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시리아 독재 몰락② ‘김일성공원’ 조성 훈장받은 장명호
2025.01.22
![[류현우의 블랙北스] 시리아 독재 몰락② ‘김일성공원’ 조성 훈장받은 장명호 [류현우의 블랙北스] 시리아 독재 몰락② ‘김일성공원’ 조성 훈장받은 장명호](https://kordev.rfaweb.org/korean/weekly_program/b958d604c6b0c758-be14b7995317c2a4/fall-of-the-syrian-dictatorship-01222025094609.html/@@images/6718f1cf-3ac2-46d3-8af8-e960f817a5de.jpeg)
여러분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최근 독재 정권이 몰락한 시리아는 북한과의 관계가 매우 돈독했습니다. 반면 한국이 유엔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수교를 맺지 못한 나라가 시리아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께서 북한과 시리아가 왜 그동안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었는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시겠습니다. 오늘도 류현우 전 대사대리 나오셨습니다.
[진행자] 시리아는 아랍의 봄 이후 상당기간 내전을 겪으면서도 독재체제를 유지했는데요. 결국 독재체제가 무너졌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류현우] 결론적으로 말씀드린다면 13년 동안의 시리아 내전은 자주국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교훈으로 남겼다고 봅니다. 사실 시리아 정부군이든, 반군이든 13년이라는 장기간 자체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은 없었습니다. 외부 세력의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전쟁이었죠. 사실 시리아 내전에는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많은 나라들이 개입했습니다. 미국,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의 나라들이 시리아 내 각 지지 세력에게 무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했습니다. 어쩌면 대리전이라고 할 수 있죠.
먼저,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던 러시아는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병력 수급난을 겪으면서 시리아 내전에 동원된 일부 무력을 러-우 전쟁으로 투입시켰습니다. 러시아 공군의 지원이 약화됨으로써 시리아 정부군의 제공권이 완전히 무너지다 보니 반군의 공격을 저지시킬 수 없었습니다. 또한 이번에 반군인 HTS(시리아해방기구, Hayat Tahrir Al-Sham)가 속전속결로 알레포, 홈스, 하마, 다마스쿠스를 함락하며 전국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시리아 서북부일대를 지키던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철수한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는 이란을 멀리하라는 시리아 정부에 대한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정부 등 아랍국가들의 압박도 작용했고 이란도 이스라엘과의 대치국면에서 자국 방어에 신경 써야 해서 병력을 철수시켜야 하는 상황도 작용했습니다. 이외에도 시리아의 서북부 일대를 방어하던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교전에서 심대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마디로 제 코가 석자인 러시아, 이란,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에 참전했던 부대들을 복귀시키고 자체적인 군 역량이 부족해 이들에게 의존하던 시리아 정부군이 열세로 몰리면서 전황이 급변했던 것입니다. 여기에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던 시리아민족군(Syria National Force)과 미국의 지원을 받던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yria Democratic Force) 등 반군들도 시리아 독재정권 붕괴에 합세했습니다.
[진행자] 향후 북한과 시리아의 관계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북한과 시리아의 관계가 어떻게 돈독해졌나요.
[류현우] 북한과 시리아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중동전쟁을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1967년 6월전쟁(제3차 중동전쟁)과 1973년 10월전쟁(제4차 중동전쟁)에 북한이 참전했던 것은 세상에 알려진 사실입니다. 김일성은 이집트와 시리아에 북한 공군 조종사들과 탱크 운전병 등 기술병종, 특수부대 전투원들도 파병했습니다. 이집트와 시리아 국민들은 북한 조종사들을 칭송하는 노래까지 지어 부를 정도로 북한에 대한 신뢰와 인기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당시 중동에서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시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는 해마다 추석이 오면 다마스쿠스 교외의 ‘나쥬하 열사묘’에 안치돼 있는 북한군 조종사 3명의 묘소에 가서 참배를 하곤 했습니다. 이들은 1967년 6월전쟁 시기 전사한 군인들이었습니다.
[진행자] 시리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적도 있죠?
[류현우] 네 그렇습니다. 1974년 9월 28일~10월 2일 하페즈 알아사드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북한과 시리아 사이의 관계가 더욱 발전했던 계기였습니다. 방문기간 김일성과 하페즈 알아사드는 두 나라 관계를 정치, 경제, 문화, 군사를 비롯한 모든 부문에서 발전시켜 나갈 데 대해 합의를 보았습니다. 김일성은 하페즈에게 다연장로켓포(방사포) 공장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북한은 2000년대 말까지 무기 수출로 시리아에서 ‘떼돈’을 벌어들였습니다. 내전이 평정되기 전까지 시리아에는 북한의 광업개발총회사와 창광은행, 국방성 기술장비국, 정찰총국 직속 청송무역총회사를 비롯한 군수품 조달을 위한 위장 회사들이 상주해 있었습니다. 북한 군수 부문에서는 시리아를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부를 정도로 외화벌이 수입이 짭짤했습니다. 그리고 시리아는 중동 아랍국가들 중 유일하게 반미, 반이스라엘을 국시로 하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중동의 유일한 세습 독재국가인 시리아는 북한과 모든 면에서 너무나 똑같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중동나라들 대부분이 독재를 하긴 했지만 북한처럼 세습을 한 나라는 시리아가 유일합니다.
