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 겨울 흉년을 견뎌낼 방법
2024.09.20
[농축산 현장] 겨울 흉년을 견뎌낼 방법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추석 명절이 지났습니다. 명절엔 참 많은 음식이 있지만 전 도토리묵 무침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요샌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고 한국 음식도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서양인들도 김치나 매운 고추장 비빔밥을 정말 잘 먹더라고요. 하지만.최근엔 제가 놀랄 정도로 한국 음식을 잘 먹는 외국인을 만났는데 그분은 다른 건 다 먹어도 도토리묵은 못 먹겠다고 하는 거예요.
흉년을 견디게 한 도토리
올 겨울 식량난을 위해 지금부터 모아둬야
조현: 묵이라면 외국인들에겐 식감이 어색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도토리를 먹는 서양인들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어디서 우스갯소리를 들었는데 누군가가 농담으로 “다람쥐가 먹는 걸 사람이 왜 먹냐”는 말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우리 민족에게 도토리는 정말 ‘자랑’입니다. 도토리는 탄수화물이 50%, 지질이 20~30%로 구성됐고요. 단백질은 적지만 칼슘, 칼륨, 인, 마그네슘, 비타민B 등 인간 생존의 필수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피부와 건강에도 좋고요. 그냥 도토리 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기만 해도 속쓰림, 출혈, 설사, 결핵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도토리에 들어있는 ‘탄닌’은 위장 보호에 아주 효과적이며 ‘아콘산’은 피로와 숙취 해소, 또 체내의 중금속을 배출해 줍니다. 도토리는 뭐… 남북한 모두 밀가루와 섞어서 빵도 만들고 묵도 만들고 국수, 수제비 등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지 않습니까? 외국인들에겐 별로라고 해도 우리 민족에겐 참 고마운 식재료지요. 우리 민족은 예나 지금이나 도토리 때문에 흉년에 굶주림을 숱하게 면했습니다.
MC: 우린 산에서 자란 나물과 열매를 먹는 게 당연한데 그런 민족이 많지 않더라고요. 한국에서 요새 도토리 요리는 쉽게 포만감을 느끼면서 혈중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능도 있어 건강식품, 별미, 혹은 다이어트(살까기) 식재료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당연히 도토리는 잘 먹겠죠?
조현: 당연하죠. 없어서 못 먹고요. 정말 인기 만점입니다. 제가 이 도토리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북한에서 전국 어디서든 다 자란다는 겁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식량이 부족한 때 혹독한 겨울나기를 위한 월동용 저장 식량이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인 거죠. 북한엔 도토리가 제법 많이 생산됩니다. 농장에서 생산하는 건 아니고요. 전국 어디든지 산에 가면 자연스럽게 자생적으로 자라는 거예요. 수확 시기는 9~10월로 잣, 밤과 함께 대표적인 가을 열매니까 지금 산으로 갈 채비를 하셔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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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보통 아이들 읽는 동화를 보면 겨울 식량을 위해서 부지런히 도토리를 모으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북한 농민들이 바로 이걸 해야 할까요?
조현: 네. 맞습니다. 북한 농민들은 인민의 어려움은 전혀 챙기지 않는 노동당과 김정은에게 속지 말고 올해 밤과 도토리 수확 시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수확해서 보관을 잘 하면 혹독한 겨울을 쉽게 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선 보통 학교나 기업소, 인민반에서 산나물이나 산열매를 가져다가 바치라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노동당은 또 그걸 헐값에 수매해 가죠. 하지만 인민들이 그거 못 바친다고 어디 잡아가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차라리 비판을 좀 받더라도 자신이 먹을 것을 꼭 챙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부지런히 산을 다니시면서 도토리를 모아두시는 게 좋겠고요. 또 하나 강조할 것은 보관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도토리를 보관할 때는 삶아서 찬물에 담근 다음에 물기를 빼내어서 신문지 두 겹 정도 싼 후에 차갑게 보관해야 합니다. 냉장고가 좋은데 그게 없는 경우엔 10~15℃ 정도 되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반년은 괜찮습니다.
MC: 네. 보관이 중요하군요. 아까 밤도 살짝 언급하셨는데요. 밤도 도토리와 함께 겨울나기에 훌륭한 식재료가 되지 않겠습니까?
