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북한 속살 보여준 '탈북문학'
2024.08.31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한과 북한의 문학에 관해 서울의 탈북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는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에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을 바탕으로 태어난 문학장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선생님, 오늘은 어떤 종류의 문학에 대해 이야기 나눌까요?
도명학: 네, 혹시 탈북문학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오늘은 한국에서 대략 2000년대 초부터 통용되는 새로운 개념인 탈북문학에 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MC: 먼저, 얼마나 많은 북한 주민이 탈북을 했는지 궁금한데요.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은 그 규모가 얼마나 되나요?
도명학: 네, 2024년 7월 현재 한국에 정착한 인원이 3만4천명을 넘었습니다. 2007년 1월 쯤 1만명 시대가 열렸다고 했는데 이후 한해 1000명부터 2,000명 사이 규모로 커졌다가 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단속통제가 크게 강화되어 점차 줄기 시작했는데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해 100명 단위까지 줄었고, 코로나 사태가 완화된 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2019년 이전 규모로 다시 커지기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MC: 외국에 나가 있는 탈북민까지 합치면 그 규모가 굉장히 클 것 같은데요. 그럼 탈북민 중에서 문학활동, 그러니까 문학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탈북민은 얼마나 될까요?
도명학: 한국과 해외에 체류하는 탈북민 규모를 정확히 알 순 없고, 대략 10만 명에서 많게는 30만명 정도쯤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중국 내에 가장 많지만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살기에 정확한 파악이 어렵습니다. 중국을 제외하면 영국에 정착한 탈북민이 천명 미만, 캐나다에도 수백명 살고 있습니다. 이외 일본, 독일, 네델란드, 등 유럽 전역에 소수 인원이 산재해 있고, 한편으론 한국에 정착했다가 다시 이민, 해외 취업, 유학, 사업 등 다양한 이유로 해외에 간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세계 곳곳 어디나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들 중 문학활동을 하는 탈북민은 대개 한국에 있습니다. 미국, 영국 등에 사는 탈북민 중에도 있긴 한데 몇 명 되지 않고 수기나 증언 형식의 책이 몇 개 나왔지 아직까지 해외에서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하는 사례가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한국 내에도 문학창작을 본격적으로 하는 탈북민이 많다고 할 수준은 아닙니다. 제가 파악하기론 10명 안팎은 활발하게 하고 있고 그 외 30여 명 정도 됩니다. 이들 중 북한에서부터 작가로 활동했던 사람은 저를 포함해 6명 정도고 한국에 와서 시인, 소설가로 등단한 사람이 몇 명 있고 나머지는 아직 등단 전입니다.
MC: 시나 소설, 그리고 수필 중에 어떤 쪽에서 활동하는 탈북 문학인이 많나요?
도명학: 탈북민들이 쓴 도서는 지금까지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만 백수십 개 정도 됩니다. 이 외 공저에 참여했거나 잡지, 신문,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에 발표된 단편적인 글들은 아주 많습니다. 대개 본인이 겪은 사연을 그대로 고백하는 수기 형식 작품이 주를 이루고 시, 소설, 등 본격 문학에 속하는 작품은 많지 않습니다. 본격 문학 장르 중에도 시가 제일 많긴 한데 그것도 사실 수기로 써도 될 사연을 시의 형식에 담았다고 할 수 있는 시들이 많습니다. 작품성 높은 시를 쓰기엔 아직 많은 공부와 훈련이 필요합니다만 내용은 실제 경험 없이는 쓸 수 없는 것들로 북한을 잘 모르는 독자들에겐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글이 대개 북한과 제3국에서 겪은 사연을 전달하는 수기, 자서전 형식이 많은 것은 그들이 문학을 전공한 작가여서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고 말하지 않고는 고발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처와 사연들 때문일 것입니다. 정말이지 탈북민 한 사람 한 사람 다 상상할 수 없는 사연들로 가득합니다.
