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북 엘리트들이 김정은과 운명공동체라고?
2024.05.22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北스의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방송에서는 북한의 고위 엘리트들이 24시간 동안 도청 등 감시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뤄봤는데요. 이번 방송에서는 김정은 정권에 충성을 다하는 북한 고위 관리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 고위 관료들은 당과 당국으로부터 상당히 좋은 대우를 받고 있지 않나요?
류현우: 제가 집이 없어서 2016년까지 처가에서 살았다고 말씀드렸죠. 장인이 사리사욕을 채웠다면 딸한테 집 하나 정도는 해줬을 것입니다. 그런데 장인은 정말 고정(청렴)한 사람이었어요. 제가 북한 외무성에 있을 때도 처가에서 산다고 하면 믿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차 사고로 죽지 않았습니까? 장례식을 하는데 김정은이 찾아왔어요. 돌아보고 나가면서 김양건 부장 아내한테 “내가 가족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뭐냐”고 얘기를 하니까 김 부장 아내가 “아들 둘이 있는데 집 좀 해결해 주십시오.” 이렇게 얘기를 했단 말이죠. 그러니까 김정은이 “양건 부장이 집 없이 아들 두 명하고 같이 살았어?” 그러니까 김 부장 아내가 “예. 저희 집이 없어서 아들 둘을 모두 데리고 살았습니다”라고 했어요. 그 이후 김정은이 집 두 채를 선물로 줬다고 합니다.
진행자: 북한 고위급 간부가 자기 자식 집 하나 못 해준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네요.
류현우: 중간급 간부들인 경우에는 어느 정도 자기가 비리로 돈을 모으는 것은 좀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고위 관료)들은 대체로 다 그렇게(청렴하게)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고지식한 사람들을 위주로, 충성심의 척도를 보고 간부로 등용됐던 사람들이니까 그런 것입니다. 한 가지 첨언해 드린다면 제가 2017년에 북한에 들어갔었습니다. 그때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집이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김계관 1부상의 집에 한 번 들어가 봤거든요. 그때 김 1부상이 황해남도 달천에 온천 요양을 갔다고 하더라고요. 전달할 게 있어서 전달해 주려고 하는데 집에 딸과 사위가 있었어요. 집에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그 집은 정말 건질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김계관 1부상이 1970년대 알제리에서 서기관을 했던 것 외에는 한 번도 해외 생활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외화를 만진 적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왜 해외에 나가지 못했냐면 아내가 김성애의 프랑스어 1호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김일성의 두 번째 부인이잖아요. 김정일 눈 밖에 날 때 곁가지로 쫓겨난 사람들 중에 김계관 1부상의 와이프가 있는 거예요. 이게 딱지가 붙어서 해외를 못 나갔습니다. 완전히 국내파 아닙니까. 그 사람도 정말 힘들게 살더라고요. 북한 고위층이라면 이밥에 고기국, 수산물을 매일 먹을 것이라고들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진행자: 청렴하지 않으면 고위 간부는 오래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거죠?
류현우: 오래 가지 못하죠. 목이 날아가든 뭐 어떻게 하든 그렇게 되죠.
진행자: 의암동 은덕촌에는 세대마다 자가용이 있는 건가요?
류현우: 북한에는 자가용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집도 선물 받고, 차도 선물 받을 것이라고 얘기를 하잖아요. 한국에서 그런 말을 하길래 제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모든 장관들이 관용차를 이용하고 또 운전기사분들까지도 정부에 종사하는 그런 분들이 다 동원됩니다. 집도 공관 아닙니까. 그러니까 영원한 자기 집이 아닙니다. 은퇴를 하면 중요 직책에 있었던 분들만 따로 사는 동네가 있습니다. 비밀을 많이 안고 있는 이 사람이 사망해야 가족들을 사회에 내보냅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벤츠로 선물 받았다는 얘기도 있는데, 예를 들어서 39호 실장이 은퇴하면 후임자가 이 차를 승계를 받아서 탑니다. 그리고 전임자는 그냥 나옵니다.
진행자: 39호 실장이 자가용이 없다고요?
류현우: 돈을 살살 빼는 금고지기를 (김정은이) 앉힐 것 같습니까? 고지식한 사람이니까 거기서 오래 앉아 있었던 겁니다. 제 장인이 은퇴하면서 무슨 자동차를 받습니까. 설사 준다고 해도 유지 보수, 휘발유 (값을) 어떻게 감당합니까?