조현: 그렇습니다. 밤은 더 좋죠. 사실 북한 농민들 입장에서 가장 좋은 작물이라는 건, 시장에 팔아서 돈이 될 물건을 뜻하는 것이거든요. 도토리와 함께 밤도 제철에 수확해서 잘 보관만 하면 겨울에 양식 대용으로 먹을 수도 있고요. 이 작물은 비싸고 인기가 좋으니까 시장에 팔면 목돈이 나옵니다. 그걸로 식량도 사고, 옷도 사고, 배부르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죠. 밤은 원래 8월 하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수확하는데, 요새 이상기후로 시기가 좀 늦어졌으니 바로 지금부터 수확할 수 있습니다. 밤은 우리에게 가을, 겨울을 대표하는 먹거리인데 도토리처럼 외국 사람들은 잘 안 먹더라고요. 전 세계 곳곳에서 밤나무가 자생하지만 의외로 소비하는 곳은 한국, 중국, 일본, 남유럽, 미국에서도 뉴욕 정도입니다. 중국에선 시럽을 추가해서 ‘차오리쯔(炒栗子)’라는 이름으로 거리에서 많이 팔지요.
MC: 진짜 생각보다 적네요. 사실 겨울에 길거리에서 파는 군밤은 정말 별미 아닙니까? 한국은 상점 없이 거리에서 판매하는, 노점 상인들을 점차 단속하는 분위기라 요샌 그 광경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는데요. 겨울만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솔직히 아쉽습니다.
조현: 기자님이 아쉬워하는 그 광경이 북한에선 여전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길거리 군밤을 많이 팔아요. 특히 양강도, 자강도, 함경북도 등 밤이 나지 않는 추운 북부지방에서 더욱 인기죠. 밤의 전분은 굉장한 양질이고,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봄, 여름에 고된 농산작업으로 몸이 허약해진 사람에겐 보약이 됩니다. 특히 영양소가 복합적으로 들어있어 농촌지역 어린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완전한 식품이 되지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칼슘까지 풍부하고 밤 100g에 150kcal의 풍부한 영양이 있기 때문에 성장 발육에도 좋습니다. 북한에서도 경제력과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숙취 해소 용도로 밤을 먹기도 하는데요. 이땐 생밤을 먹어야 합니다. 숙취에 좋은 타우린과 나이신(Niacin)은 가열하면 분해가 돼서 효력이 약해지니까요.
MC: 술 잘 드시는 분에겐 꼭 필요한 조언이겠습니다. 하지만 밤도 겨우 내 저장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밤은 그냥 놔두면 금방 벌레가 먹어서 썩어버리잖아요. 가정에 냉장고가 있다고 해도 북한에서 전기 보장이 쉽지 않고요.
수확만큼이나 보관이 중요
밤은 삶은 뒤 얼리면 더 오래 보존 가능해
조현: 그렇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밤도 수확만큼이나 저장이 정말 중요합니다. 먼저 큰 그릇에 물을 담아서 밤을 깊숙이 담가주세요. 둥둥 떠오르는 밤은 썩거나 벌레가 먹은 밤입니다. 그걸 제거하고요. 보통 1시간 담갔다가 물기를 씻고 냉장고에 보관해야 하는데요. 냉장고가 없으면 김치움을 이용하거나, 움을 파고 장마당에서 파는 얼음덩이를 가져다 ‘볏겨’에 묻고 그 위에 밤자루를 보관하면 됩니다. 밤을 담은 비닐주머니에 구멍을 내서 보관하면 오랫동안 싱싱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밤은 도토리보다 더 차갑게 보관해야 하는데요. 적정온도는 0~2℃, 습도는 80~90%입니다. 하지만 팔지 않고 가정에서 소비할 밤이라면 삶은 뒤에 얼려야 맛과 식감이 더 좋습니다. 생밤보다 더 오래 저장도 가능하고요. 냉장고가 없으면, 추운 겨울에 삶았다가 밖에서 얼리면 되거든요. 보관 기간은 1년 이상도 가능하고요. 밤을 찐 후에 껍질을 까고 식혀서 밀폐용기에 담아서 냉동 보관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이미 여러 방송에서 많이 얘길 했는데요. 이번 겨울 북한에는 식량이 부족합니다. 당국의 말재간에 속지 마시고 지금부터 부지런히 도토리, 밤을 모으셔서 엄혹한 겨울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