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 수해 복구는 물에 잠긴 논밭부터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4.08.30
[농축산 현장] 수해 복구는 물에 잠긴 논밭부터 지난 7월 말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진행된 수해 관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 앞서 김정은이 침수지역을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 안녕하세요.

MC: 8월 마지막 주가 됐습니다. 이제야 겨우 폭염이 조금 꺾인 것 같은데요. 소장님, 9월을 앞둔 지금 북한 농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지요?

 

폭염 지나면 김장용 배추, 무 심어야

 

조현: 북한 농장엔 시급한 일이 정말 많은데요.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지금 딱 폭염이 지나갔을 때엔 김장용 배추와 무를 밭에 심어야 합니다. 함경남북도, 강원도, 평안북도는 지금 8월 하순에, 그리고 평안남도, 황해도 지역은 95일부터 중순까지 차례대로 심으면 되는데요. 제가 추천하는 이 시기보다 빨리 심으면 늦더위에 의한 생리 장애가 일어나고 또 늦게 심으면 겨울 동해의 피해를 봅니다. 최근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배추-93는 생산량은 좋지만 맛이 너무 없어서 시장성이 떨어집니다. 가능하면 심지 마시고요. 농민이 시장에서 잘 팔릴 것 같은 품종을 직접 선택해서 심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소청방같은 게 좋지요.

MC: 벌써 그 시기가 왔군요. 한국은 김장 배추를 심기 전에 밭을 한번 갈아엎잖아요? 이 작업이 반드시 필요한 거죠?

조현: . 맞습니다. 한국에서 배추밭은 배추 심기 10~15일 전에 정보당 석회 200kg을 뿌리고 포장을 고른 뒤에, 심기 1주일 전까지 밑거름이나 완숙퇴비, 토양살충제 등을 미리 살포해 놓는데요. 북한은 완숙퇴비나 토양살충제는 없지만 석회는 넉넉하니까 그걸로 밭고르기를 잘 하셔야겠습니다. 연구결과를 보니까 흐린 날 오후에 심으면 뿌리 활착이 빨라서 생육에 좋다고 합니다. 또 수해 때문에 모종에 오물도 많이 묻어 있을 텐데요. 요즘 비도 자주 오잖아요. 비 온 뒤엔 항상 분무기를 이용해서 잎에 묻은 흙과 오물을 씻어주고 표면을 얇게 긁어주면, 공기 유통이 좋아져서 뿌리 활력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잘 기억해 두셨다가 적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MC: . 유용한 조언이네요. 한편 지금 10만의 청년돌격대가 신의주 지역 수해 복구를 돕고 있습니다. 그쪽이 서해안 곡창지대잖아요? 혹시 농촌 지역 복구에도 도움을 주고 있나요?

조현: 아니오. 답답한 일입니다. 10만 돌격대는 원래 살림집을 짓고 제방 쌓는 일을 주로 하는데요. 그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피해 입은 농촌을 다시 살리는 일이 더 먼저라고 생각하거든요. 신의주 부근의 섬지역이 다 잠겼습니다. 빨리 기계 가져다가 흙과 물 퍼내고 감탕 뒤집어 쓴 논들도 정비해서 다시 심을 수 있는 포전상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은 거의 안 하고 있습니다. 그걸 볼 때올해 또 다들 굶겠구나생각을 하게 됩니다. 너무 안타까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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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 당국이 지금 어떻게 해야 농장의 피해 복구가 빨라질까요?

