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칭찬합니다] 탈북청년들이 철원에 카페 차린 이유(2)
2024.04.11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 내 뜻대로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 결국은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가 혹시 있으셨나요? 그럴 때 누군가 단지 손 내밀어주는 것만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게 낯설고 서툰 탈북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준 사람들과 그들로 인해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들의 이야기, <당신을 칭찬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김원일: 초반에는 엄청 서툴러서 주문이 막 쌓이고 하면 사고 정지가 돼 몸도 안 움직이고…
이지요: 멘붕!
김원일: 멘붕이 와가지고 진짜 때려칠까… 제가 참는 걸 좀 잘 해요.
이지요: 원래 잘 참아요?
김원일: 그래서 지금까지 버틴 것 같아요.
한진범: 여기 한국에 도착했을 때가 15살인가 16살인가 아마 그랬을 거예요. 저는 혼자 왔어요. 어머니가 사실 쫓겨 다니는 몸이었거든요. 북한에서는 중국도 좀 다니시고 뭐 이런 식으로 하셔서 어머니가 한번 오면 보위부나 안전부에서 눈에 불 켜고 계속 감시하니까 한번 왔다 가셨는데 다시는 안 올 것 같더라고요. 또 혼자 남겨진 거죠. 그래서 제가 북한에 있는데 뭐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김원일: 11살 때 넘어왔어요. 어머니가 그런 탈북 루트를 다 알아봐서 외할아버지 댁에 가자 하고 저를 끌고 왔어요. 형이랑 아빠랑 떨어지는 게 너무너무 슬퍼서 진짜 맨날 울었거든요. 그냥 한국에 넘어왔을 때도 그런 게 좀 계속 유지가 돼서 그런 마음이 처음에는 좀 공허함, 외로움 이런 게 되게 컸었던 것 같아요.
어려서 탈북해 방황하던 김원일 씨와 한진범 씨는 탈북청소년들을 돌봐주는 총각엄마 김태훈 씨를 만나 한국생활에 잘 적응한 뒤 자립을 할 때 의기투합해 강원도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진심과 최선을 다한 덕분에 이들이 개업한 카페레스토랑이 주변에 입소문이 나면서 두 사람은 오늘도 음식 만들랴, 차 나르랴 분주하기만 한데요. 가끔씩 이렇게 새로운 삶에 적응해야만 하는 일이 버겁게 느껴지지만 어려서부터 견디고 참아야 했던 이들에겐 익숙한 괴로움이었던 거죠.
이지요: 아니 근데 지금 뭐 어디 가는 거예요?
한진범: 저희 이제 쉬는 시간이어서 잠깐 저희 농산물 이런 거 좀 배우는 것이 있어가지고.
이지요: 바쁘시네. 진짜. 안녕하세요. 알아서 척척 장화를 신고…
이광휘: 뭐 한두 번 온 게 아니라서요. 자주 오니까 다 알아요.
이지요: 그런데 마늘이 엄청 싱싱하게 파릇파릇 잘 자란 것 같아요.
이광휘: 반쪽을 뽑은 다음에 이렇게 해서 이런 식으로. 나중에 한꺼번에 빼면 되니까…
이지요: 자연스럽게 잘 시키시네요.
이광휘: 이 친구들은 자주 해봤기 때문에 별도 얘기가 없어도 금방 해요. 벌써 한 4~5년 됐거든요.
정신 없는 점심 장사가 끝나고 저녁 준비까지 두 시간 동안 쉴 수 있는 지금, 두 청년은 달콤한 휴식을 뒤로 하고 어디론가 서둘러 움직이는데요. 칭찬 배달부 지요 씨가 이들을 따라간 곳은 인근 마을의 마늘밭. 밭 주인 이광휘 씨와 가볍게 인사를 한 뒤 자연스럽게 장화를 신고 밭으로 향한 두 사람은 곧바로 농사 일을 돕습니다. 벌써 5년째 여기에서 농사 일을 배우고 있다는 두 사람. 카페레스토랑도 손님이 몰릴 정도로 바쁜데 농사에는 왜 이토록 진심인 걸까요?
한진범: 지금 만약에 마늘 심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돼요?
이광휘: 지금 심어도 돼.
한진범: 지금 쪽마늘을 사서 심어야 되는 거예요?
이광휘: 아니. 그 마늘 안 깐 거 있잖아. 그걸 쪼개서 심으면 돼. 이게 매출이 4천만 원이 되는 거야.
이지요: 4천만 원? 진범 씨. 뭔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열심히 이렇게 수강하시던데…
한진범: 제가 북한에서 살 때 제 땅을 가지고 제 이름으로 이렇게 농사지은 적이 한번도 없어서 제 이름으로 제 땅을 가지고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고 싶었던 그런 마음이 많아서 관심이 좀 있었어요.
이광휘: 이런 우수한 자원이 다른 데 안 가고 철원에서 다 진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 지역 토박이인 마늘밭 주인 이광휘 씨 눈빛에서 원일 씨와 진범 씨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나는데요. 이광휘 씨를 스승으로 모시고 농사 공부를 하고 있는 두 청년은 마늘 하나로 연매출 4천만원, 3만달러 정도 된다 하니 눈이 초롱초롱해집니다. 북한에서 ‘내 이름으로 된 땅, 내가 원하는 농사’를 짓고 싶었다는 진범 씨의 마음을 아는 이광휘 씨도 흐뭇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주고 끌어주시네요.
한진범: 비닐 찢어도 돼요?
이광휘: 또 재활용해야 돼서 찢으면 안 돼.
이지요: 진범 씨는 흙을 막 이렇게 털면서 거의 황소처럼 오는데요. 아니 계속 웃고 있어요. 뭔가 표정에서 드러나요. 힘든데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뭔가 이런 느낌이 들어요.
한진범: 제가 원하는 만큼 철원에서 제가 진짜 잘 이루었다. 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철원에서 지내야죠. 성공해야죠.
이지요: 연고도 없는 이 낯선 대한민국 최북단 철원에서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나가고 있는 두 젊은 청년 김원일, 한진범 두 분께 응원의 선물을 안 드릴 수가 없죠. 칭찬 꽃다발 두 청년을 응원하는 의미로 제가 이 노래 선물을 한번 준비를 해 봤습니다. ‘공기가 달다 참 좋다. 청춘은 또 빛난다. 반짝여라 젊은 날 반짝여라’ 두 청춘의 무대, 그리고 당신을 칭찬합니다.
얼굴보다 더 큰 돼지고기를 튀기고, 향 좋은 커피를 만들고, 거기에 마늘밭 가꾸는 비법까지 배우며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두 사람. 두 청년의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반짝일 것 같습니다. <당신을 칭찬합니다> 다음주 이 시간에 새로운 칭찬 주인공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