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탈북작가 “남한은 ‘검열’보다 ‘포상’”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4.05.18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탈북작가 “남한은 ‘검열’보다 ‘포상’” 북한 학생들이 김부자 동상에 참배하고 있다.
/연합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시간입니다. 북한에 계신 북한 동포 여러분 저는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남북문학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 안녕하십니까.

 

MC: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남북한 간의 문학 환경에 대해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선생님,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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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12일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 국방공업기업소들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한국 수도권을 겨냥하는 신형 240㎜ 방사포(다연장로켓포의 북한식 표현)를 싣는 차량 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연합

 

도명학: , 오늘은 북한에서 작가의 작품이 당국의 의도에 어긋나는 경우 어떤 비판과 처벌을 받는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MC: 선생님께서 처음 남한에 오셨을 때 남북한의 문학작품에 대한 당국의 검열 정도는 어땠나요?

 

도명학: 그 점에 있어서는 남북한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극명하게 다릅니다. 북한에 비하면 남한은 작품에 대한 당국의 검열이 전혀 없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남한은 출판사에서 원고를 접수하고 찍어내면 그만입니다. 작가의 사상이나 취향, 윤리관, 미학관 등에 대해 정부가 검열하는 일이 전혀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원고를 검토하고 작가와 의견을 조율해 수정할 부분을 수정할 뿐이지 제도적으로 검열하는 기관이나 기구가 없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규정이라는 것 있긴 한데 그건 방송이라는 대중 매체 성격상 송출되는 콘텐츠가 너무 편파적이거나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 뿐 표현의 자유를 억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규정은 아닙니다. 다만 분단국가인 관계로 국가보안법에 위배 되는 예컨대 북한 체제를 고무 찬양하는 작품은 안 됩니다.

 

MC: 북한은 어떻습니까?

 

도명학: 북한은 국가작품심의위원회라는 검열기구가 있습니다. 명색이 작품심의위원회지 검열기구나 다름없습니다. 작품은 여기서만 검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동맹 자체 내에서도 하고 당에서도 하고 출판사 편집부에서도 하는 등 이러저러한 문을 최대 일곱 개 정도는 통과해야 비로소 작품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작가들은 작품 한 개를 완성해 발표하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됩니다. 남한에 와서 보니 어떤 작가들은 한 해에 장편소설 한 개씩 발표하는 분들도 있을 정도로 속도가 빠르더군요. 어떤 분은 장편소설을 한 달 남짓한 기간 써내는 것을 본 적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입니다. 글을 쓰고 나서 겨우 검열문 하나를 통과하면 또 다음 문이 기다리고 그 문을 넘어서면 또 다른 문이 있습니다. 그것도 문마다 다 취향이 다릅니다

 

MC: 자세히 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도명학: 가령 첫 번째 검열에서 왜 이것은 네모난 것이냐. 성의가 없으니 좀 둥그렇게 고치라, 합니다. 그래서 겨우 고쳐 통과하면 다음 곳에선 왜 둥그렇게 만들었냐. 혁명적 기백이 넘치게 딱딱 모가 나고 각지게 고치라고 합니다. 어느 비위를 맞춰야 할지 작품을 이렇게 고쳤다 저렇게 고쳤다 하다보면 세월이 다 갑니다. 그 과정에 작가가 받는 스트레스가 굉장합니다. 너무 힘들어 원고를 집어던지고 싶어도 쉽지 않습니다. 만약 그 작품이 당국에서 주문한 작품이라고 하면 당이 맡겨준 임무를 태만하는 격이 되니 끝장을 볼 때까지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죽하면 한 소설가는 장편소설 한 권을 쓰는데 8년이나 고생하고 냈는데, 그 후유증이 얼만 심했는지 간 복수가 와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북한 작가들에겐 작품을 쓰는 품보다 검열을 통과하는데 소모하는 품이 더 많이 든다고 할 정도로, 정말이지 북한 작가들이 안쓰럽기 그지없습니다.

 

MC: 남한 당국도 제가 어렸을 때 소위 좌파 또는 친북 성향의 작품을 거르기 위한 조치라며 순수 문학작품에 대한 검열을 강하게 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때 적발된 작가들은 잡혀가서 고문도 받고 힘든 시간을 지내야 했었는데요. 북한에서는 어떤 작품들이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나요?

 

도명학: 남한 작가, 언론인들이 글 때문에 고초를 당했다는 기사는 북한 신문에도 나오고 방송에서도 나오는 걸 많이 접했었습니다. 그런데 의문은 그들 중 누구도 한번 가면 죽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같은 곳에 갔다는 소리도 없고 비공개 처형당했다는 소리도 못들었습니다. 오히려 옥중에서 수기까지 써서 발표한 것을 보고 의아함을 금치 못했습니다.

 

북한에서 단속되는 작품은 우선 당의 노선과 정책에 어긋나는 글입니다. 물론 작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노골적으로 제 목숨 줄 끊길만한 글은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다보면 본인은 재미나고 독창적인 글을 잘 써보려고 쓴 글인데 본인도 모르게 문제가 될만한 글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면 북한에 천세봉이라는 유명 작가가 있었습니다. 그가 쓴 장편소설이 한 때 굉장히 인기를 끌었고 그것을 매일 방송에서 낭독해 주는 시간에는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들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작품이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김일성이 지적하는 바람에 회수 도서가 되어 버렸습니다

 

MC: 뭐가 문제가 됐던거죠?