MC: 탈북문학인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 또는 가입한 단체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탈북민들이 만든 문학모임은 2012년 이전에 한두 개 정도 있긴 했는데 별로 존재감을 나타내진 못했습니다. 작품성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탈북민이 너무 적었고 더구나 본격 문학 장르인 시, 소설 같은 것을 제대로 쓸만한 사람이 몇 명 없고 그나마 동기부여가 안되고 생업 때문에도 창작에 열중하지 못했습니다. 탈북작가들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나타내게 된 것은 2012년 국제펜클럽망명북한펜센터가 조직되면서부터입니다, 국제펜클럽에 대한 소개가 좀 필요할 것 같는데, 국제펜클럽은 국제 문학인 단체로 영국 런던에서 1921년에 창립되었습니다. 설립 목적은 세계 각국 작가들간의 우의를 증진하고 상호이해를 촉진하며 표현의 자유 옹호를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 아래 국가 권력으로부터 박해받거나 수감된 작가의 보호와 후원에 앞장서 왔습니다. 처음 펜클럽이 설립된 런던에 본부가 있고 프랑스 파리에는 국제펜클럽 회관이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 펜클럽 센터가 설립되어 있는데 국제펜클럽한국본부는 1954년에 가입했고, 2012년 9월 한국에서 개최된 제79차 국제펜클럽대회에서 탈북작가들로 구성된 망명북한펜센터가 북한을 대신해 144번째 회원국 지위를 만장일치로 부여받음으로써 공식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망명북한펜센터 창립 소식에 북한당국이 거센 비난을 일삼았으나 센터 설립에 고무된 탈북작가들은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어 이후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창작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한편으론 국제사회에 북한에서의 표현의 자유 억압 실상을 낱낱이 전하게 되면서 해마다 주최국을 바꾸며 개최되는 국제펜클럽대회 때마다 망명북한펜센터는 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을 정도입니다. 저는 망명북한펜센터 설립을 직접 앞장에서 이끈 것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망명북한펜센터가 설립된지 올해로 12년이 되는데, 현재는 제가 문학작품을 영화, 공연, 동영상, 방송 등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목적으로 별도 설립한 자유통일문화연대와 탈북 여성 시인들이 주축인 “행복여정문학”이라는 모임도 있습니다.
MC: 그렇다면 탈북문학이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도명학: 탈북문학은 문자 그대로 탈북자와 탈북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한 문학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C: 탈북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도명학: 탈북문학은 북한 현실, 해외 탈북민 실상,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정착국가 실정에 대한 탈북민의 시각을 반영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문학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고 말하듯이 세계인이 경험하지 못한 문제들을 우리는 겪고 있습니다. 사상의 차이, 이산가족, 전쟁, 양쪽의 지속적인 갈등, 탈북자들의 남한 및 해외 이주 등이 그것입니다. 문학이 추구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들이 이런 현상들과 반응하여 감동적인 문학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탈북문학이 가야 할 방향은 당면하게는 독재에 신음하는 북한 실상을 전하는 고발문학 역할을 해야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진짜배기 통일문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C: 탈북문학과 다른 문학, 그러니까 통일, 분단, 이산, 반공문학을 비교해 볼 수 있을까요?
도명학: 탈북문학은 성격상 통일문학이고 분단문학이고 이산문학이고 반공문학을 모두 포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내용이 궁극적으로는 통일이 답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고, 분단 상황을 반영하고, 또 새로운 실향민이고 이산가족인 탈북민 이야기고, 공산주의 피해자로서의 반공 의식이 가미될 수밖에 없는 것이 탈북문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통일문학, 분단문학, 이산문학, 반공문학 모두가 다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에 큰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탈북문학의 특징을 강조한다면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탈북자를 통해 전달된다는 점일 것입니다.
MC: 마지막으로, 독자들은 탈북문학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도명학: 남한 독자들이 탈북문학을 통해 정보가 극히 제한된 북한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고 독재정치가 어떻게 인간성을 말살하는지, 왜 민주주의가 귀중한 것인지, 왜 자유민주주의가 값진 것인지, 그리고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와 통일의 당위성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MC: 네, 지금까지 5주에 걸쳐 분단 한반도에 뿌리를 두고 자란 여러가지 비교적 새로운 문학장르에 대해 알아 봤는데요.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네, 그동안 시리즈로 5회에 걸쳐 하다보니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다만 저만의 주관적인 주장일 수도 있기에 곧 정답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만 적어도 참고는 되리라 봅니다. 바람직한 것은 하루 빨리 한반도가 통일이 되어 분단문학, 통일문학, 이산문학, 반공문학, 탈북문학 모두가 진행형이 아닌 문학사의 한 페이지로만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통일 후에 한동안은 그 연장선에서 또 다른 문학 현상이 나타나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확신하건대 통일한국의 문학은 새로운 한국문학, 즉 뉴코리아 문학으로 세계에 모습을 나타내게 될 것입니다.
MC: 네, 선생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