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다큐, 나는 탈북자] 현대판 노예상인을 만나다 (1)
2024.06.27
이경화: 한국식으로 얘기하면 입주 도우미 형태로 가서 이제 그 친구를 네가 돌봐주고 하다 보면 먹고 재워주고 돈도 얼마씩 주겠다고 한다. 며칠 지내고 이러다가 봤더니 다 거짓말이었더라고요.
김명희: 그때부터 저는 그 사람으로서의 존재 가치라기보다는 값으로 팔리는 물건으로부터 시작이 돼요.
노경미: 진짜 상품이에요. 그리고 나이 어릴수록 값이 더 싸고 저같이 나이 든 사람들은 싸구려거든요. 그래서 제가 팔릴 때는 나보다도 그때 젊은 애들은 막 인민폐 만 원에 팔리고 그랬는데 저는 3천 원에 그때 팔렸어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예진입니다. 탈북민들은 이제껏 귀순자, 북한이탈자, 새터민, 탈북자, 북한이탈주민 등 시대마다 다양한 호칭으로 불렸습니다. 바뀌어 온 호칭만큼이나 국가와 사회, 사람들에게 다른 대접을 받아왔죠. 30년 전까지만 해도 간첩 취급을 받던 탈북민들, 지금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쯤 되는 국회의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사이 탈북민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라디오다큐 나는 탈북자>, 탈북부터 한국정착까지, 그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그들의 속얘기를 들어봅니다.
마순희: 딸 하나를 데려가면 딸 데리러 무조건 올 것이라는 걸 다 안 거예요. 그래가지고 우리가 들어간다는 날에 그날 아침에 얘를 보내 팔아버린 거예요. 그 어디를 해서 보낸 거죠 큰 딸은 그렇게 해서 먼저 보냈고 작은 딸 둘하고 우리 셋이 브로커집 천정에 숨어 있다가…
한옥정: 너무 무서웠죠. 왜냐하면 양철판 그 처마 그 사이에 저희를 숨겨놨거든요. 그 여름에 그 땡볕에 그 안이 정말 지글지글 끓었거든요. 그 좁은 공간에 그 뜨거운데 그렇게 있다 보니까 호흡이 막 안 나오는 거예요. 너무 덥고 하니까 나중에 보니까 저희를 팔아 먹는 거더라고요.
마순희: 탈북자 여자가 왔다 그러면 장사꾼들이 그 브로커들이 45명 쫙 와요. 와서 사람을 앉혀놓고 흥정을 하는 거예요. 인물을 보고 체격 보고 가격을 매겨가지고 진짜 현대판 노예 상인이에요.
마순희 씨는 큰딸이 중국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지인의 꾀임에 넘어가 탈북을 했을 때 딸을 찾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남은 두 딸과 함께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하지만 탈북여성들을 인신매매하는 브로커들에게 잡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다가 결국은 뿔뿔이 흩어지게 됐죠.
한옥정: 그러면서 엄마는 자기네들끼리 앞에다 태우고 내 동생하고 나는 뒤에다 이렇게 태우고 가는 거예요.
마순희: 연길 시내에서 택시하고 사람이 같이 걸어갈 정도로 막 차끼리, 사람들이 건너 다니고 들여다도 보고 막 이러더라고요. 그래 가는데 그 길 한복판에서…
한옥정: 엄마 탄 택시는 이렇게 가고 우리 탄 택시는 이렇게 가고 해가지고 그냥 여기서 그냥 사거리에서 푹 찢어진 거예요. ‘엄마’ 하고 막 부르니까 너네 붙잡히고 싶으냐고.
마순희: 나도 애들 막 부르고 그러는데 ‘그러다 다 죽는다’고 막 이러면서 그래서 정말 큰소리로 울지도 못하고 이렇게 하면서…
한옥정: 이제는 우리를 지켜주던 엄마까지 없잖아요. 그러니까 동생만 꽉 안았죠. 딱 만으로 스무 살이거든요. 이제는 내가 동생을 지켜줘야 되는데, 나밖에 없는데… 그런 생각 있잖아요. 이젠 피붙이라는 건 얘 밖에 없어요. 그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너무 알 게 없는 거예요.
마순희: 딸 하나 찾으러 왔다가 두 딸까지 마저 잃어버린 거죠.
한옥정: 그러면서 제가 한 3일을 먹지도 않고 울면서 부탁을 했어요. ‘너네 근데 날 돈 주고 사왔다며? 백만 원, 한국 돈 그때 100만 원 돈이었어요. ‘우리 엄마는 좀 나이가 좀 있어서 우리처럼 많이 안 줘도 된다더라. 우리 판 반값이면 엄마를 데려온다는데 내가 뭔 짓 해서라도 내가 그 돈을 죽을 때까지 무조건 갚을 거니까 우리 엄마 좀 돈 주고 사와라’ 그래서 찾아서, 찾아서, 찾아서 그 쪽하고 연락이 돼서 엄마하고는 한 열흘 만엔가 저희가 연락이 돼서 어찌 보면 그 어떤 것보다 제일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2019년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탈북 후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경험은 75%에 달합니다. 한국에 정착한 대다수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의 시간을 모두 잊고 싶어 하는데요. 주로 중국 깡시골에 사는 가난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아주고 온갖 일을 하며 혹시 누군가 신고해 북송되지 않을까 매일, 매 시간 불안한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혹은 그보다 더 잔혹한 경험을 겪기도 합니다. <라디오다큐 나는 탈북자> 현대판 노예상인을 만나다,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