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에서 가성비 좋은 단백질 공급원은?
2024.05.17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탈북민이나 북한 전문가들을 통해서 지금 북한 주민들의 영양상태가 심각하다는 소식이 계속 들리는데요. 걱정입니다.
북한 농촌, 기아로 죽는 사람까지
조현: 네. 원래도 봄철 춘궁기엔 식량이 부족한데 올핸 더 심각해서 지금 농촌에선 영양실조로 출근도 못하고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사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빨리 식량공급이 필요한데요. 저는 탄수화물도 급하지만 그보다 동물성 단백질의 공급이 더 급하다고 봅니다. 단백질을 영어로 Protein(프로틴)이라고 하는데 이는 ‘첫 번째로 중요한, 가장 중요한’이란 뜻을 가진 그리스어 πρώτειος (프로테이오스)에서 유래되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근육은 모두 단백질로 만들어지고요. 인체의 25%가 단백질이라고 하니 물을 제외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이렇게 3대 영양소 중에서도 단백질이 으뜸으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MC: 단백질은 보통 고기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럼 적은 비용으로 많은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겠습니다. 가격 대비 효과가 큰 축산물이 뭐가 있을까요?
조현: 네. 메추리가 있습니다. 한국에선 메추리 고기를 거의 먹지 않지요? 한국에선 개인 농민들이 자율적으로 좀 키우긴 하는데 크기가 영계보다도 작고 살도 적어서 대량 유통되는 인기 육류는 아닙니다. 성인 한 사람이 3마리 정도는 먹어야 양이 차거든요. 반면에 메추리 알은 한국에서 정말 흔히 보이는데 이건 대부분 수입 제품입니다. 그러나 제가 중국과 베트남, 일본을 가봤을 땐 메추리구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도 메추리 고기 사육을 장려하는 편이긴 합니다. 평양에는 룡성메추리공장이 있고요. 지방 농장과 가정에서는 간간이 사육하고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메추리 고기라고 하니까 좀 생소하긴 하네요. 북한에서 메추리 사육을 장려하는 이유가 있나요?
‘동물인삼’이라 불리는 메추리
가성비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
조현: 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알과 고기를 얻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장려한다고 해서 메추리 사육을 대단히 홍보하거나 지원하는 건 아닙니다. 공식 문건들에서 메추리 고기가 몸에 좋으니 각 농장과 기관들에서 잘 사육해보라, 이런 문구들이 있는 정도지요. 북한에서도 대량 소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생산이나 유통망이 활발하게 만들어진 것도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메추리를 농민들이 사육해 봐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메추리는 가성비가 좋습니다. 공급하는 사료의 양에서 생산되는 고기와 알로의 전환 비율이 닭보다 훨씬 높고요. 많은 전문가들도 고기의 단백질 비율이 닭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립니다. 또 질병이나 관리 등의 사육도 닭보다 손이 덜 가기 때문에 훨씬 편리한 점도 있고요. 예를 들면 메추리는 닭보다 환경 적응도 빨리하고요. 또 적은 면적에서 많은 마릿수를 사육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MC: 일단 보기에도 작아서 성체(成體)로 자라기까지 닭보다 시간도 적게 들 것 같은데요?
조현: 네. 메추리는 자라는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2개월이면 기본적인 성장이 다 끝납니다. 체중에 비해서 큰 알을 낳는데 그 무게가 체중의 10~12%입니다. 닭은 2.8%, 오리는 3%, 칠면조는 1%라고 해요. 메추리는 산란율도 높은데 1년에 270~500개 알을 생산합니다. 그렇게 다 자란 메추리의 고기 비율은 평균 70%라고 합니다. 북한의 각종 식품, 의학 자료에도 많이 나와 있지만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 말씀드리면, “메추리 고기는 들새 고기 맛이 나고 특이한 향이 있어 가금 고기 중 가장 맛있는 고기로 알려져 있으며 고기와 알엔 루틴(rutin)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질병에 각종 약재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저도 동의합니다.
MC: 루틴 성분이라면 한국에서 혈관을 깨끗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메추리 고기의 의학적 효능에 대해서 좀 더 듣고 싶네요.
