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임진강' 노래, 남북 서로 다른 의미로 불린다
2024.09.07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울의 탈북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함께 남한과 북한의 문학을 비교, 분석해 보는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알벗입니다. 도명학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오늘은 남한과 북한에서 같은 제목으로 불리는 노래를 갖고 오셨다고요? 어떤 곡들인가요?
도명학: 네, “임진강”이라는 제목이 같은 노래 2곡입니다. 남한 것과 북한 것 둘 다 준비했습니다. 두 노래를 다 들어봤는데 느낌에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차이 나는 점도 있더라구요.
MC: ‘임진강’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 이산가족들이 명절 때가 되면 임진강에 차롓상을 차려놓고 북쪽을 향해 절을 올리는 모습인데요. 선생님께서는 ‘임진강’하면 어떤게 떠오르시나요?
도명학: 그렇죠. 임진강은 곧 분단이고 통일염원이라고 할만큼 상징성이 있는 이름이죠. 그래서 저는 임진강 하면 물이 흘러가는 강의 모습 그 자체보다 먼저 연상되는 것이 휴전선 철조망이고 녹쓴 철로, 그리고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이 망향제를 자주 지내는 장소인 임진각과 북한이 바라보이는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같은 것입니다.
MC: 그럼 먼저 북한의 ‘임진강’을 들어보시겠습니다.
MC: 이 노래의 주제는 무엇이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뭔가요?
도명학: 갈라진 남북의 아픔과 남쪽에 고향을 둔 북측 실향민의 마음, 그리고 기어이 분단 상황을 끝내고 통일을 실현해 고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지가 주제이고, 그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메시지는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물인 미국과 남한 정부를 전복하고 적화통일을 이루어 내야 한다는 선동입니다. 가사에 직설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사람들은 그렇게 알아듣는 가사로 된 노래입니다.
MC: 북한의 임진강은 북한 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많이 불려지고 있다는데 이 이유가 뭔가요?
도명학: 예, 그렇습니다. 인터넷과 유트브에도 남한 가수나 일본에서 부르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는 북한 노래 임진강을 매개로 한 영화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이 노래에 담겨진 이산가족의 한이 남한은 물론이고 분단국이 아닌 일본인들도 정서적으로 공감할 정도로 보편적인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일본인들도 한국인들도 그 노래에 숨겨진 적화통일 선동은 잘 가려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가사 중에 보면 “협동벌 이삭 바다 물결 위에 춤추니”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구절이 의미하는 것이 뭐겠습니까. 남한도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집단농장 체제가 될 때 행복한 생활이 보장될 수 있다는 암시인 것입니다. 하지만 남한 사람들도 일본 사람들도 이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하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예술성 면에서 볼 때는 흠결이 없다고 할만큼 잘 만들어진 것 같고 가수도 노래를 절절한 심정을 담아 아주 잘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남한의 임진강을 들어 보시겠습니다.
도명학: 우선 곡과 창법에 차이가 보이는데 제가 음악 전문이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척 느끼기엔 북한 것은 클래식 느낌이 강하고 남한 것은 트로트에 전통민요가 배합된 느낌이 듭니다.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도 북한 것은 좀 강하고, 남한 것은 슬며시 가슴을 파고드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두 노래를 들으시고 가장 감동을 받으셨던 부분이 어디였었나요?
도명학: 북한 임진강에서는 “물새도 자유로이 넘나들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가는” 이라는 구절이 가장 아프게 들립니다. 탈북민들도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내 고향 남쪽 땅을 내고향 북녘땅으로 바꿔 부르곤 하는데 실지 공연무대에서도 탈북민 가수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남한 임진강에서 제일 와닿은 구절은 “쓸쓸한 나루터에 배만 남았나, 울지마라 물새야 세월 가면 임도 오겠지”라는 대목입니다. 나루터에 남은 쓸쓸한 배는 분단 현실을 의미하겠고 오는 물새는 아픔과 한, 그리고 세월 가면 임, 즉 통일이 오리라는 기대감이 함축된 구절이어서 참 좋습니다.
MC: 북에 계실 때 한국의 ‘임진강’을 들어 보셨나요? 느낌이 어떠셨습니까?
도명학: 북에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남한에서 그것도 최근 우연히 접하게 된 건데 저는 북한에서 창작된 노래 “임진강” 말고도 남한에 같은 제목의 노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처음 듣는 순간 드는 느낌은 역시 임진강은 남한에서나 북한에서나 똑같이 분단의 아픔의 대명사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MC: 두 노래에 대한 전체적인, 특히 가사의 문학적인 면을 중심으로 감상평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명학: 북한 “임진강” 가사를 보면 표현이 남한 임진강에 비해 직설적이고 선동적이라 할 수 있고 ,남한 임진강은 분단의 한과 통일을 그리는 마음을 간접적이고 에둘러 표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남한 임진강 가사에서 풀피리 꺾어불면 산새도 노래하던 옛 이야기라는 구절은 분단되기 이전 아득한 옛날부터 남북이 따로 없이 오가며 화목하게 살아온 역사를 의미하지만 가령 평소에 분단이라든지 통일이라든지 하는 것에 별로 관심 없는 누군가가 느닷없이 들으면 그 의미를 대번에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세월 가면 임도 오겠지 라는 구절에서도 임은 통일을 의미하는 표현임에도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멀리 떠나가 쉽게 오지 못하는 개별적인 누군가의 임을 기다리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들릴 것입니다.
MC: 네, 선생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