진행자: 은퇴하신 분들을 따로 모아서 관리한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왜 그런 조치가 내려지는 겁니까?
류현우: 비밀을 많이 안고 있으니까요. 39호실이라면 자금 흐름, 김정은 자금의 관계 등을 다 알지 않습니까? 김원홍이라면 국가안전보위부장이 반대파를 어떻게 숙청하고 어떻게 도청했는지 등을 다 알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사회에 나가면 관련 내용을 발설하지 않을 것이란 장담을 못 하지 않습니까? 이런 것을 막기 위해 따로 관리합니다.
진행자: 그러면 그런 분들 같은 경우에는 비밀을 이제 지켜야 되니까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대우도 좀 잘 해줘야 겠네요.
류현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집만 따로 마련해 주고 무장 보초를 섭니다. (그리고) 북한은 철저히 배급제 아닙니까. 중앙당에서 타던 배급 카드를 동(거주구역)으로 떼어 넘깁니다. 동은 특별히 주는게 없습니다. 2019년 2월 장인이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받았어요. 그 이후 은퇴했거든요. (제 집사람이) 집에 가봐야 될 것 같다고 해서 2019년 7월부터 한 달 동안 들어갔다 나왔습니다. 그때 (장인이) 받은 집을 봤는데 이불장, 옷장도 없이 시멘트로 미장하고 벽지 바른 것 이외에는 없었습니다. 벽에 못을 박아서 빨래줄 같이 이어서 거기에 옷도 조금 놓고 이불은 한쪽 구석에 모아놓고 이불을 개서 올려놨다고 하더라고요. (집사람이) 장모와 배급소에 갔는데 6개월 배급으로 장인, 장모 각각 감자 2kg씩 줬다고 합니다.
진행자: 은퇴한 고위급 간부가 1인당 6개월치 감자 2kg를 받는다면, 6개월 동안 먹을 수 없는 양인데 그분들은 어떻게 식사를 하시는 겁니까?
류현우: 대체로 간부들이 딸 가진 집들은 외국에 나가는 사위를 얻고 싶어 하고 아들들도 외무성이라든가, 대외 부문에서 종사할 수 있게끔 자식들을 보듬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리재일이라고 선전선동부 1부부장을 오래 한 사람이 있어요. 정말 고지식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한 번 은퇴를 했다가 복귀합니다. 이 사람이 저희 장인한테 와서 하는 말이, “손자 좀 39호실 산하에 먹을 게 있는 부서에 배치되게끔 옮겨달라. 실장 동무 좀 부탁하자”는 겁니다. 이 사람이 “은퇴하면 개밥의 도토리다. 그러니까 실장 동무도 지위에 있을 때 손자, 아들, 딸, 문제 처리 해놓고 은퇴해야지 그거 못 하면 큰일 난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같은 경우 집사람이 (북한에) 갔다가 감자 2kg 타는 거 보지 않았습니까? 털썩 주저앉아서 계속 울었다고 해요. 집사람이 평양에 들어가면서 돈을 가지고 갔었거든요. 그걸로 이불장, 옷장도 사들이고 남은 돈은 놓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제 집사람도 믿지 못 했대요. 엄마가 (돈이) 없다는 것을 말이죠. 저희 장모가 하는 말이 “그렇게 비행했다면 아버지가 그동안 붙어 있었겠냐”, 이렇게 한마디 딱 하더래요.
진행자: 결국 은퇴하신 분들이 그 이후 좀 연명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식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겠네요.
류현우: 잘 되게 한 뒤 은퇴해야 됩니다. 그게 마지막까지 자신이 잘 되는 길입니다. 당에 충실했는데 고작 감자 2kg가 그 보답입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류현우: 북한 고위 엘리트들이 김정은과 운명공동체처럼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제일 먼저 목이 달아나고 제일 먼저 처형 당하는 사람들입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그러니까 국방상은 대회에서 조금 졸았다는 죄로 총살 당했습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북한 고위 엘리트들을 김정은과 운명공동체처럼 생각하는 건 잘못된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21세기에 처형을 사신고사총으로 하는, 무지막지한 중세기적 사형 방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전투기를 잡는 총으로 사람을 쏴 죽인다는 게 천인공노할 만행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거든요.
진행자: 지금까지 류 전 대사님으로부터 의암동 은덕촌과 여기에 살고 있는 북한 고위 엘리트들에 대한 숨겨진 얘기 들어봤습니다. 류현우의 블랙北스, 다음 시간에 또다른 북한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고 청취자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