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칭찬합니다] 탈북청년들이 철원에 카페 차린 이유 (1)
2024.04.04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 내 뜻대로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 결국은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가 혹시 있으셨나요? 그럴 때 누군가 단지 손 내밀어주는 것만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게 낯설고 서툰 탈북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준 사람들과 그들로 인해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들의 이야기, <당신을 칭찬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이지요: 해발 362미터 소이산 정상이.. 와 보인다. 우와 완전 탁 트였네. 저쪽이, 멀리 저쪽 산 끝에 있는 저쪽이 북한이래요. 북한. 와 날씨가 조금만 더 맑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자 이렇게 제가 지금 이곳에 온 이유가요. 이곳 최북단 강원도 철원에서 아주 건실하게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두 청년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김태훈: 안녕하세요. 총각 엄마 김태훈입니다. 저와 같이 함께 살았던 김원일, 한진범. 이 두 친구를 칭찬하려고 하는데요. 접경 지역이고 사람들이 오지 않는 곳이지만 이 아이들이 이곳 지역에서 새로운 어떤 문화를 만들고 싶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대견하고, 저는 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사실 먼저 앞서서 칭찬 제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광휘: 원일이와 진범이를 만난 지 한 4~5년 됐는데요. 철원에서 카페도 하고 있고 그리고 농사를 짓겠다는 이런 기특한 마음이 있어서 너무 예쁘거든요. 이런 훌륭한 생각을 가진 원일이와 진범이를 칭찬 제보합니다.
칭찬 배달부 이지요 씨가 강원도 소이산 정상까지 오르며 소개한 오늘의 칭찬 주인공은 바로 탈북 청소년들을 엄마처럼 돌보는 총각 엄마 김태훈 씨와 함께 살던 두 청년인데요. 태훈 씨의 품을 떠나 원일 씨와 진범 씨가 자리 잡은 곳은 왜 강원도 철원이었을까요? 일단 이 두 청년을 입이 마르게 칭찬한 강원도 농민 이광휘 씨가 말한 카페로 먼저 가서 오늘의 주인공들을 만나볼까요?
이지요: 노랑노랑, 주황주황 저기가 카페예요. 최북단 카페 길 조심히 건너서 저분도 맞는 것 같은데. 안녕하세요? 어 제가 원일 씨와 진범 씨를 찾아 왔거든요. 혹시 맞나요?
김원일: 네. 맞습니다.
이지요: 오 잘 찾아 왔어. 반가워요.
김원일: 여기 조심하세요.
이지요: 아니 구조가 굉장히 독특해요. 진짜.
김원일: 컨테이너로 건물을 다 지어서 저희 마음대로 모양을 디자인 하는데 좀 장점이 많이 있어서 좀 예쁘게 했어요.
주변이 논밭이라 카페가 있을까 싶은 곳에 노란색 건물과 주황색 건물이 눈을 확 사로잡는데요. 최북단 카페라는 현수막이 크게 달린 이곳은 28세 탈북 청년 김원일 씨와 27세 한진범 씨가 운영하는 카페레스토랑입니다. 그러니까 커피를 비롯한 각종 음료뿐 아니라 음식도 판매하는 곳이죠. 논밭 사이로 펼쳐진 알록달록 예쁜 건물들에 우리 지요 씨 눈이 휘등그레 한데요. 건물 안으로 한번 들어가볼까요?
김원일: 여기가 카페 1층이에요.
이지요: 들어오자마자 커피 냄새가 나요.
김원일: 나요? 저희 너무 오래 있어서 커피 냄새가 잘 안 나요.
이지요: 아 본인들은 정작 모르시는구나. 통유리로 야외 테라스가 쭉 있네요. 카페랑 레스토랑이랑 분리를 시켰나 봐요.
김원일: 네. 이게 아무래도 커피만 드시는 분들은 음식 냄새가 좀 싫을 수 있어서 일부러 따로 떨어뜨렸어요.
이지요: 어머 여기도 인테리어가 뭔가 깔끔하고…
김원일: 그래서 여기는 컨테이너를 한 면을 뜯어서 그냥 위쪽으로 이렇게 좀 넓어 보일 수 있게 했어요.
