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북 선동 무력화한 '반공문학'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4.08.24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북 선동 무력화한 '반공문학' 1983년 10월 11일, 한국 반공 연맹 종로 지구 회원 수백여 명이 버마 폭발 테러 참사에 대한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한과 북한의 문학에 관해 서울의 탈북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는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에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을 바탕으로 태어난 여러 문학장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 안녕하십니까.

 

MC: , 오늘은 어떤 문학 종류에 대해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도명학: , 오늘은 통일문학과 반공문학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MC: , 그렇잖아도 지난 시간에 통일문학을 이야기하실 때 '반공문학'을 잠깐 언급하셔서, 그게 뭘까 하고 궁금했었거든요. 지난 시간에 언급하셨던 '반공문학'이라는게 뭔가요?

 

도명학: 문자 그대로 공산주의 이념의 부당성과 그 제도적 속성에 의해 자행되는 폐해와 해독성을 밝힐 목적의 문학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반공문학이라는 개념이 한국에만 국한된 것으로 아는 사람도 있고 어디서 어원이 시작됐는지 모르는 사람은 더구나 많습니다. 반공문학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국가가 대만입니다. 그 용어가 대만에서 생겨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 국민당 정부가 1949년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옮겨간 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고 반공문학이라 일컫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후 반공문학 개념은 세계적 판도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영국작가 조지 오웰의동물농장”, 소련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의수용소 군도같은 공산주의 폐해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반공문학작품으로 분류하는 현상이 확산되었습니다. 당연히 한반도도 남북 간 이념대결이 극심한 분단 상태에서 상호 간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까지 있었던 만큼 공산주의에 대한 적대감, 특히 북한에 대해 적대감 경각심을 고취하는 작품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REUTERS
사진은 영국 작가 알렌 A. 밀른의 "곰돌이 푸"와 조지 오웰의 "1984"와 "동물 농장" 번역본, 그리고 중국 초대 주석 마오쩌둥의 시집 /REUTERS

 

MC: 반공문학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도명학: 반공문학이 공산주의 이념과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문학인만큼 그것을 통해 과연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인류의 이상사회를 만들 수 있는 사상인지 의문을 가지는 것을 넘어서 그 속살을 문학적 형상을 통해 들여다봄으로써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날 수 있고, 한편으론 반공문학도 문학사에 나타난 일종의 특수 현상이기에 학술적으로도 연구할 가치가 있기에 주목해야 된다고 봅니다.

 

MC: 선생님께서는 반공문학을 처음 접하시고 어떤 느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도명학: 저는 북한에서 반공 소설, 반공 영화 반공 만화 같은 말은 들어봤지만 그것을 반공문학이라고 정립한 용어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였기 때문일 것이었습니다. 대신 저는 자유문인, 자유문학 같은 용어는 가끔 들었는데 남한에서 활동하는 반공주의 성향 작가와 작품에 대해 비난하는 영화나 소설, 드라마에서 접할 수 있었습니다. 반공문학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을 물으셨는데 솔직히 말하면 대개 작품성은 낮아보였습니다. 북한의 선동 작품과 비숫하게 반공 작품들 역시 반공 구호를 목 터지게 외치는 식의 또 다른 선동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원래 선동 작품이란 그 특성상 공산주의 선동이든 자유세계 선동이든 효과적인 선동성과 높은 예술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상당히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MC: 반공문학을 비판하는 쪽의 입장은 뭔가요?

 

도명학: 다른 나라들에서는 어떤지 저도 아는 바 없는데 한국에서는 반공문학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더라구요. 한국에서 반공문학 작품이 본격적으로 창작되기 시작한 시기는 북진통일, 멸공통일, 승공통일 등을 전면에 내걸고 북한과 극도의 대립각을 세우던 1950년대 60년대 70년대, 그리고 북진통일 승공통일 같은 용어가 점차 드물어지던 80년대까지였습니다. 물론 이후에도 많지는 않아도 반공 작품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이 간헐적으로 나오긴 했고 현재는 북한인권, 탈북자 문제 같은 것을 취급한 작품들을 반공 작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공문학을 비판하는 쪽 입장을 들어보면 반공문학이 북한 사람 전체를 악마화하고 북한은 인정도 사랑도 미풍양속도 통하지 않는 경직된 사회로 싸잡아 매도하는 편향으로 인해 남북 화해 협력과 궁극적으로 통일에 도움 되기보다 상대를 공격함으로써 대결을 조장하고 평화를 해칠 수 있는 우려가 농후하다는 의견입니다. 물론 그 의견에 일리는 있습니다만 제 생각엔 반공문학이 지나치게 사실을 부풀려 선동하는 면은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만 반공문학 자체를 평화를 해치고 통일을 훼방하는 작품으로 여기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공산주의 이념, 구체적으로 북한이 추구하는 이념과 체제는 남북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제거하지 않은 평화가 있다면 가짜 평화일 수밖에 없고 그것을 도외시하고 이루려는 통일은 사실상 북한이 주장에 따른 연방제 통일을 찬성하는 것이나 같다고 봅니다. 물론 최근 김정은 정권이 연방제 통일마저 지워버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도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반공문학은 없어져야 할 문학이기보다는 단점을 극복하고 보완해 국가안보와 국민정신이 북의 집요하고 교묘한 선전 선동에 오염되는 것을 예방할 백신 같은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MC: 북에 계실 때 반공문학을 접할 기회가 있으셨는지요. 어땠습니까?

