1층 바깥 유리를 깨뜨렸습니다. 국내에는 없는 대형 유리였기 때문에 수입해야 하는 유리였습니다. 호텔 보위원과 보안원이 나와 단속하며 김정남을 문책했는데 그때 “내가 누군지 알아?”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동행했던 김정남의 경호원이 사건을 일단 수습하고 빠져나왔지만 고려호텔에서 있었던 사건이 노동당 조직지도부,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노동당 재정경리부 당 호텔관리국 등으로 보고됐고 이 기관들을 통해 김정일에게 보고되었습니다. 김정일은 매일 술을 마시고 이른바 ‘계집질’만 하는 김정남 때문에 골치가 아팠습니다. 물론 (김정은 후계구도에) 고용희의 입김도 많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다만 김정남이 해외에서 살게 된 데는 이런 원인들이 많이 작용한 것입니다. 김평일처럼 해외를 떠돌게 되면 국내에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쌓을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해외를 떠도는 순간 후계자에서 밀려났다는 의미입니다.
[진행자] 김정일이 후계자로 김정은을 고려할 때 그의 친모인 고용희의 신분에 대해 우려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김정은 집권 직후 한 때 고용희 우상화 영상이 배포됐다가 다시 수거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류현우] 김정은의 아킬레스건은 어머니 고용희입니다. 어머니 고용희는 재일동포였습니다. 북한에서 재일동포는 ‘째포’라는 속어로 통합니다. 북한에서 재일동포는 2부류 국민으로 취급됩니다. 재일동포 출신은 당, 보위, 안전, 사법, 검찰과 같은 권력기관에서 근무할 수 없습니다. 또한 고용희는 김정일의 정실 부인이 아닌 동거녀로서 평양에서 떨어진 원산에서 생활했습니다. 그곳에서 김정철, 김정은, 김여정을 낳았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김일성이 그 존재를 몰랐습니다. 게다가 고용희 아버지 고경택은 일제에게 군복을 제작해서 납품하던 친일 자본가였습니다. 그리고 고경택은 제주도에서 나서 자란 남조선 출신이었습니다. 북한에서 남조선 출신들은 출세하지 못합니다. 또한 고용희 동생 고용숙은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고 오빠인 고동훈도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망명했습니다. 한마디로 김정은은 재일동포인 어머니와 친일파 외할아버지, 남조선 출신, 탈북자 집안 등 북한에서 증오하는 반동 집안의 구성원인 것입니다. 그래서 김정일은 3남인 김정은의 혈통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009년부터 ‘백두혈통’이라는 표현을 만들어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어머니 고용희를 공개하면 ‘백두혈통’은 완전히 없어지게 되는 셈입니다. 김정은은 집권한 후 2012년 고용희에 대한 우상화 기록 영화인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니’를 만들어 방영했습니다. 그리고 고위 간부들에게 CD로 배포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도 장인어른이 받은 CD가 있었고 거기에 수록된 기록영화 ‘위대한 선군조선의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2015년에 다시 이 CD를 회수했습니다. 김정은도 자기 어머니 고용희를 우상화 하려는 순간 자기의 혈통 문제, 그로 인한 정통성 문제, 자기 권위의 추락, 세습 독재의 종말 등 모든 스탭이 꼬인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우상화작업을 중단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니’ 영상 외에도 고용희 우상화와 관련한 작업이 있었습니까?
[류현우] 제가 알고 있기에는 전 사회적으로 고용희와 관련된 우상화 교육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노동당원들에 대한 우상화 교육도 전혀 없었습니다. 광범위한 대중을 상대로 하는 우상화 교육은 아무래도 고용희의 과거를 들춰내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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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고용희의 묘소의 경우 평양 대성산 구역에 마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그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는데요. 고위급 간부나 엘리트들의 참배가 이뤄지고 있습니까?
