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정미율이 북한 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4.10.24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정미율이 북한 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 북한 주민들이 평양 외곽에서 쌀을 수확하고 있다.
/REUTERS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 안녕하세요.

 

MC: 이제 추수가 거의 끝났겠지요. 북한 농민들이 정말 수고가 많았을 텐데요. 노동신문 같은 북한 측 자료를 보면최고 수확을 돌파했다이런 표현이 자주 나오더라고요.

 

북한, 매년 곡물 100만 톤을 버리는 이유

 

조현: . 그렇습니다. 저도 그런 문구들을 많이 봤습니다. 작년보다 잘 된 것은 맞는데 농민들이 얼마나 체감할 지는 두고 봐야 알 일입니다. 작년(2023)에도예년에 없는 풍년이라고 자랑했지만 쌀값은 북한에 시장이 형성된 이래 최고점을 여러 번 갱신했습니다. 물론 북한 당국이 흉년을 풍년이라고 거짓말 한 것도 있고요. 또 해마다 예상 수확량과 실제 수확량 사이에 차이가 나는 것도 그 원인입니다. 북한의 연간 곡물 생산량이 평균 500만 톤으로 보는데요. 20% 이상, 100만 톤 이상이 유실됩니다. 곡물을 수확하고 나서 탈곡이나 건조, 보관, 유지를 못해서 생기는 고질적인 문제인 거죠.

 

MC: 맞아요. 작년 이맘때도 우리가 벼 수확 이후에 손실을 줄이는 방법을 얘기했지요. 그때 소장님이 북한에 종합탈곡기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하셨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개선이 되었을까요?

 

조현: 아니요. 전혀 안 됐습니다. 제가 종합탈곡기에 대해 강조한 이유가 있어요. 북한 외에 다른 나라에선 종합탈곡기를 도입해서 논, 그 자리에서 벼 베기와 탈곡이 한꺼번에 진행됩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렇지 않죠. 벼를 베고 그것을 탈곡장까지 운반해서 탈곡한 뒤에 또 그걸 날라서 건조장으로 옮깁니다. 이러니까 도중 손실이 많은 거예요. 모든 시설이 열악하고, 운반할 땐 길도 험해서 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많습니다. 종합탈곡기는 작년 전국에 10% 정도 도입됐다고 들었는데요. 10%도 품질이 좋지 않아서 일단 벼를 베는 정도로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기술로는 성능 좋은 종합탈곡기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고요.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데요. 북한 당국이 핵무기 만들 돈으로 종합탈곡기 사다가 농촌에 보내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도 못하면 한민족인 대한민국에 도움을 요청하기만 하면 되는데, 이 쉬운 걸 못하니 애써 추수한 쌀 100만톤을 그냥 날려버릴 수밖에 없어서 너무 아쉬운 거죠.

 

MC: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소실되는 100만 톤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소장님이 종종 탈곡과 곡물 건조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셨는데요. 이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조현: . 그랬죠. 작년 추수 때는 첫 번째 탈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두 번째론 건조도 잘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작년에 이어 세 번째, 정미율 (精米率)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이것만 잘하면 날아가는 100만 톤 중에 절반은 건질 수 있겠습니다. 정미율은 현미에 대한 백미의 중량 비율을 말합니다. 정미율이 60%라면 벼에서 현미를 40% 깎아냈다는 거죠. 쌀 표면엔 단백질, 지방 등이 있는데 이게 쌀 맛과 향에 영향을 줍니다. 보통 이 부분은 거칠고 맛이 없다고 하죠. 북한의 정미율은 80% 정도 됩니다. 벼에서 껍질을 까면 그걸 현미라고 하잖아요? 거기서 한 번 더 깎아낸 정도입니다. 한국은 용도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일반 백미의 경우 정미율이 92% 정도 되고요. 만약 술을 만들 땐 고급술일수록 많이 깎아내서 안쪽 부분만 사용합니다. 일본은 곡주(사케)가 유명하잖아요. 그건 쌀알의 40%만 남겨내고 다 깎아내는 건데요. 북한은 식량이 부족하니까 아직 그 정도는 사치인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의 80%보다는 좀 더 높이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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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정미율을 높이면 쌀 중량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거죠?

