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민족의 ‘한’ 토해낸 분단문학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4.08.03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민족의 ‘한’ 토해낸 분단문학 소설가 박도씨가 미국 메릴랜드 주 칼리지 파크의 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이 보관 중인 한국전쟁기 전후의 사진들을 책으로 엮은 사진집 「지울 수 없는 이미지」(눈빛 刊)에 수록된 사진. 1954년 2월16일 판문점에서 북으로 귀환을 거부하는 포로와 설전을 벌이고 있는 북한측 대표
/연합뉴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저는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앞으로 이 시간에는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함께 한반도의 분단상황을 근거로 하여 성립된 문학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MC: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늘부터 4주동안 한반도의 분단상황을 근거로 하여 성립된 문학을 분단문학, 통일문학, 이산문학, 그리고 탈북문학 이렇게 네 가지로 나눠서 살펴 볼텐데요.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분단문학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먼저, 분단문학이란 뭔가요?

 

도명학: 분단문학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로, 학자에 따라 범위나 시기 등의 규정이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남북 분단 상황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은이 있습니다. 넒은 의미에서의 분단문학은 분단 시대의 모든 문학을 의미하는 것으로, 1945 8 15일 이후부터 장차 우리 민족이 통일을 이루는 시점까지의 남북한 모든 문학이 분단문학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분단 시대 문학의 준말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시대구분에 의해 포괄적으로 분단문학을 정의하는 것에는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좁은 의미에서의 분단문학은 분단으로 빚어진 민족의 모든 갈등과 모순을 파헤치면서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민중들의 사상과 정서를 담은 작품이나 그와 관련된 모든 문학활동을 말합니다. 따라서 분단문학을 정제된 의미에서 정리한다면 민족의 분단 현실을 통일의 터전으로 끌어올리는데 유익한 내면적 가치와 힘을 내포하고 있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분단문학이라는 용어는 문학 이론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보편적 용어는 아니고 한반도를 비롯한 몇몇 특수한 지역의 분단역사와 그 시대상을 문학으로 반영하고 있는 특수한 문화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C: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문학과 분단문학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요?

 

도명학: 가장 큰 차이점은 크게는 분담문학 작품들이 다루는 소재가 문자 그대로 남북이 분단된 현실을 배경으로 창작된다는 점과 분단 상황에 스며있는 의미와 진실 같은 것을 주제로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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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그린 태극기를 들고 살려 달라고 애걸하는 평양의 한 학생과 엎드려 있는 북한군 병사.(1951년 10월) /연합뉴스

 

MC: 남한과 북한 두 곳에 이 분단문학이 다 존재하나요?

 

도명학: 엄연히 남북에 다 분단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북한에서는 분단문학이라는 용어가 없습니다. 그러나 분단으로 빚어진 비극적 이야기를 담은 시, 소설, 영화들은 꽤 있습니다.

 

MC: 남한의 분단문학과 북한의 분단문학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뭔가요?

 

도명학: 공통점이라면 다같이 분단으로 인해 생긴 사람들의 아픔과 사회적 모순, 그것을 극복 해결해야 할 절박함 등을 반영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다른 점은 남한 작품들이 순수하게 분단을 배경으로 한 소재 자체를 거의 날 것으로 담고 있는 데 비해 북한 작품들은 몹시 선동적이고 정치적이어서 사실상 계급투쟁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남한에 고향을 둔 사람이 휴전선 때문에 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는 작품이라면 그 속에는 그 안타까움과 함께 고향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선 분단의 원흉 미국과의 최후결전 준비를 철저히 갖춰나갈 의지를 불태우는 식입니다.

 

MC: 남한의 대표적인 분단문학 작품은 어떤 게 있을까요? 소개 좀 해 주시죠.

 

도명학: 해방이후 분단문학은 시대 상황의 변화에 대응하여 내적인 성숙을 이루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단문학의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1950년대에 발표된 황순원의 「목숨」, 김동리의 「귀환장정」, 모윤숙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임옥인의 「월남전야」 등과 손창섭, 장용학, 이호철 등의 작품이 분단문학의 범주에 속합니다. 1960년대에는 최인훈의 『광장』을 비롯한 김숭옥과 서정인의 작품이 이에 해당되며, 1970년대에는 김원일의 「노을」,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 윤흥길의 「장마」등이 분단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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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11월 8일 유명 여류시인 모윤숙씨가 공산치하의 서울에서 유엔군의 도시 탈환 이전까지 산에서 숨어 지냈던 상황을 얘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리고 1980년대 이후 90년대에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시각이 드러나거나 분단과 이산가족이 생겨난 이후 그 후대들의 가족사를 서술하는 작품들이 등장했고, 이전 기기 작품들이 역사의 바로잡으려는 과거 지향적 성향에 초점에 맞추어졌다면, 이 시기는 교류의 새 시대를 여는 미래 지향적 의지를 담고 있는 특징을 보입니다.

