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남한 시에 담긴 북녘 고향의 ‘봄소리’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4.04.06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남한 시에 담긴 북녘 고향의 ‘봄소리’ 대구 지역에 봄비가 내린 3일 대구 수성구 수성못 벚꽃 산책로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서로 들어주며 벚꽃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남북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오늘은 청취자와 함께 어떤 작품을 감상해 볼까요?

 

도명학: 오늘은 한국 시인 석당 윤석구의 시 “봄이 오는 소리”를 준비 했습니다.

 

MC: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이 있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는 벚꽃이 활짝 폈는데요. 봄이 깊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경칩이다 해서 개구리가 알을 낳으면 봄이 왔다고들 하는데, 북한에서는 봄이 오는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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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강남구 양재천에 벚꽃이 개화를 시작하자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은 많은 시민들이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

 

도명학: 네, 한국도 봄이 한창입니다. 서울도 그렇지만 대구, 부산 등 남쪽 지역은 워싱턴과 기후가 비슷하다던데, 꽃이 아주 많이 폈습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길게 놓인 땅이어서 북한 지역은 남쪽보다 봄이 조금 늦게 오는 편이지만 북한도 봄입니다. 백두산 지역이나 개마고원 같은 곳은 아직 진달래가 좀 더 있어야 피지만 그래도 날씨가 제법 따스할 때입니다. 북한에서는 봄에 제일 먼저 피는 꽃이 진달래입니다. 꽁꽁 얼었던 강이 풀려나가고 산과 들에 풀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나무에 버들개지가 피어나고 진달래가 피어나면 아 이제 드디어 봄이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죠. 남한이나 북한이나 별다를 건 없습니다.

 

MC: 오늘 소개해 주실 시를 쓴 시인 윤석구 작가에 대해, 어떤 분인지 설명 좀 해 주시죠.

 

도명학: 석당 윤석구 시인은 1940년생으로 충청남도 예산에서 출생하셨고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소년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별명이 동요 할아버지, 흰머리 소년으로 불릴 정도입니다. 실지 시인은 동요들을 창작 발표했고 고령의 나이에도 동심적인 작품들인 “흰머리 소년의 끄적끄적”, “젊어 가는 길” 등을 창작했습니다. 시인은 아동문학작가, 동요작가, 한국동요문화협회 회장, 한국 동요박물관 명예회장, 에이스침대 대표를 역임했습니다. 윤석구 경기도 이천에 거주할 당시 동시와 동요가 좋아 아이들과 어울리다가 동요할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어 훈장처럼 자랑스러워 하는 동요사랑 운동가입니다.

개인 시집으로는 “첫눈에 반하다”, “늙어가는 길”, “젊어 가는 길” 이 있고 공저 시집으로 “시가 골목길로 내려왔다” 등이 있습니다. 동요할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은 윤석구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문득 북한에도 그런 시인이 있었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이제는 작고한지 꽤 됐습니만 별명이 “꽃동산 할아버지”로 북한에서 아동문학의 왕이었습니다. 아마 좀 오래된 북한 동요의 30% 정도는 그가 짓지 않았나 싶은데, 참 그분도 성이 윤씨였습니다. 이름이 윤동향이었습니다.

 

MC: 그럼 다같이 시낭송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시간 관계상 일부분만 들려 드립니다.

 

<액트>

봄이 오는 소리 / 윤석구

(출처: 유투브채널 ‘시낭송작가 고은하’)

 

산 너머 남촌 저 멀리서 들리는 듯 들리는 듯하지만

가장 가까이서 가장 먼저 듣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그대와 나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소리는 설명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청각이며 촉각이며 후각입니다

바로 그대와 나 사이 오고 가는 사랑의 소리입니다

봄이 오는 소리는 바로 그대가 오는 소리입니다

봄이 오는 소리는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입니다

그대와 나의 사랑 온도가 가장 뜨거울 때

알람이 자동으로 울려 주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입니다

그대가 우는 소리는 언제나 봄이 오는 소리입니다

봄이 오는 소리는 오로지 그대가 오는 소리입니다

봄이 오는 소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알려주는 아름다운 향기의 소리입니다

올 봄도 사랑하는 그대와 내가 가장 먼저 듣고 있습니다

 

MC: 이 시를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시인이 이 작품을 통해 보여 주려고 했던 ‘봄이 오는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요?

 

도명학: 이 시는 자연의 봄만이 아닌 마음의 봄을 담아낸 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가장 먼저 듣는 이가 그대와 나라는 표현에서 느낌이 옵니다. 한마디로 시적 화자에게 봄은 곧 사랑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래서 봄이 오는 소리는 그대와 나 사이에 사랑의 소리고 촉각이고 향기고 후각입니다. 설명할 수 없는 소리라고 합니다. 참 좋은 표현들로 차곡차곡 쌓여진 시입니다.

 

MC: 작가는 또 봄이 오는 모습을 시각적인 것이 아닌 청각적인 것으로 묘사를 했는데요. 문학적인 면에서 이런 것을 뭐라고 하는지, 그리고 왜 또는 어떤 때 이런 기법을 쓰는지요?