카페 2층으로 올라가면 전체 창을 통유리로 만들어 전망이 시원하게 한눈에 펼쳐지고요. 야외에서 차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노란색 건물에서 주황색 건물로 건너 가면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나오는데요. 포근하고 아늑한 공간에 천장도 높이 만들어 아주 넓은 느낌입니다. 이렇게 멋진 곳은 불과 5년 전에 탄생했는데요. 원일 씨와 진범 씨는 10대 어린 나이에 탈북해 방황하다 총각 엄마 김태훈 씨를 만나 함께 살면서 형제처럼 지냈다고 합니다. 정규 교육을 잘 마친 두 사람이 자립할 나이가 되었을 때 의기투합해 정착지로 선택한 곳이 바로 강원도 철원이었습니다. 바로 고향과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이죠.
김원일: 왠지 철원은 약간 내가 살던 고향 같은 느낌이어서 통일에 대한 그런 생각들을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쪽의 어떤 일들이나 사업 같은 것들을 좀 더 자유롭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한진범: 솔직히 와서 조금만 있다가 그냥 갈 거다 생각하고 왔었는데 와서 있다 보니까 뒤에 땅이 좀 생긴 거예요. 제가 노력한 만큼 그런 받을 수 있는 땅이 있어서 저한테 철원은 도전하는 그런 곳인 것 같아요.
김원일: (손님에게) 혹시 아까 전화하셨나요?
이지요: 와 손님이 오니까 척척 움직이시네요. 얼마나 잘 만드는지 한번 지켜볼게요. 수제 돈가스 나왔어. 와 소스가 근데 굉장히 독특해요. 색깔이.
한진범: 저희가 직접 다 만든 거여서…
이지요: 잠깐만 근데 저거 양이 왜 이렇게 많아. 2인분 주문 했었나?
한진범: 아니요. 1인분이에요.
이지요: 1인분이죠? 저거. 이렇게 산처럼 쌓여 있었던 것 같은데.
김원일: 저희 돈가스가 양이 좀 많습니다.
한진범: 군인분들 면회 오시거나 하면 군인분들이 되게 많이 오시고, 여기 이제 철원에서 농사짓는 분들이 돈가스 드시러 많이 오시거든요.
손님이 오기 시작하자 분주해진 두 사람, 원일 씨가 뚝딱 요리를 하고 진범 씨가 신속하게 손님 식탁에 음식을 옮깁니다. 이탈리아 요리 스파게티에 버섯 샐러드, 거기에 돼지고기를 튀긴 일본식 돈가스까지! 양도 아주 푸짐한데요. 힘 많이 쓰는 군인과 농민들이 오시니 양 많은 건 필수겠죠?
김원일: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뭐 드시겠어요?
김용빈: 글쎄 뭐 봄 메뉴가 있을까?
김원일: 봄에요? 봄에는 돈가스죠.
이지요: 안녕하세요. 그 아까 저희 청년분들이랑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김용빈: 저도 실향민의 아들이고…이 친구들은 어린 나이에 그걸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이잖아요. 전흥준: 남한 사회에 적응을 잘해 간다는 게 상당히 기특하기도 하고…
신호승: 외지인이잖아요. 여기 처음 발 디딜 때 3년은 못 버티고 이제 문 닫을 거라는 걱정을 했는데 꾸준히 한다는 것, 그리고 희망을 잃지 않고 한다는 것 자체가 박수칠 만한 것이죠.
손님: 총각들이 음식하잖아요. 음식이 다 맛있어요. 젊은 친구들이 일하는 걸 난 흘려 안 봐요. 정말 내 자식 같아서. 저렇게 열심히 하니까 멋있잖아요. 상냥하고 친절하고 좋지.
지역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 친한 형님들도 외지인, 그것도 북한에서 온 젊은 청년들이 시골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게 기특하기만 하다는데요. 원일 씨와 진범 씨의 푸짐한 돈가스, 아니 봄가스와 각종 음식들은 이렇게 친한 형님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군인들에게 입소문이 날 정도로 인기 만점입니다. 하지만 그런 오늘이 있기까지 여러 번 때려치울까 고민도 많았다는 두 청년. <당신을 칭찬합니다> 다음주 이 시간에 두 청년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