<관련기사>
아사드 정권 붕괴 방관한 푸틴… “김정은, 현실 깨달아야”
[류현우의 블랙北스] 시리아 독재 몰락① 현지 북한인 운명은?
[진행자] 일각에서는 북한이 시리아에 독재 노하우를 전수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류현우] 북한과 시리아는 당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국가입니다. 북한의 노동당과 시리아 바트당의 기본적인 구조는 구 소련 공산당의 구조와 똑같습니다. 북한 노동당처럼 바트당 중앙위원회에는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근로단체부, 간부부, 청년사업부, 재정경리부, 총무부 등과 같은 기구들이 있습니다. 제가 시리아에서 근무할 때, 어느 날 바트당 청사에서 친선협회 위원장인 시리아 조직지도부장 서기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바트당의 조직 구조가 북한 노동당의 조직구조와 똑같다고 하면서 혹시 노동당 구조를 카피한 것이 아닌가고 물어봤습니다. 그가 하는 말이 북한이든, 시리아든 소련 공산당의 기구를 카피했다고 하더라고요.
북한과 시리아는 쌍둥이라고 할 정도로 같은 면이 너무 많습니다. 하페즈 알아사드가 1974년 10월 초 북한을 방문하고 귀국한 뒤 김일성에게서 무슨 영감을 받았는지 자신의 대형 초상화를 내걸고 엄청난 동상을 여럿 세웠습니다. 그리고 북한과 같이 정적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했습니다. 1982년 2월 ‘하마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시리아 중부 지역에 ‘하마’라는 도시가 있는데 이곳이 무슬림형제단의 본거지였습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교 수니파에 기반을 둔 조직이었습니다. 하페즈는 자기에게 반기를 든 무슬림형제단을 모조리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시리아 정부군이 하마 주민 2만여 명을 탱크로 깔아뭉개고 포 사격을 해서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이때부터 알아사드 가문은 반대파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했고 정치범수용소와 같은 감옥도 만들었습니다.
[진행자] 시리아에는 ‘김일성공원’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류현우] 네. 그렇습니다. 김일성의 이름을 붙인 거리와 공원이 있습니다. 제가 시리아에서 근무했던 2010년에 다마스쿠스에는 이미 ‘김일성거리’가 존재했습니다. 2015년 8월 이 거리에 ‘김일성공원’이 완공되었습니다. 원래 ‘김일성 공원’이 생겨나기 전인 2015년 4월 북한 대사관이 공원의 이름을 ‘김일성공원’으로 명명해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시리아 바트당 중앙위원회와 외무성, 국방성, 다마스쿠스 도청에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장명호 대사가 시리아의 당, 국가, 군대의 고위 간부들을 찾아가 ‘김일성공원’으로 명명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이는 북한 외무성의 지시에 따른 활동이었습니다. 2015년 5월 31일 다마스쿠스 도청은 ‘김일성거리’에 생기는 공원의 이름을 ‘김일성공원’으로 명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같은 발표와 함께 장명호 대사는 국기훈장 제1급을 수여 받았고 대사관 관계자들도 국가 수훈을 받았습니다. 저도 시리아 담당자로서 ‘김일성공원’으로 명명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공로로 김정은의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만큼이나 시리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던 북한으로서는 시리아 독재정권의 몰락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북한이 정권이 바뀐 시리아와 기존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류현우] 아무래도 시리아에 이해 관계를 가지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현 시리아 과도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바라고 있겠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알아사드 가문의 세습 독재를 끝장내기 위해 반군이 우후 죽순처럼 조직되었고 13년간 지속되어오던 내전이 일단락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반군이 알아사드 가문에 힘을 실어주며 자기들을 살해하는데 일조했던 북한 정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시리아 국민들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북한 정권에 대해 미운 털이 박혀 있을 겁니다. 그러니 현 시리아 과도 정부와 국민들이 북한과 기존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반대로, 현재 시리아 과도정부의 북한에 대한 기조는 어떨 것으로 보십니까?
[류현우] 저는 현 시리아 과도 정부가 러시아, 이란, 이라크, 북한과 같이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을 지원하던 나라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둘 것으로 평가합니다. 결국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현 시리아 과도 정부에 대한 북한의 대외 정책과 중동 정책의 변화가 있을지 여부입니다. 북한 대사관 외교관들이 전원 철수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제가 생각한 점은 북한 정부도 현 시리아 과도 정부를 인정하거나 혹은 신뢰할 수 없을 것이란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대답, 성명 등을 통해 바샤르 알아사드를 지지하고 시리아 반군을 비난해왔습니다. 앞으로 사태 변화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혈맹이었던 바샤르 정권이 반군에 의해 무너졌기 때문에 북한은 현재의 과도 정부에 기대를 걸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동의 거점 국가였던 시리아가 무너짐으로써 북한의 중동에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고 중동이라는 큰 무기 시장도 잃게 됐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북한은 대중동 정책에서 시리아라는 ‘거점’을 잃게 된 것입니다.
[진행자]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북한과 시리아는 군사 분야에서도 상당히 밀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다음 이 시간에는 북한과 시리아의 군수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