 

도명학: 문제는 등장인물 관계였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성격이 문제시 되었습니다. 주인공이 공산주의자인 항일빨치산이었는데 성격이 과격하고 단순하고 무자비했습니다. 그런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인물이 김일성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것입니다. 김일성은 공산주의자를, 항일빨치산을 불량배로 형상했다며 공산주의자들과 항일빨치산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윤리 도덕적으로 건전하고 고결한 품성을 지닌 것이 진정한 공산주의자의 전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일성이 그 정도로 대노 했으니 작가의 운명은 불 보듯 뻔했습니다

 

MC: 그래서 작가는 어떻게 됐나요?

 

도명학: 그럼에도 운이 좋았다고 할지 작가는 처벌은 받았지만 아주 매장당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도 재능이 아까워 관대한 처벌로 그친 것 같습니다. 실지로 북한 문단에 그만한 인재가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으니 살려두고 써먹는 편이 이득이라고 봤겠지요. 실지로 그 후 당국을 위한 수준 높은 작품들을 많이 썼습니다. 이걸 놓고 볼 때 작가를 처벌할 때 기준은 글을 잘못 쓴 것을 실수로 보는가 아니면 머리 속에 잠재해 있는 불온한 사상이 무의식중에 글에 나타난 것인지 가리게 되는데, 실수라고 판단되면 비교적 경한 처벌이고 실수가 아닌 머리 속 사상이 드러난 글이라고 판정되면 곧 죽음입니다.

 

MC: 북한에서는 이렇게 반정부, 반체제 내용을 담은 작품이 당국에 적발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보통 죄명은 뭔가요? 적법한 재판은 받을 수 있나요?

 

도명학: 반정부, 반체제 내용이면 북한 형법에 있는반동선전죄에 걸리는데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 영원히 나오지 못합니다. 재판은 국가보위성 내에 재판국이라고 불리는 부서가 있는데 여기서 합니다. 사회에 있는 인민재판소와는 별도입니다. 재판은 보위부 청사 내에서 비밀리에 하는 만큼 형식상 재판이지 제대로 된 재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북한 사람들도 보위부에서 정치범은 재판 없이 처리하는 줄 압니다. 실지론 형식에 불과하긴 하지만 재판이라는 것을 하고 수용소에 보냅니다. 물론 비밀리에 하는 만큼 방청객도 없고 가족도 참석하지 않는 재판입니다. 재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릅니다.

 

MC: 선생님께서도 북한에 계실 때 북한 당국의 눈에 거슬라는 잘품을 쓰신 적이 있나요? 어떤 벌을 받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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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모란봉악단 소속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 /ap

 

도명학: 저는 글과 발언 모두 걸려 정치범으로 체포되었습니다. 거의 3년을 구속되어 조사 받은 끝에 하늘이 도왔는지 정말 운 좋게 살아나왔습니다. 감방에 있는 동안 너무 힘들어 차라리 죽일 거면 빨리 죽여주기를 바랬고, 수용소에 보낼 거면 빨리 보내달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제 키가 170인데 몸무게가 너무 줄어 30킬로그램도 안될 정도로 쇠약해져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누워 있을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꿈에서 감방이 보일 정도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MC: 그때 그 벌을 받으실 때 어떤 기분이었으며,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도명학: 글쎄요. 그 기분을 뭐라고 표현했으면 좋을지, 허무한 생각도 들고, 억울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 후회도 되고, 아무튼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비감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끼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살아나가게 된다면 다시는 사회 정의니 진리니 하는 것에 관심 두지 말고 그냥 먹는 것밖에 모르는 동물로 살아야지 그게 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러다가도 다른 생각으로 바뀔 때가 있었습니다. 만약 살아나가게 된다면 이 저주받은 땅에서 영원히 떠나고 말아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무튼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MC: 남한 정부와 북한 당국이 각각 문학 작가들에게 잘 못하고 있는건 뭔지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 아쉬운 점 등등...

 

도명학: 남북한 당국이 다 같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작가는 가난하다는 인식이 좀 바뀌도록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남과 북 당국이 다른 점이 있다면 북한은 작가와 작품에 너무 간섭하고 남한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은 것 같습니다.

 

MC: 작가들이 바라는 최적의 창작환경은 어떤 걸까요?

 

도명학: 첫째는 작가의 개성이 마음껏 표현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겠고, 두 번째로는 작가들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 제도라고 생각됩니다.

 

 

MC: 좋은 작품에 대한 상도 있을 텐데요 남한과 북한의 문학작가에 대한 포상제도는 어떻게 형성돼 있나요?

 

도명학: 상은 남북한에 다 있지만 다른 점은 북한은 전부 국가가 제정하고 지원하는 상밖에 없는 데 남한은 출판사들도 상을 제정하고 민간에서도 자율적으로 상을 제정해 운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남한에는 문학상이 정말 다양하고 많습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6.4문학상”, “만경대창작상등 국가에서 제정한 상들 몇 개밖에 없습니다. 상을 타면 상금이나 상품 같은 것도 덤으로 받는 건 남한도 북한도 같습니다.

 

MC: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 수고하셨습니다.

 

MC: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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