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가을철 유행하는 돼지 전염병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4.10.11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가을철 유행하는 돼지 전염병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지난 2017년 4월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의 '4월22일 태천돼지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한국에선 단풍놀이하러 들로 산으로 놀러 가는 사람이 많은 10월이지만, 농민들에겐 본격적인 가을걷이로 가장 바쁜 달일 것 같습니다. 또한 사람이나 짐승 사이에서도 전염병이 많이 도는 시기이기도 하죠. 지금 북한도 한국처럼 축산 업계가 비상 아니겠습니까?

 

10월은 돼지를 팔아야 하는 시기

마지막 전염병 관리 주의해야

 

조현: 네. 그렇습니다. 북한의 가을철은 연초에 사육하기 시작한 가축들의 마지막 사육 시기, 즉 가축을 팔아야 하는 시기죠. 아주 중요한 때인데요. 그런데 이 시기엔 말씀대로 전염병이 정말 잘 걸립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발생하는 질병을 잘 알고 대처해야 1년 고생이 비로소 결실로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나 우리 농민들이 많이 키우는 돼지가 중요합니다. 저희가 방송에서 돼지 얘기를 많이 했지만 그래도 또 강조해야 하는 이유는 북한 축산물에선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50%가 넘거든요. 게다가 서해안 지역에선 돼지고기를 못 먹으면화기라는 토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이건 가슴이 막힐 듯이 답답하고 달아오를 듯이 뜨거워지는 기운으로 시작해서 복통과 설사로 이어지는데, 북한처럼 영양이 부족한 곳에서 화기까지 걸리면 심지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 무엇보다 돼지의 질병 관리가 우선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MC: 북한은 여전히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영향을 받고 있고요. 지난 8월에는 올해 돼지 방역에 실패해서 골든타임 즉 돼지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시간을 놓쳤다고도 말씀하셨는데요. 두 달 전에 비해서 상황이 더 심각해진 걸까요?

 

조현: 그렇습니다. 최근 평안남도 축산관리국도 돼지 단독과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종자 가축을 공급하는 종축장과 농장 축산작업반의 사육두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를 했습니다. 제가 두 달 전에도 말했죠.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북한 당국이 국제 사회에 문을 열고 백신도 들여오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결국 그러지 못해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폐사가 많이 일어났습니다. 현재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돼지 단독이라는 병이 유행합니다. 돼지 단독은 주로 3~12개월 된 돼지가 걸리는 전염병인데요. , , 배 따위의 살가죽에 붉은 자줏빛 반점이 생기고 뒷다리에 마비가 오며 결막염이 생기는 병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돼지는 작년에 비해서 약 10%더 개체수가 줄었다고 보고 있고요. 그 외에도 10월에 유행하는 돼지 질병이 많습니다. 전국적인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줄어든 개체 수의 비율은 아마 전국이 비슷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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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안타깝네요. 그럼 가을에 걸리는 돼지의 질병을 살펴보고 주의할 점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유행하는 질병 중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조현: 솔직히 많습니다. 이 시기 북한에서 자주 발생하는 돼지들의 병명만 해도 10가지가 넘지요. 비교적 대처하기 가장 쉬운 질병부터 말씀드리면, 최근 수해 피해도 컸는데 이때가 지나면 돼지들 사이에서 바이러스성 위장염과 유행성 설사가 유행합니다. 일반적으로 2~3년에 한 번씩 순환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러나 발병 규칙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가을철에 어미 돼지에게 백신을 꼭 주사해야 합니다. 일단 발병하면 젖을 끊지 않은 어린 돼지는 사망률이 높고 특별히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 큰 돼지는 항생제를 주사하거나 먹이고 사료에 비타민을 보충합니다. 이렇게 간단한 약물치료를 하면 5~7일 정도 자연히 회복될 일입니다. 약물이 부족한 북한이지만 이 정도는 가능하다고 보고요.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항생물질을 사용해서 뒤이어 감염될 수 있는 다른 질병을 방지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혹시 유행성 감기 같은 패혈증 형의 질병에 걸렸다면 그건 급성이기 때문에 빨리 주위 돼지들이 옮지 않도록, 북한에서도 구할 수 있는 페니실린을 주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MC: 그렇군요. 혹시 예방을 놓쳤다면 이런 병은 빠른 대처가 중요하겠습니다. 아까돼지 단독이 유행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피부가 붉어지는 그 병 맞나요?