조현: 네. 식품 전문가들은 메추리 고기에는 루틴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여러 비타민, 광물질 등 사람 몸에 필요한 영양 가치가 닭보다 더 높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메추리 고기는 고단백, 저지방, 낮은 콜레스테롤 식품으로 북한의 의료인들 사이에서도 ‘동물인삼’으로 불리는데요. 실제로 몸이 허약하거나 동맥경화증 등 많은 질병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입맛이 없거나 오랫동안 설사할 때 메추리 고기를 넣어 남새 볶음을 만들어 먹으면 차도를 보입니다. 천식일 경우 메추리 한 마리를 내장을 꺼내고 털이 있는 채로 불에 구워서 가루를 낸 다음에 여기 적당량의 설탕과 술 20~30ml를 섞어서 한 숟가락씩, 하루에 2번씩 먹으면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북한 의학자료에는 몸이 허약하거나 야위어서 얼굴이 누렇게 될 때 메추리 한 마리와 양고기 250g, 밀 100g으로 탕을 만들어서 먹으면 좋은 보양식이 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신경통, 고혈압, 빈혈, 산후조리, 결핵, 대사장애 등의 질병에 효능이 있다고 한국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MC: 생각했던 것보다 메추리의 효능이 다양하네요. 북한에서도 더 많이 사육되면 좋겠다는 생각인데요. 현재 북한 내 메추리 사육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습니까?
조현: 아직은 너무 미비해서 메추리의 효능과 사육 방법이 좀 더 많이 알려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메추리는 일정한 특징이 있는데요. 먼저 닭보다 훨씬 빠르게 잘 날아다니면서 자기 우리로 돌아오지 않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둬서 키우는 게 필수죠. 현재 북한에선 높이가 15~20cm안의 상자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데요. 잘 날아다니는 동물인데 이렇게 되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한국에서는 물론 개인의 자유지만 메추리 사육장의 높이를 1.5m높이로 많이 짓습니다. 충분히 날아다닐 수 있으면 더 건강하고 육질이 좋은 메추리가 됩니다. 또 메추리는 경계심이 많고 신경이 아주 예민한 동물입니다. 약간의 소음이나 빛, 온도, 지나는 물체나 그림자에도 크게 놀랍니다. 환경 스트레스가 심하고요 특히 직사광선에 아주 예민합니다. 그래서 사료를 먹을 땐 특히 어둡게 해주는 게 좋습니다. 적정 사육 온도는 22~25℃인데 18℃ 이하로 떨어지거나 28℃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MC: 병아리 같은 경우는 항문을 보고 암수를 구별해서 보통 분리해서 키우는데요. 메추리도 같은 방법으로 구분하나요?
말로만 생산 장려하지 말고
종란 공급이라도 해줘야
조현: 네. 그렇습니다. 암놈은 알을 생산하는 용도로 수놈은 비육해서 고기를 먹는 용도로 쓰이죠. 먹는 사료도 조금씩 다르니까 분리해서 키워야 합니다. 다만 메추리는 너무 작아서 병아리처럼 알에서 깨자마자 암수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1개월 정도 지나야 하니 그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사육장은 바닥 1㎡ 당 70마리 정도가 좋은데요. 메추리는 높은 곳을 더 좋아합니다. 상자를 다층으로 하는 경우 위층을 아래층에 비해 수용 밀도를 높이는 것이 훨씬 스트레스를 덜 주는 방법입니다. 메추리의 경우 질 좋은 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도살 방법이 중요한데요. 전문가들은 도살 후 완전히 피를 빼내는 데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신선하고 적당히 부드러운 육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메추리는 홍보가 덜 된 축산물인데요. 일반 가정에서 누구나 키울 수 있거든요. 북한에서도 생산을 장려한다지만 특별한 대책이나 지원은 없는데요. 그저 농업경영위원회에서 각 농장들에 종란 공급하는 것만 좀 더 신경 써 준다면, 주민들의 영양 개선에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 주민의 영양 부족은 단백질 부족을 해결하는 게 가장 급한 일이고요. 그러기 위해선 메추리처럼, 축종을 가리지 않는 가축사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