 

조현: . 북한 기준으로 볼 때 전국적으로 정미율을 1%만 높여도 쌀을 몇만 톤 더 얻을 수 있습니다. 보통 북한은 국가가 정한 기관에서 정미하는데 만약 벼 100kg을 정미율 80%로 정미하면 90kg 이상은 나와야 하거든요. 그러나 시설이 노후하고 정미 기술이 많이 떨어져서 어떨 땐 75~80kg 밖에 안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럼 막 떼어먹었다고 싸우고 난리가 나죠. 전체 생산량을 늘려야 할 뿐만 아니라 추수나 가공 공정에서 나타나는 찌꺼기까지도 줄여야 한다니 이것만 봐도 북한 식량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국가 기관에서 정미율을 높인다면 농민 식량에 더욱 효과적일 거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MC: . 그럼 최대한 정미율을 높여야 하겠는데요. 이걸 과연 농민들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듭니다. 물론 북한에선 농민들에게 볏단 자체로 분배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렇게 받아서 직접 정미하는 게 가능합니까?

 

정미율 높이면 먹을 식량도 늘어나

농장과 작업반에서 직접 정미도 필요

 

조현: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얘기죠. 농장 일만으로도 바쁜 농민들이 어떻게 집에서 탈곡하고 정미까지 하겠습니까? 국제 사회의 인권 기준으로 보면 너무 과중한 일입니다. 그러나 북한 농민 입장에서 보면 또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정부 기관에서 정미를 하면 수수료 떼고 아까의 사례처럼 남는 곡물도 많지 않아서 농민만 손해를 보잖아요. 그래서 각 농장이나 작업반에 가정용 정미기를 놓고 자체로 정미해 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습니다. 한국에서 파는 가정용 정미기는 종류가 수십 가지나 되고 가격도 비싸지 않습니다. 저렴한 건 200달러로 시작해서 1000달러 넘는 제품도 있고요. 한국에선 보통 비정규직 노동자가 최저 임금을 받아도 한 달에 약 1500달러 이상은 버니까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닌 거죠. 북한에서도 원한다면 중국산 정미기는 구할 수 있으니까요.

 

MC: 조금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애써야 하는 북한 농민들입니다. 농민들 나름대로는 살 길을 찾아야 하겠지만 북한 당국 차원에서 농민들이 신뢰할 만한 정미 기술을 보여주면 좋겠네요. 방금 정미기를 소개해 주셨는데 사실 북한 농촌의 기계화가 시급한 상황이잖아요. 수확 후 지금 단계에서 정미기와 함께 북한에 도입되어야 할 농기계가 또 있겠습니까

 

조현: 네 북한처럼 손으로 농사짓는 나라는 세계에서 몇 나라 안 될 겁니다. 모든 농기계가 다 중요하겠지만 오늘은 북한에 아직 없는 곡물 건조기에 대해서도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시기에 꼭 필요한 농기계입니다. 수확된 벼는 수분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사실을 북한 농민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수분이 높으면 묵은 쌀 냄새가 나고 썩거든요. 쌀알의 호흡량이 최소한으로 억제될 때까지 건조를 잘해야 합니다. 곡물 건조기는 평면식 건조기와 순환식 건조기가 있습니다. 평면식 건조기는 밑면적이 한 평정도, 높이가 70cm인데요. 곡물을 여기 채우고 열풍을 통과시키는 기계입니다. 북한엔 이런 것만 써도 훨씬 좋겠는데, 사실 세계적으로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아요. 더 효과적인 순환식 건조기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평면식 건조기와 같은 크기지만 곡물을 쌓아두는 공간이 층층이 높게 있습니다. 각 층마다 곡물을 올려놓으면 이동 장치가 곡물을 위아래로 계속 움직입니다. 곡물이 위아래로 이동하는 동안 열풍이 곡물 층을 수평 방향으로 통과시키면서 건조가 이뤄지는 거죠. 북한은 그냥 바람 없이 땅에 널어놓거든요. 그래서 작년에 제가 꼭 선풍기를 건조장에 놓아야 한다고 말씀도 드렸던 거고요. 북한 농장에도 이런 곡물 건조 시설이 도입된다면 수확한 곡식을 굳이 날려버리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MC: .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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