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남한소설 여주인공 ‘몽실’ 북에 수두룩
2024.06.01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저는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함께 남한과 북한의 문학관련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선생님, 오늘은 소설을 가지고 나오셨는데, 어떤 작품인가요?
도명학: 네. 오늘은 한국의 권정생 작가의 작품 ‘몽실언니’라는 작품을 가지고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MC: 먼저 작가부터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권정생 작가는 한국의 동화작가입니다. 1937년 일본의 수도 도쿄 빈민가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그러다가,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경상북도 청송군으로 귀국했습니다. 귀국 후에도 살림이 무척 어려워서 국민학교도 겨우 졸업했다고 합니다, 나무 장수, 고구마 장수, 임노동자 등의 궂은 일을 하며 성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MC: 가난했기 때문이었을까요. 건강도 굉장히 안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도명학: 그렇습니다. 19세 때 그는 폐병에 걸렸는데요. 항생제를 보급받기 위해 읍내 보건소를 찾아갔으나 공급이 제대로 되질 않아 허탕치는 날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의 병세는 점점 심해져서 폐결핵과 늑막염을 거쳐 신장결핵과 방광결핵으로 인하여 온 몸이 망가져버려서 사람 구실을 못 할 정도였습니다. 이 때문에 평생 오줌통을 몸에 차고 살아야 했습니다.
MC: 어려서부터 굉장히 어렵게 살아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겠는데요. 아무래도 이런 환경이 작품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겠죠?
도명학: 어느 정도로 힘들게 살았냐면요. 1967년 경상북도 안동군의 한 교회에 딸려있던 토담집에서 기거하며 종지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름이면 소나기에 뚫린 창호지 문 구멍 사이로 개구리가 들어와 울고, 겨울이면 생쥐들이 들어와 발가락을 깨물거나 옷 속을 비집고 겨드랑이까지 파고들 정도였다고 한합니다.
MC: 이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작품을 내놨으니 정말 대단합니다.
도명학: 그렇습니다. 권작가는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똥》을 발표하여 월간 《기독교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1973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되었고, 1975년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습니다. 1981년 작 “몽실 언니” 등의 베스트셀러를 쓰면서 수억원에 이르는 인세를 매년 받았으나, 정작 산골의 흙집에서 평생을 검소하게 살았고, 옷도 단벌이어서, 이웃 사람들은 그가 굉장히 가난한 사람인 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MC: 그렇게 엄청난 인세를 받을 수 있게 해 준 '몽실언니'는 어떤 작품인가요?
도명학: 네. 소설 “몽실언니”는 한국에서 아주 유명해진 작품이더군요. 이 작품은 몽실이라는 여성이 겪는 파란만장한 생활을 통해 원초적인 인간성과 그에 미치는 사회적 및 시대상을 조명해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C: '몽실언니‘의 줄거리는 어떻게 되나요?
도명학: 소설의 배경은 해방 직후인 1947년부터 현대까지의 대한민국이고 주인공은 몽실이라는 이름의 절름발이 소녀입니다. 일본이 전쟁으로 패망하여 한국이 해방을 맞게 되자 외국에 나가 있던 꼬마 몽실이도 고국에 돌아옵니다. 몽실이는 아버지의 고향 근처 살강 마을 농사꾼 집 곁방살이를 하게 되고 아버지 정씨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집을 나가 버립니다. 어머니 밀양댁은 남편 없이 혼자 힘으로 몽실이와 아들 종호를 데리고 구걸하며 살던 중 종호가 죽습니다. 1947년 봄에 7살이 된 몽실은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새 아버지 김 주사와 살게 됩니다. 그런데 이듬해 오월에 어머니 밀양댁이 사내아이 영득이를 낳게 되자 할머니와 김주사는 몽실이를 구박합니다. 김주사의 횡포에 몽실은 절름발이가 되고, 학대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고모가 찾아 와서 노루실에 사는 친아버지 정씨에게 데려갑니다. 아버지도 재혼한 상태여서 몽실이는 새어머니 북촌댁과 함께 사는데 몸이 약한 새어머니는 동생 난남이를 남겨두고 죽습니다, 아버지 정씨 또한 6.25전쟁에 나가 죽고 몽실이가 동생을 돌보게 됩니다. 그 과정에 몽실이는 배가 고파서 양공주가 된 어린 소녀들, 6·25전쟁 통에 만난 같은 또래 의용군과 인민군 언니와의 만남과 이별 등을 통해 커갑니다. 몽실이는 동생들과 이웃을 돌보며, 소설의 마지막은 30년 후 구두 수리공과 결혼하여 어머니가 된 몽실이가 동생들과 자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사는 것으로 끝납니다.

MC: 그러고 보니 작가가 겪었던 힘들었던 경험이 작품 속에 많이 녹아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어떻게 보십니까?
도명학: 네, 작가의 경험이 작품 속에 녹아드는 건 당연합니다. 작가 자신이 고생을 많이 했기에 이 소설을 생동하게 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세계적으로도 보면 평탄하고 부유한 삶을 산 작가들보다 가난하고 곡절 많은 삶을 산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많이 썼습니다.
MC: 다른 시각으로 보면 북한의 현실과도 비슷한 것 같구요.
도명학: 네, 맞습니다. 북한에는 이 소설 속 몽실이와 같은 삶을 사는 수많은 몽실이들이 있습니다. 제 기억에 얼핏 떠오르는 북한 판 몽실이만도 여럿 됩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대량 아사를 겪으면서 전쟁을 겪은 것만큼이나 죽은 사람, 행방불명된 사람,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많았고 소설 속 몽실이 엄마처럼 아이들을 먹여살릴 수 없어 여기저기 재혼을 반복하며 돌아다닌 여성들도 있고, 별의 별 사연이 다 있었습니다.
MC: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독자에게 말하려고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도명학: 작가는 가난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이웃과 세상을 감싸 안으면서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 몽실이의 삶을 통해 전쟁과 가난이라는 어두운 역사 속에서도 굳건히 피어난 인간다움과 삶의 아름다움을 말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MC: 북한 주민들이 이 작품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도명학: 북한 주민들에게 이 소설은 정말 공감될 것 같습니다. 특히 청소년들과 여성들이 많이 공감할 것입니다. 북한에도 오래전에 나온 이 소설과 유사한 소설 “초순이”라는 소설이 있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6.25전쟁 시기였는데 몽실이와 비슷한 처지의 소녀가 별의 별 사람들을 다 겪으면서 성장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소설의 인기가 청소년들 속에서 많이 읽혔던 기억이 납니다.
MC: 전체적인 감상평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저는 소설 “몽실 언니”를 보는 내내 제가 작품 속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설 속에 들어가 몽실이를 돕고 싶은 마음마저 들 정도로, 어쩌면 작가가 남의 얘기를 마치 자기 얘기처럼 이렇게 잘 썼을까 하는 감탄도 나오고, 또 청소년 소설로서 아이들의 눈높이와 감정에 맞으면서도 동시에 성인들은 성인들대로 감정이 통하는, 참 잘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이 오래도록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비결이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MC: 네, 오늘 도명학 선생님과의 문학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