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노벨 문학상, 탈북작가 ‘몫’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4.10.26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노벨 문학상, 탈북작가 ‘몫’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관련 전시를 둘러보는 시민의 모습.
/ 연합뉴스

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한과 북한의 문학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서울의 탈북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 안녕하십니까.

 

MC: 얼마 전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큰 일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한국인 최초로 한강이란 소설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기쁜 소식이 유럽의 스웨덴, 북한말로 스웨리예에서 날아든 건데요. 이 소식을 접하고 기분이 어떠셨는지 소감 한 말씀해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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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홈페이지에 나온 한강 수상 사진. / 노벨상 홈페이지 캡쳐사진.

 

도명학: 너무나 뜻밖이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한국 문단의 많은 작가, 평론가들이 놀랐을 것입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할 것을 예측한 사람이 있다면 과연 몇명이나 있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면서도 아 이제 한국 문학이 마침내 세계적인 문학으로 뻗어나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얼마나 학수고대하던 노벨문학상입니까. 오죽하면 한국에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면 소양강 댐 한가운데 동상을 세울 거라는 얘기까지 있었을까요. 과연 정말 한강 작가의 동상이 세워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문학사에 특기할 사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MC: 선생님, 그럼 이번에는 노벨문학상이 뭔지 좀 설명해 주시죠.

 

도명학: , 먼저 노벨상이 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의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이 1895년 작성한 유언을 기려,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관련 기관들이 "매년 인류를 위해 크게 헌신한 사람"에게 시상하는, 세계적으로 크게 권위 있는 상입니다. 그중에서도 노벨문학상은 "이상적인 방향으로 문학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여를 한 사람에게" 수여하라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해마다 전 세계의 작가중 한 사람에게 스웨덴 한림원이 상을 주고 있습니다.

 

MC: 그렇다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모두 얼마나 되나요?

 

도명학: 2024년 현재, 노벨 문학상은 121명의 개인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이번에 수상자로 선정된 한국의 한강 작가를 포함해 모두 18명의 여성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이는 노벨 평화상 다음으로 많은 수치라고 합니다. 2024년 기준으로 영어권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29명이며, 그 뒤를 이어 프랑스어권 16, 그리고 독일어권에 14명의 수상자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는 가장 많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라고 합니다.

 

MC: 그런데 말이죠. 한국, 그러니까 남한의 노벨상 수상은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은데요. 그동안 한국 작가들의 노벨상 수상이 없었던 이유는 뭘까요? '한글'의 번역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란 얘기도 얼핏 들었습니다만, 선생님께서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도명학: 한국 문학작품 번역 문제가 좀 어렵긴 할 것입니다. 한국어만큼 표현이 다양한 언어가 세계적으로 드물죠. 예컨대 노랗다는 표현 하나만 놓고 봐도 노랗다, 노릿노릿하다, 노르끼레하다, 노오랗다, 샛노랗다, 노르스름하다. 등 형용사는 한국어에 견줄 언어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번역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외국어 번역본을 읽는 외국인 독자들은 한국인들만큼 작품의 진맛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나마 산문은 좀 나은 셈인데, 시는 더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는 글자 하나 잘못 번역해도 전혀 다른 시가 되어버릴 수도 있을 만큼 번역을 심중하게 해야 되니까요. 그래서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두고도 반은 번역자의 공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MC: 그것 말고 또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도명학: 번역 외에 한국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한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는데, 사실 이것이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얘기하자면 조금 길어지는 것 같지만 제가 국제펜클럽 망명북한펜센터 설립 후 알게 된 건데, 당시 망명 북한펜 설립과 초기 성장을 위해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장을 맡고 계시던 이길원 시인이 국제펜클럽 본부 이사였습니다. 그분이 한국은 왜 노벨문학상을 받기가 이렇게 힘든 가고 국제펜클럽 임원들에게 이유를 물었다고 합니다. 사실 노벨문학상 선정에 국제펜클럽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길원 시인이 그들로부터 들은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그들이 말하길 한국은 분단국이 아니냐고, 그런데 한국 작가들은 마치 분단국 작가가 아닌 것마냥 글을 쓴다고, 한국의 이미지는 뭐니 뭐니 해도 분단국이다, 분단에서 비롯된 좋은 작품, 북한 인권을 비중 있게 다룬 좋은 작품이 나와야 그것이 분단국인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인데 한국 작가들은 노벨상을 바라면서도 엉뚱한 작품을 들고 나온다고 하더랍니다.

