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북한 작가는 돈키호테...작가 되려면 맷집 좋아야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4.05.11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북한 작가는 돈키호테...작가 되려면 맷집 좋아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故)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 110주년인 지난 2022년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중앙보고대회 및 평양시 군중시위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2022년 4월 16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남북문학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 안녕하십니까.

 

MC: 선생님,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볼까요?

 

도명학: , 오늘은 제가 남한에 와 살면서 작가들한테 자주 듣는 질문인 북한 작가들의 일상생활에 관한 것들 중 원고료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그 외 수입은 있는지 아르바이트 같은 일도 하는지 등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MC: 먼저 궁금한게 있는 데요. 시인이나 소설가 같은 문학작가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직종인가요? 남한과 비교해 봤을 때 어떻습니까?

 

도명학: 남한에서는 작가라고 하면 멋져 보이고 인기도 있는 사람으로 보여지죠. 좋은 작품을 써내 책이 많이 팔려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반면 북한에서는 작가들을 대단한 양반 나으리처럼 보는 때가 있었습니다, 사실 옛날 얘기고 지금은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경제난으로 작가들 생활이 비참해지면서부턴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돈키호테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됐습니다. 물론 대다수 작가들이 가난한 건 남북이 비슷합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극소수 작가들만 잘삽니다. 또 어느 나라든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가를 가난을 훈장처럼 달고 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도 하더라구요.

 

MC: 쉽게 말해서 자녀가 '나 나중에 커서 시인이 될 거예요. 소설가가 될 거예요'하면 부모들이 좋아하나요?

 

도명학: 그게 좀 답변하기 애매한데요. 자녀가 훌륭한 작가가 되어 크게 성공하면 좋으면 좋았지 나빠할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작가의 꿈이 아름답긴 하지만 과연 그 어려운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지, 괜히 그 길에 들어섰다가 성공하지도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고 이도 저도 아닌 인생을 살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서겠죠. 물론 작가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길이며, 또 작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달픈 수난을 동반하는지 전혀 모르는 부모들은 좋아하겠죠.

 

MC: 무엇이 북한 주민들을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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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북한 주민이 노동신문을 평양 시내 호텔에서 읽고 있다. /연합

 

도명학: 문학과 작가들에 대해 어느 정도라도 아는 부모들 입장은 자녀가 작가의 꿈을 꾸는 것을 무작정 박수치며 등 떠밀고 싶지 않아 합니다. 특히 북한만큼 작가가 되기 어려운 등단제도는 어느 나라에도 없을 것입니다. 작가가 되려고 쏟아붓는 노력을 다른 분야에 돌린다면 어디서든 성공할 거라고 말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작가가 되느니 차라리 고위 당 간부가 되는 일이 더 쉬울 정도입니다.

 

MC: 아니, 어느 정도인데 그런가요?

 

도명학: 얼마나 어렵고 성공률이 낮은지는 저의 경험을 놓고 보면 알 수 있는데, 제가 작가의 꿈을 꾸던 10, 20대 시절 전국적 판도에서 뛰어난 창작 기량을 뽐내는, 말하자면 선수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쪽에선 저도 지역을 넘어선 전국구 선수로 인정받고 있었기에 그들과 적어도 매해 한번은 실력을 겨뤄야 했습니다.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제일 첫단계는 학교에서 우승해야 되고, 우승하면 시, 군 경연대회에서 우승해야 하는 단계인데 이때부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거기서 이기면 직할시와 도에서 이겨야 합니다. 벌써 도에서 우승했다는 소리가 날쯤이면 만만치 않습니다. 마지막 단계가 전국경연대회인데 전국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모여 겨룹니다. 그런데 해마다 같은 선수들이 반복적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자연스레 통성명도 하고 친하게 지냅니다. 비록 경연에선 한치 양보도 없는 적이지만 끝나면 미래의 작가들끼리라는 공통된 심리로 인해 아주 절친이 되어 각자 자기 지역에 돌아가도 편지가 오가고 하는데, 그때 보면 작가가 되지 못할 사람 한명도 없어 보입니다.