 

MC: 북한의 분단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도명학: 네, 분단문학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적지 않은데 그중에 북한 소설가 림종상의쇠찌르레기라는 소설을 예로 든다면 이 작품은 3대가 조류학자인 남북한 이산가족의 실화를 소재로 한 실명소설입니다. 즉 실제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주인공 이름으로 사용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인 북한의 대표적 생물학자인 원흥길 박사가 이 가족의 할아버지고, 그리고 조류학자인 막내아들, 남한 경희 대학교의 원병후 교수와 원흥길 박사의 큰손자인 북한의 원창운 교수가 등장하는데요, 남한의 원병후 교수가 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서 쇠찌르레기에 '남한에서 보냈다'는 알루미늄 반지를 달아 날려보낸 것이, 북한의 모란봉 새 둥지에서 발견된 바 있는 실제 이야기를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고 합니다. 림종상 작가는 소설에서 주인공인 원흥길 교수의 말을 통해, "한갓 미물인 새도 남북한을 넘나 드는데, 사람들은 왜 마음대로 오고가지 못하는가" 라는 분단의 한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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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북한에 억류된 유엔군 포로들.1952.1.7 /연합뉴스

 

또 한편의 작품은 1990년에 발표된 리종렬의산제비라는 소설인데 이 작품은 1989년 평양에서 개최되었던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에 밀입국한 남한의전대협대표 임수경과 북한 박세영 시인의 미망인 사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남한당국과 미국을 분단의 주범으로 묘사하는 정치 선전적인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MC: 다른 나라에도 분단문학이라는 게 있나요?

 

도명학: 제가 직접 보진 못했지만 한반도처럼 분단을 경험한 나라들에는 당연히 분단문학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현재는 지구상에 실질적으로 분단이 지속되는 곳이 한반도지만 한때 분단 국가였던 독일, 베트남, 예멘 등에 분단을 다룬 작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MC: 이 분단문학 작품을 대할 때 독자들이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면 뭘까요?

 

도명학: 분단문학 작품은 일상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보다 사회성이 깊이 내재되어 있는 만큼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면 작가 자신도 정치적 성향과 취향이 있는 만큼 모든 분단 작품에 담겨진 메시지가 반드시 동일하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아니할 말로 분단 상황을 어떤 특정 정치세력의 입맛에 맞게 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북 관계를 소재로 한 북한 작품들의 경우엔 더욱 그렇습니다.

 

사진은 남과 북을 모두 마다하고 중립국으로 가는 북한군 포로들의 모습(1954.1.20). 2010.6.23 cut.jpg
 남과 북을 모두 마다하고 중립국으로 가는 북한군 포로들의 모습(1954.1.20). /연합뉴스

 

MC: 다른 문학작품과 달리 분단문학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도명학: 그것은 남북 분단 상황이 지속되는 한 남쪽이든 북쪽이든 결코 완전한 평화와 완전한 자유,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알게 모르게 많은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평소에 겪게 되는 별일 아닌 일 같은 것들도 따지고 보면 그 속에 분단이 남긴 상처가 간접적으로 보입니다. 세월이 많이 흐르다보니 한국 청소년들 속에 분단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건 사실이지만 평소엔 별 생각 없이 지내다가도 가끔 북한의 도발이 발생하면 모든 일상이 충격을 느낍니다. 분단 상황을 극복하지 않으면 한반도는 남이든 북이든 늘 불안정할 것이고 아무리 행복해 보여도 반쪽짜리 행복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젊은 세대가 자각해야 합니다.

 

MC: ‘이 작품은 독자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단문학 작품이 있다면 추천 좀 해 주시죠.

 

도명학: 개인적으로 제가 정말 감동 깊이 읽었던 이문열의 소설아우와의 만남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소설이 나온 지 좀 오래지만 6.25 때 북으로 간 부친이 북에서 새 가정을 꾸리면서 태어난 동생을 중국에서 만나본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더 진솔하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이미 읽어본 분들도 많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MC: 선생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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