 

도명학: 시인이 봄이 오는 모습이 아닌 봄이 오는 소리를 담아낸 것은 아마도 꽃이라든가 움트는 새싹이라든가 하는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것보다는 청각적인 것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음속 대화를 더 잘 상징한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이런 기법으로 쓴 것은 아주 기발한 착상입니다. 누구나 다 쓰는 상투적인 비유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비유, 그러나 알아듣기 어렵지 않는 시어를 사용했습니다. 시인들이 이런 기법을 쓰는 이유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잘 느껴지도록 하는데 효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는 발견이다. 시는 색깔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MC: 북한주민들에게 있어 ‘봄’이란 무엇이고 또 어떤 의미로 다가 올까요?

 

도명학: 북한 주민들에게도 봄의 의미는 다르지 않습니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환희의 계절이고 마음속에 따스함과 희망이 움트는 계절이고 사랑의 계절이라고 하죠. 가혹한 겨울을 이겨내고 맞이하는 봄, 특히 기후로 볼 때도 남한보다 겨울이 더 혹독하고 깁니다. 거기다 겨울을 따뜻이 지내자면 땔감이 많아야 하는데, 땔나무도 석탄도 부족해 겨울이면 그야말로 고역을 치릅니다. 입에 들어가는 쌀값보다 아궁이가 먹는 쌀이 더 비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러니 남한 사람들보다 더 봄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하지만 봄이 와도 추위가 물러갔다는 건 말고 사람들에게 주는 봄의 혜택은 춘궁기 굶주림과 농촌노력동원 등 더 고된 일이 시작되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해마다 산과 들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지만 우리들의 마음에는 언제가면 꽃이 피려나 하고 노래해야 하는 것이 북한의 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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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거리에서 한 시민이 우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

 

MC: 이 작품 안에서 선생님께서 가장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도명학: 저는 시에서 봄이 오는 소리는 설명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라는 표현이 이 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장 집약적으로 함축된 문구인 것 같아 좋습니다. 물론 다른 구절들이 이 구절을 받쳐주고 있기에 그렇습니다. 시인마다 자기 개성에 따라 시를 구성한다는 의미에서 볼 때 만약 제가 이 시를 썼더라면 봄이 오는 소리는 설명할 수 없는 소리라는 구절을 맨 마지막에 사용했을 것 같습니다.

 

MC: 북한주민들이 이 작품을 읽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도명학: 아주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도 봄에 대한 시와 노래가 많습니다만 전부 봄을 활용해 체제 선전, 충성심 독려 같은 것이어서 이 시처럼 순수하게 봄을 느끼고 봄이 오는 소리를 음미하게 하는 시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이 시를 외웠다가 어디 가 읊어도 남한 시라는 것을 모르고 아마 옛날 김소월 같은 시인이 남긴 시가 아닐까 지례짐작할 것 같습니다.

 

MC: 북한방송에서는 종종 북한 주민들이 날 좋을 때 야외로 나가 음식도 먹고 술도 마시고 춤을 추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데요. 남한에 오셔서 본 남한주민들의 봄놀이와 북한 주민의 봄나들이는 어떻게 다르던가요?

 

도명학: 다른 점이 있다면 남한 주민들은 주말만 되면 직장인들도 가족을 데리고 꽃구경, 봄축제, 같은 곳에 가는 것을 거의 당연시하는 수준이지만 북한 주민의 봄나들이는 어쩌다 한번입니다. 그마저 직장에서 조직하니까 가는 겁니다. 물론 몇몇 친구들이나 동네사람들끼리 약속 잡아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본은 직장에서 갑니다. 그러니 가족끼리만 봄나들이 가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봄나들이, 북에서는 들놀이라고 하는데 남한보다는 훨씬 더 재미나게 즐겼던 것 같습니다. 어쩌다 한번 경치 좋은 곳에서 먹고 마시고 춤추며 흥을 돋구는 거라서 그런지 지금도 봄나들이만은 그때 그 시절로 잠간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MC: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 대한 감상평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시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읽으면 눈이 봄꽃을 보는 듯 화창해지고 낭송을 들으면 귀가 즐겁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 제목만 들어도 느낌이 확 오는 제목입니다. 시가 간결하고 쉬우면서도 구구절절 봄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인이 어떻게 봄이 오는 소리를 생각해냈을까 짐작해 보는 과정에 문득 떠오른 것은 아 북녘 내 고향엔 봄이 오는 소리가 더 확연하게 들리는 곳이었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저의 고향에서 봄이 오는 소리는 두텁게 얼어붙었던 강이 녹으면서 쩡쩡 얼음장 갈라지는 소리를 내고,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아내리는 물소립니다. 이걸 봄석이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 소리들이 독재정권이 무너져 내리고 자유통일의 봄이 오는 소리였으면 좋겠습니다.

 

MC: 네, 저희가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선생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끝까지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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