 

MC: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도명학: 저는 그때 그들 중 최소한 20명 이상은 작가가 반드시 될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나니 정말로 작가가 된 사람은 저 혼자 뿐입니다. 그 쟁쟁하던 친구들 전부 다른 길로 돌았습니다. 당 간부, 행정간부, 검사가 되든가 보위부원이 되고 안전원이 되어 권총을 차고 우쭐렁대는 쪽으로 발전했습니다. 심지어 생뚱맞게 전혀 다른 학문인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된 친구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북한은 작가가 너무 어렵습니다. 작가가 되겠다면서 20대초반부터 노력하고도 나이 60이 지나서야 겨우 시 한두편 발표한 사람도 있었을 정도면 더 말해 뭣하겠습니까. 그러니 부모들이 자녀가 작가가 되겠다고 한다고 아이고 대견해라, 생각 잘했다며 등 떠밀어 주고 싶겠습니까. 허튼 생각 말고 수학 공부, 영어 공부나 열심히 해라, 이러기 십상이죠.

 

MC: 남한도 북한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도명학: 이것 말고도 다른 이유로 만류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의 친구 아버지는 아들이 도경연에서 우승 후보로 지목될 정도로 문학에 재능있는데도 극구 반대하며 공과대학에 갈 것을 강요했습니다. 이유인즉 작가는 자칫하면 정치적으로 매장될 수 있는 위험한 직업이라는 거였습니다. 혹시라도 글이 문제가 되거나 발언이 문제가 되면 끝장이라면서 과학기술분야가 무탈하고 밥 벌어먹기 편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때는 참 이해할 수 없는 고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썩 세월이 흐르고 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글 때문에 발언 때문에 정치범이 되었을 때 아, 옛날 그 친구 아버지가 이래서 문학을 하는 것을 그토록 반대했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쳤습니다. 결국 친구는 작가가 아닌 안전원이 되었고 그것도 아주 높은 자리에 올라 뇌물을 받아먹으며 잘살고, 작가의 길을 기어코 간 저는 비렁뱅이 신세나 면하는 처지로 살아야 했습니다.

 

MC: 북한에서도 원고료라는 게 있나요? 있다면 얼마나 지급을 하는지, 그리고 남한이랑 비교했을때 어느 수준인지 궁금합니다.

 

도명학: , 원고료는 있습니다. 그런데 판매부수와 상관 없습니다. 왜냐면 단편소설은 얼마, 장중편은 얼마, 시는 얼마, 이런 식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까다로운 검열 절차를 통과하기만 하면 작품은 발표되니까 적게 팔리든 많이 팔리든 정해진 원고료가 나옵니다. 또 같은 소설이나 시라고 해도 내용에 따라 액수가 차이 있습니다. 예컨대 수령을 직접 주인공으로 형상한 작품은 원고료가 제일 높은데, 반대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내용으로 한 작품은 제일 액수가 낮습니다. 남한도 원고 청탁을 받을 때 출판사들마다 좀 차이가 있긴 해도 통상적으로 책정된 원고료가 있더군요. 다만 북한처럼 어떤 내용인가에 따라 다른 경우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MC: 전업 작가로서의 문학가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어떤게 있나요? 남한과 북한을 비교한다면??

 

도명학: 북한에서 글로 버는 돈은 국가가 정해놓은 원고료밖에 없습니다. 다만 현역작가라고 불리는, 남한으로 말하면 전업작가에 해당하는데 매일 직장인처럼 작가동맹 창작실로 출퇴근하는 작가들은 원고료 외에 월급이 나옵니다. 액수는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 많은데 작가도 급수가 있어 1급작가, 2급 작가들 월급은 고위 당간부 월급 수준입니다. 그 외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몰래 장사를 하든지 해야 하는데 그건 작가로서는 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비사회주의 행위기 때문에 못합니다. 아주 은밀하게 하는 사람도 있긴 한데, 일반적이진 않습니다. 장사를 못하는 대신 산에 가서 약초를 캐거나 뙈기밭 농사 정도 하는 건 모른 척 해줍니다.