[류현우] 대성산혁명열사릉 오른쪽으로 독립적으로 큰 묘소가 있는데 여기가 바로 고용희의 묘입니다. 묘비에는 ‘선군조선의 어머니 고용희 1952년 6월26일 출생 2004년 5월24일 사망’이라고 써있습니다.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에 새롭게 꾸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에는 고용희 묘소가 평양시 룡성구역에 있었는데 김정은이 집권한 후 2012년 6월경 대성산혁명열사릉 옆으로 이장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해마다 9월 21일이 오면 기관별로 집체적으로 대성산혁명열사릉에 가서 참배를 합니다. 9월 21일이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의 사망일이거든요. 그러나 이 때 고용희의 묘소에는 집체적으로 가서 참배하지 않습니다. 개별적으로 혹은 가족 별로 참배합니다. 저도 해마다 12월 24일 김정숙의 생일을 맞으면 가족과 함께 대성산혁명열사릉에 가서 참배를 한 뒤 내려오면서 고용희 묘소에 들려 또 참배를 했습니다. 대부분 대성산혁명열사릉을 다녀온 사람들은 당 세포에 보고할 때 몇월, 며칠, 몇시에 대성산혁명열사릉을 참배했고 선군 어머님(고용희) 묘소도 참배했다고 보고합니다. 이런 것들을 당 세포가 장악하기 때문에 이를통해 본인들의 당 생활평정서에 관련 내용이 기입됩니다. 그래야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 높은 것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집체적으로 (대성산혁명열사릉에)간 후에도 별도로 고용희 묘소에 다녀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용희 묘소에는 집체적으로 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모두 가족과 따로 다녀왔습니다. 물론 가족들과 갈 때 장인, 장모 등 처가 식구와 함께 갔습니다. 고위 간부들도 고용희 묘소를 다녀왔다고 당 세포에 보고해야 충성심이 높은 사람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대성산혁명열사릉에 갔다 오면 반드시 고용희 묘소를 들려야 합니다. 고위 간부들이 고용희 묘소에 다녀왔다는 일보는 김정은이 직접 받아보니까 일반인들보다 더 자주 가야하는 셈입니다.
[진행자] 앞서 간부들이 자체적으로 고용희의 묘소를 참배하고 이를 보고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간부들은 고용희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고, 자신의 충성심을 표현하는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는 의미인가요?
[류현우] 물론 고용희 묘소에 대한 참배를 조직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간부들은 알아서 묘소를 찾아가 충성심을 표현해야 합니다. 대부분 간부들은 이미 김정은이 CD로 배포했던 ‘위대한 선군조선의 어머니’를 시청했기 때문에 고용희 존재를 다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 후 CD를 회수하기는 했지만 고용희의 존재가 이미 알려졌고 묘소 위치도 다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희 묘소를 안 갈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간부들은 고용희 묘소를 가서 참배하고 당 세포에 보고합니다. 그리고 저의 장인어른과 장모는 고용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간부들이 가는데 가지 않으면 김정은을 볼 면목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가정적으로는 해마다 고용희 묘소에 찾아가곤 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가 선대 지도자들 급으로 강화되는 과정에서 진행되다 중단됐던 고용희에 대한 우상화도 이뤄질 것으로 보십니까?
[류현우] 앞으로 고용희에 대한 우상화는 그 어떤 경우에도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유는 고용희에 대한 우상화를 하는 순간 김정은의 백두혈통의 허구성, 정통성의 논란, 권위 추락, 세습 독재의 종말과 같은 보다 심각한 내적 문제들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도 세습독재체제를 흔들 수 있는 자충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진행자: 오늘은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정통성을 흔들리게 하는 그의 친모, 고용희와 관련된 이야기를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께서 해주셨습니다. 오늘 말씀 들어보면 김정은은 평생 자신의 어머니를 공개적으로 우상화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 이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김일성, 김정일 등 선대로부터 이어져 온 정통성을 부정하는 듯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류현우의 블랙북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