 

조현: 네. 맞습니다. 돼지 단독에 걸리면 원기가 쇠약해지고 38~39℃ 정도여야 할 체온이 39.5~42℃까지 올라갑니다. 그러면서 돼지가 부들부들 떨면서 우리를 돌거나 서있지 못하고, 무리를 떠나 땅에 누워있거나 변비나 설사 증상이 나타납니다. 병든 돼지의 귀, , 아래, 가슴 앞, 배 아래, 사지 안쪽 등의 부의 피부가 붉은 빛과 자줏빛으로 변해 손가락으로 눌러도 색이 옅어지지 않습니다. 결국은 어미 돼지는 생산 기능이 떨어지고 새끼 돼지는 빈혈이나 창자 및 호흡기관의 감염으로 이어지죠. 한국의 경우는돼지 단독예방의 목적으로 여러 가지 백신이 개발되어 사용되는데 한국 내 생산 백신은 1회 주사하면 6개월간 면역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돼지 단독의 효과적인 예방, 치료를 하기 위해 폐사된 돼지의 비장, , 신장 등의 내부 장기를 채취해서 수의 검역기관이나 각 시도 가축방역부서에 연락하면 정확한 진단을 해서 돼지 단독을 박멸하고 있는데요. 북한에는 그런 체계가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비육돼지가 단독에 걸리면, 틸미코신(Tilmicosin)이나 아르사닐산(Arsanilic Acid)을 완효성 테라마이신에 배합해서 치료해야 하는데요. 이런 약품을 구할 수 없다면, 가축의 혈액이나 체세포로 만든 여러 가지 생물약품을 대신 사용하면 되겠습니다.  

 

MC: 네. 그렇군요. 돼지 하면 저는 가장 떠오르는 병이 돼지콜레라입니다. 여전히 유행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 병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돼지콜레라, 독으로 독을 다스릴 것

 

조현: 그렇죠. 북한에서도 늘 골치 아픈 질병입니다. 돼지에게 백신을 주사했다고 해서 만사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백신의 품질이 좋지 않거나, 주사하는 약량이 부족하거나, 조작규정에 맞지 않으면 돼지콜레라 백신을 주사해도 무용지물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어미돼지에게 돼지콜레라 백신을 주사하지 않으면 포유기의 새끼돼지에게 쉽게 고열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또 변비가 생기고 피부는 검푸르게 되며 이질에 걸리죠. 즉 콜레라 증상입니다. 반대로 어미돼지에게 돼지콜레라 백신을 주사했을 때는 젖을 끊지 않은 어린 돼지에게 돼지콜레라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또 어린 돼지가 출생한 후에 6주 이내에 백신을 주사하면 오히려 모원 항체의 방해를 받아 면역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어린 돼지가 자라면 또 돼지콜레라에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이 병에는 특별히 치료할 약물은 없습니다. 참고할 만한 방법은 독을 독으로 다스리는 방법입니다. 평소 예방약보다 10배 이상 큰 돼지콜레라 백신을 주사하여 유기체를 자극시키면 체내에서 돼지콜레라 바이러스 복제를 방해해서 면역력이 생긴다고 합니다. 북한의 가축방역소에서 이런 방법을 참고해 봐도 좋겠습니다. 사실 북한에서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쉬운 것이 청결인데요. 그것만 잘 해주셔도 병은 반 이상 줄어듭니다. 질병 치료가 탁월한 한국에서도 예방 차원에서 청소, 소독, 외부인 출입제한, 신선한 사료 급여 및 충분한 영양 관리를 진행해서 발병요인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돼지들에게 남은 음식이나 사람의 분변을 먹이면 안 됩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줄 수도 있지만 그건 병균 덩어리라고 보시면 되고요. 지금부터 통풍 환기를 잘 하고 제때에 우리 안에 분뇨, 침적물, 탁한 물을 깨끗이 없애 주면서 풀을 두텁게 갈아주고 추위를 방지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시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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