 

MC:그렇다면 북한의 문학작가들의 생활수준은 어떤가요?

 

도명학: 대개 다 가난합니다. 4.15문학 창작단 작가들이나 김일성상계관인 칭호를 받은 몇 몇은 잘 삽니다. 남한도 소수의 베스트작가들은 잘 살지 않습니까. 북이나 남이나 잘사는 건 소수고 다수는 글로만 벌어먹고 살지 못합니다. 다만 북한 경제가 비교적 정상으로 돌아가던 시절엔 작가는 잘사는 계층이었습니다. 그때는 작가 월급과 원고료가 괜찮은 생활을 보장할 정도로 가치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경제난으로 배급체계가 무너지고 장마당 물가로 식량과 생필품을 구입하면서 원고료와 월급은 휴지나 다름없는 가치로 떨어져 살기 어려워졌습니다. 집도 공급해주던 때는 옛날이고 지금은 작가들도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돈이 있어야 집을 장만할 수 있습니다. 사는 형편이 괜찮은 축에 속하는 작가들은 장사수완이 좋은 아내를 둔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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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지하철역에 게시된 '노동신문'을 읽는 시민들. /AP

 

MC: 문학작가로서 '성공했다'라고 했을때 남한과 북한은 같은 점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다를까요?

 

도명학: 공통점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작가는 이름 석자를 내걸고 글을 쓰는 사람인만큼 명예를 추구하는 점입니다. 좋은 작품으로 상도 많이 타고 명성이 높아져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죽은 후에도 작품과 이름이 길이 전해지는 것 그것이 작가적 성공이 아니겠습니까. 이점은 남북한 작가들만 아니라 세계 작가들이 다 같다고 봐야죠. 물론 많은 책이 팔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성공을 이루는 요소가 되겠죠. 다른 점이 있다면 북한 작가들은 책이 많이 팔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판매 부수와 상관없이 정해진 원고료만 받는 제도니 그럴 수밖에요.

 

MC: 남한의 경우 베스트셀러 한권만 출간해도 죽을 때깢지 '인세'라는 것이 지급된다고 하는데, 이 인세는 뭔가요? 그리고 또 북한에도 이런 게 있나요?

 

도명학: 저는 북한에서 인세라는 용어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남한에 와서야 알았는데 인세란 단순히 문학작품에만 해당되는 개념이 아니고 저작물이나 발명품 같은 것을 저작권자나 발명가에게 작품이나 제품이 팔릴 때마다 지급되는 권리금 성격이고 상속까지 되기 때문에 사망 된 후에도 유효한 것입니다. 북한에도 저작권, 특허권에 관한 법 규정은 있습니다만 인세에 관한 것도 있는지는 제가 법을 전공하지 않아 모르겠습니다.

 

MC:이제 마칠 시간이 다 됐는데요. 끝으로, 북한에서 문학 작가를 꿈꾸는 주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문학의 길은 탄탄대로가 아닙니다. 작가는 마지막까지 남은 수난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혹은 슬럼프가 오더라도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자기 작품에 대한 혹평을 들어도 기가 죽으면 안 됩니다. 작가는 맷집이 좋아야 합니다. 자기 혹평을 듣더라도 오뚜기처럼 일어나야 합니다. 덧붙여 드릴 말씀은 글만 잘 쓴다고 작가의 명예가 빛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작품에 앞서 인간적인 면이 아름답고 향기가 나야 합니다. 작가를 지성의 등불이라고 하죠. 작가의 월계관이 그만큼 무겁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노력할 때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MC: 선생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도명학: , 수고 많으셨습니다.

 

MC: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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