조현: 노동신문이나 북한 매체들을 보면 현재 농사와 관련해서는 딱히 복구 정책도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주목되는 얘기는 김정은이 지방발전 20*10정책 하면서 양곡관리를 잘하라고 강조하는 게 전부거든요. 양정사업소를 양곡관리소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여기서 좀 더 유통까지 장악하려는 구조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양곡관리라는 건 지금 상황에서 딱히 할 것도 없습니다. 양곡이 없거든요. 먹을 것을 늘리려면 일단 농민들이 채소라도 심을 수 있도록 빨리 논밭 정리를 도와줘야 하고요. 벼 추수할 때가 되니 농기계나 연료를 지금부터 준비해줘야 빨리 추수하고 주민들 배를 불릴 수 있습니다. 좀 더 장기적으로 식량을 늘리려면 농민들이 땅을 자기 방식대로 개조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고, 거기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심게 하면 생산량과 함께 농산물 수확량도 높일 수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올핸 어쩔 수 없이 벼 수확량이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논밭이 물에 잠긴 지역은 관리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지금 전반적으로 벼농사에 있어서 꼭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조현: . 북한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황해남도, 평안남도, 평안북도에서 이삭도열병과 세균벼알마름병이 창궐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도 있던 병인데요. 이상기후와 장마, 폭염 때문에 올해는 작년보다 확산 속도가 배 이상 빨라요. 이미 다른 도에도 많이 퍼졌을 겁니다. 이삭도열병은 벼가 익는 시기에 이삭목에 발생해서, 초기엔 이삭이 회백색을 띄다가 점차 검게 변하는 병인데요. 벌써 서해안 평야지역에 많이 퍼졌습니다. 한국에선 이 병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엔 발병 초기부터 트라이사이클라졸, 2%의 벤포스, 아족시스트로빈, 카프로파이든 성분 등의 약재를 뿌려줍니다. 또 다른 세균벼알마름병도 지금 황해남도 재령, 배천과 평안남도 평안, 숙천, 문덕을 합쳐 약 2000ha의 논에서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건 감염 초기에 벼알이 맺히는 부분부터 갈색으로 변하면서 벼알 전체가 변색되고 여물지도 않습니다. 세균벼알마름병은 전체면적의 1%만 발생해도 0.7%의 생산량 손실을 주기 때문에 아주 심각한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선 가스가마이신, 옥솔린산 성분의 약제로 방제하고 있는데요. 북한도 이런 약품을 써야 방제가 가능합니다.

MC: 그렇게 넓은 면적에 이미 병이 퍼졌다면 수습하기 늦은 거 아닙니까? 지금도 해결할 수 있나요

조현: . 사전 방제를 못 했어도 추가 확산을 막으려면 좀 늦더라도 방제약을 살포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약을 써야 피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거든요. 사실 제가 지겹게 말하는 부분인데요. 약제가 없는 경우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줘야죠.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면 농장이 나서야 하는데 농장은 제도적으로 움직일 자율성도 없거든요. 북한 당국이 한국이나 세계에 손만 내밀어도, 북한 인민을 생각하는 세계 시민들이 많기 때문에 얼마든 무료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 농민들 입장에서 중국을 통해서 직접 구할 경로를 찾으실 수도 있어요. 다 된 농사를 마지막에 망치지 않기 위해서, 빚을 내서라도 약재를 뿌려주지 않는다면 북한의 곡물 수확량은 계속 줄어들 겁니다.

MC: . 한창 벼가 자라야 할 시기에 긴 장마와 태풍, 폭우가 이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벼 생육을 원활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요?

 

벼를 잘 키우려면 논밭의 물부터 빼야

 

조현: 올해는 이삭이 만들어지는 시기에 비가 와서 피해가 더 큰 건데요. 지금 벼가 물에 잠겨서 광합성과 호흡을 하지 못해 질식하는 상태거든요. 이삭이 줄기 안에서 발달하는 기간에 벼가 물에 잠기면 이삭과 벼알 수가 감소하고 이삭패기가 늦어집니다. 반대로 이삭이 여무는 시기에 물에 잠기면 벼알 무게가 감소하고 싹트는 현상이 발생하고요. 이런 상황에 북한 농촌 실정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물 서둘러 빼기, 물 걸러 대기, 요소를 잎에 뿌려주는 것으로 피해복구 촉진, 물을 유동시켜 앙금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물을 빼고 잎의 오물을 씻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광합성 능력이 빨리 회복되고 흙에 산소가 공급되어 뿌리 활력을 높일 수 있죠. 또한 아직도 폭염의 날씨가 지속되고 있잖아요? 고온 피해가 클 때는 물을 깊게 대서 증발산을 통해 식물체 온도를 낮춰주고요. 관개용수가 충분한 지역에선 물 흘러대기를 계속해서 물 온도를 낮춰주십시오. 고온에서는 땅으로부터 규산과 칼리 성분의 흡수가 잘 안 되기 때문에 규산과 칼리 비료양을 늘리는 방법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MC: 곧 선선한 가을이 다가올 텐데요. 농촌 지역의 수해 복구부터 좀 빨리 이뤄져서 올 가을 수확량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길 바라겠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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