 

MC: 결국 소재 선정에서부터 잘못됐다는 얘기군요.

 

도명학: 그 대답에 충격을 받은 이길원 시인은 런던에서 돌아와 하시는 말씀이 노벨문학상은 암만 생각해도 탈북작가들 몫인 것 같다. 남한에 재능있는 작가는 많지만 북한을 너무 모르니 어떻게 노벨상 받을 작품을 쓸 수 있겠냐고 하더군요. 실지 한국의 역량 있는 작가들, 특히 고은 시인을 비롯해 노벨상 후보로 자주 거론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 작품 중엔 북한 인권, 북한 동포에 대한 애증은 별로 없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두고도 한국 내에서 긍정적이지만 않고 논란이 분분한데, 이 역시 분단국이라서 생긴 현상이라고 봅니다.

 

MC: 그렇다면 이번에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한강 작가의 경우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의 마음을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가지고 움직였을까요?

 

도명학: 글쎄요. 제가 함부로 어림짐작으로 말씀드릴 부분은 아닌 것 같긴 한데, 아마 작가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개인 혹은 국가의 폭력으로 고통받는 인간의 내면을 독특하고 섬세한 기법으로 형상하고, 문장이 시적인 문장이라는 점 등이 주목받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런 점이 오히려 한국 내에서 역사 왜곡이니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느니 하며 요즘 갈등이 많습니다. 다만 저는 소설가의 펜은 역사에서 역사의 진실을 찾아내야 한다고 봅니다.

 

MC: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노벨상 또는 노벨문학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도명학: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고 봅니다. 대학 나온 사람들은 알지만 북한은 전문대 이상 학력자가 17% 이하입니다. 물론 고졸 정도 사람들 중에도 아는 사람들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노벨상이 어떤 상인지, 그 가치와 또 어떤 사람이라야 받는지, 노벨상이 어떻게 생겨난 상인지 등에 대해선 아는 사람이 적습니다.

 

MC: 북한에서는 학교에서 노벨상에 대해 안 가르쳐주나요? 북한주민들이 노벨상을 모르는 가장 큰 이유가 뭔가요?

 

도명학: 가르치긴 하는데 대충 지나가는 소리처럼 이런 상도 있다 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북한은 김일성상이 노벨상보다 더 값진 것으로 치부되는 사회입니다.

 

MC: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북한에도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훌륭한 작가, 또는 작품들이 있다고 보시나요, 어떻습니까?

 

도명학: 그런 역량을 가진 뛰어난 작가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재능이 노벨상을 받을만한 작품을 쓰는 데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김일성상을 받을 수 있는 작품에 쓰여지는데 어떻게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환경이 그러니 북한 작가들은 노벨상을 꿈도 꾸지 않습니다.

 

MC: 만약에 선생님이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이라고 가정했을때 북한의 문학작품 또는 문학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만한 높은 점수를 주실 수 있겠습니까?

 

도명학: 재능만으론 수상할 수준이 되는 사람이 있겠으나 작품이 문제입니다. 김일성 왕조가 무너지기 전엔 노벨문학상이 절대 나올 수 없습니다.

 

MC: 노벨상을 주기 어려운 그 이유가 뭘까요?

 

도명학: 답은 하나입니다. 북한에 표현의 자유가 실현되는 자유와 해방의 날이 와야 노벨상을 줄 만한 작품이 나올 것입니다. 반드시 한반도가 자유통일을 이뤄내야 북한 작가들에게도 노벨상에 도전할 기회가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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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 '소년이 온다'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입고돼 진열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MC: 이번에 수상한 한강 작가나, 또는 그의 아버지인 유명한 소설가 한승원 작가를 개인적으로 만나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도명학: 없습니다. 작품만 읽었을 뿐입니다. 언젠가는 개인적으로 만날 날이 있겠죠. 한강 작가가 다음에는 북한인권이나, 북한동포에 대한 애증을 담은 좋은 작품을 한번 잘 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MC: 북한출신 문학작가가 외국에서 수상한 적은 있나요?

 

도명학: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혹시 제가 태어나기 전엔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있었다면 공산권에서 받는 사례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MC: 남한도 아니고 북한도 아닌 탈북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도 좋은 상들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선생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도명학: , 수고하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모두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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