 

도명학: 그런 기회는 없었습니다. 아니 한국 작품은 아니어도 중국에서 창작된 반공적인 작품들을 좀 봤습니다. 주로 마오저뚱 시절의 문화대혁명 등의 폐해를 반영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소설녹화수”, 영화말을 방목하는 사람들”. “김선생등이었는데 개혁개방 이후 창작된 것들로 중국문단에서는상흔 문학이라고 하더군요. 상흔 문학이란 문화대혁명 시기상처받은 흔적을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저는 그 작품들을 보면서 중국의 개혁개방이 작가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창작의 자유를 허용해 줬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혁개방이 아니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죠. 그래서 북한도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러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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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중국 상하이 유명 사립 미술관인 룽미술관에 전시된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초상화. /연합뉴스

 

MC: 반공문학의 대표적인 작품 하나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저는 한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에서 창작된 반공 작품들보다는 공산국가에서 창작된 반공성향 작품들이 더 리얼리티가 살아 있고 생생한 고발이 담긴 작품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중국 소설녹화수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중국공산당의 고위 간부의 타자수로 근무하던 여성이 그 간부와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사이였는데 사실이 드러날 우려가 있자 고위 간부는 자기가 무사하기 위해 여성을 억울한 죄명을 씌워 다시 돌아오기 힘든 수용소로 보냅니다. 여성은 배신감을 느끼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그 간부 개인이 덜돼먹은 인간일 뿐이지 공산주의 사상과 공산당까지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뭔가 단단히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도대체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죽기 전에 똑바로 알고나 죽자고 결심합니다. 그래서 자본론부터 시작해 마르크스와 레닌의 서적들을 몽땅 외울 정도로 공부합니다. 이상한 건 그렇게 공부했는데도 뭔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스탈린 서적까지만 읽으면 다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이 아직도 뭔가 부족합니다. 모택동의모순론을 비롯해 저작집 전부를 독파합니다. 그러고 나서 하는 말이 뭐냐면아 이제야 뭔가 좀 알 것 같아, 다만 모주석이 딱 책 한권만 더 썼더라면 다 알수 있었을텐데 아쉽구나합니다. 결국 작품은 공산주의 이념이란 허황하기 짝이 없는 이데올로기라는 메시지를 여운으로 남깁니다. 이 작품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상당히 높은 작품성을 평가받은 작품이지만 중국공산당이 불온한 작품으로 금서로 지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한국의 반공 작품 중에도 괜찮은 소설이나 시가 있긴 하지만 제 생각엔 반공 영화, 반공 드라마들을 많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MC: 선생님께서는, 반공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또는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 어떤게 있을까요?

 

도명학: 반공문학이 주는 교훈은 공산주의 이념과 체제의 폐해를 인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공산주의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 특히 한국의 신세대들에겐 공산주의 실체를 깨우쳐 줄 것입니다. 다만 지나치게 선동적인 면도 있어 좀 걸러야 할 것은 거르면서 봐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는 반공문학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가려볼 수 있는 탈북작가들의 작품이야말로 제대로 된 반공 작품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탈북작가 역량이 아직 너무 청소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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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 관해 발행한 "언론인들의 위대한 스승" 책 표지. /AP.

 

MC: 반공문학과 통일문학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요?

 

도명학: 전 시간에도 말씀드렸지만 한국의 반공문학 역시 큰 틀에서 통일문학 범주에 속하는 문학으로 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의 반공문학이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성격을 띄며 북한 체제 멸망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 통일에 대해 선동성이 짙은 특징이 있고 이에 비해 통일문학은 남북한의 실제 현실 반영과 분단 해소, 민족 화해 및 교류 협력, 인도적 문제 등에 무게 중심을 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북한에서 말하는 통일문학은 남한 내에 반미감정, 반정부 감정을 교묘하게 부추기는 문학으로 본래 의미에서의 통일문학을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MC: 마지막으로 오늘 나눈 내용을 정리해 주시죠.

 

도명학: 오늘 반공문학에 대해 제 나름대로의 짧은 소견을 말씀드렸습니다. 또 반공문학이 가진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서도 충분하진 못해도 느낀 바를 전했습니다. 통일문학과 반공문학이 서로 차이점이 있으면서도 큰 범주에선 통일을 추구하는 문학이라는 공통점을 내포한다는 점도 말씀드렸습니다.

 

MC: ,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 수고하셨습니다.

 

MC: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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