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금성트랙터공장 준공의 의미
2025.02.27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얼마 전에 노동신문에서 금성트랙터공장의 준공 소식을 봤습니다. 이곳이 워낙 큰 공장이기도 하지만 준공식에 참여한 관료들 명단을 보니 아주 대단한 행사였던 것 같아요.
연간 생산 500대도 안 되는 공장
과연 정상화 가능할까?
조현: 네. 맞습니다. 금성트랙터공장의 개건, 현대화 준공식에 박태석 내각 총리, 부총리, 당 비서 등 북한 실세들이 많이 참석했습니다. 원래 금성트랙터공장은 트랙터를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고요. 북한에서는 특급 기업으로 종업원이 약 1만여 명 정도 됩니다.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연간 3만 대의 트랙터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입니다. 이번에 개건, 현대화 공사가 마무리되었다는데 아무래도 신축보다는 개축, 기존 건물을 보수하고 확장한 부분이 더 많아 보입니다.
MC: 여기가 아주 오래된 공장이잖아요? 북한의 농업을 이끌어 왔다고 말해도 괜찮을까요?
조현: 네. 과거에는 그랬죠. 여긴 역사도 깊습니다. 1950년 평양농기계공장이란 이름으로 시작됐지요. 하지만 북한 경제의 가장 황금기였다는 1960~70년대에도 그렇게 대단한 영향을 미치진 못했습니다. 1962년에 공장시설을 대거 확장하면서 그때 ‘풍년호’, ‘천리마호’ 라는 트랙터를 생산했고요. 아울러 구내운반용 내연기관차도 생산했는데요. 겨우 28마력의 트랙터였고, 견인력은 3톤, 시속은 3km밖에 안 되었습니다. 보잘것없는 수준이었어요. 어쨌든 그 상태에서라도 생산량을 늘려가며 북한에선 의미 있는 기업으로 남았지만 또 1990년에 경제난을 맞게 됩니다. 그때 다들 굶어 죽으면서 고물이라도 팔아야 할 때였는데, 새롭게 생산을 못하니 일부 노후한 설비들은 모두 폐기됐습니다. 또 고난의 행군이 끝나고 나선 새 설비가 도입되지 않아서 트랙터 생산이 전면 중단됐고요. 2010년부터 다시 제대로 가동을 시작했는데요. 아까 잘만 하면 연간 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라 말씀드렸는데, 현재는 설비와 자재, 기술 등의 부족으로 연간 약 500대 생산도 못 맞추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은 지금 143마력짜리 트랙터까지 생산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차이가 크죠.
MC: 그렇군요. 소장님은 북한 농업의 기계화를 강력하게 주장하셨는데요. 북한 정권도 어쨌든 이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있나 봅니다. 앞으로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금성트랙터공장 준공식이 ‘의미 있는 시도’라고 봐도 될까요?
조현: 네. 저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 농기계 생산이나 이용 현황이 아주 형편없거든요. 그런데 북한 당국의 보도 내용을 보면 1단계 트랙터 본체 생산뿐 아니라 2단계의 소재 생산 및 가공, 조립 공정이 벨트 생산으로 연결되는, 그런 체계가 마련되었다고 했습니다. 또 “최신설비로 정비된 정밀 가공 구역과 수지 가공장, 직장장, 도장장이 새로 꾸려졌다”는 말도 했거든요. 이게 사실이라면 아마도 수입 설비까지 갖춰놓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잘 하면 북한 농업의 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으로 기록될 수도 있겠습니다.
MC: 네. 그나마 시도라도 한다니 다행인데요.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생산이 잘 될까요?
조현: 아니오. 솔직히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그건 현재 생산되는 트랙터의 결점만 봐도 알 수 있어요. 트랙터의 기본 성능 지표는 연료 소비율, 단위 중량 대 출력 지수, 견인 계수, 안전 뚜껑의 내부 소음으로 파악하는데요. 북한제는 워낙 형편없고요. 사실 이젠 농기계의 역할을 거의 못 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MC: 그렇다면 농민들에겐 결국 무용지물이잖아요. 금성트랙터공장이 가장 필요한 이유는 바로 농민이 쓸 수 있는 성능 좋은 농기계를 만들기 위한 것 아닙니까?
금성트랙터공장 살리기 위해 북한 당국이 해야 할 일
조현: 네. 맞아요. 하지만 솔직히 트랙터의 내구성 보장 기술도 부족하고요.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측정, 즉 데이터 측정이나 가공, 분석, 가속, 수명, 동력계를 이용한 모의실험(시뮬레이션) 등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의심입니다. 종합해 보면 만약 90년대 이전처럼 계획 공급 방식이라면 금성트랙터공장은 금방 망할 거고요. 이어 자재와 부품을 보장하는 기업들까지 모두 무너질 겁니다. 당연히 농민들에겐 하나도 도움이 안 되겠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상황을 보아하니, 북한의 트랙터시장은 2010년 이후 아주, 아주 미약하게나마 형성되었고 현재 타이어, 베어링, 배터리, 피스톤 등의 물품도 아주 조금씩이나마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런 미약한 움직임이 조금 조금씩 농장에 영향을 미쳐서, 최근 국영농장과 기업, 부업농장, 협동농장에선 28마력의 트랙터 수요가 감소하고 75마력의 트랙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민들이 스스로 무엇이 필요한 지 알고 또 느끼게 된 거죠. 북한 당국이 이 상황을 잘 파악하면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만 한다면 충분히 이 공장의 준공이 의미 있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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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지금이 정말 중요한 때 같네요. 만약 북한이 변화의 방향을 잘못 잡는다면, 여기까지 온 북한 당국의 노력도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소장님, 이 금성트랙터공장이 발전을 잘 이어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현: 네. 원래 농기계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농장의 재정 상태나 재배 규모, 곡물 가격, 축산물 가격입니다. 한 번 풍년이 들면 자연스레 농기계가 더 필요한 것과 같은 논리이죠. 결국은 농가의 현금 수입이 중요하고요. 북한도 국가에서 농기계 구입이나 제작을 주도한 것 같지만 실제로 잘 될 때를 보면 이런 농민들의 영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정부에선 각 지역 농기계의 수요를 파악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투자해서 필요한 농기계를 확보할 수 있게 하며, 보수 및 운영 환경을 잘 꾸리고, 농민들의 수요에 맞게 적절한 곳으로 이동시켜서 트랙터를 가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농기계를 더 많이 제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농기계 임대 주체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농장과 농민들이 어떠한 기계를 선택할 지 존중해 주면 그에 따라 기계는 더욱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MC: 네. 그렇군요. 전 또 하나의 걱정이 있네요. 트랙터를 만들면 필요한 부품이나 특별히 기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게 과연 제대로 보장될까요?
조현: 그렇죠. 저도 북한 당국을 믿지는 않지만 어쨌든 북한 당국이 이번에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은 눈 여겨 보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기대도 조금 해 봅니다. 당연히 연유도 각 도·시·군을 통해서 농장 측에 넉넉하게 팔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면 좋겠고요. 필요한 농기계와 부품들의 경우 농민들이 필요한 만큼 공급하려면 시장을 개방하고 외국의 농기계 유통업체와 유연한 교류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농기계가 정말 다양하지 않습니까? 장기적으로 금성트랙터공장은 트랙터 생산만 전문화하고요. 기타 농기계는 각 도 농기계 부품공장 등에서 생산하게 하는 것이 북한 농업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더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어쨌든 북한 당국이 한 발짝 내디뎠으니 여기서 멈추지 말고 더욱 발전해 나갈 방향을 고민해주기를 바랍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