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과 러시아의 정보통신 협력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4.11.05
[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과 러시아의 정보통신 협력 북한 대표단이 지난 8월 12일 러시아 군사박람회에 마련된 러시아 기업(ASI) 전시공간에서 엔진이 그려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 기업 ASI 인터넷사회관계망 'VK'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바일 북한’ 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북한과 러시아의 정보통신 협력입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정보통신 분야 협력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 주 평양에서 북한과 러시아 공동주최로 정보기술제품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이 전시회 이름에 2024를 붙인 걸 보면 앞으로 매년 이런 전시회를 열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개막식은 북한이  ‘국가적인 과학기술 보급 거점’, ‘다기능화된 과학기술 봉사기지로 여기는 과학기술전당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북한의 정보통신 기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로 삼으려는 북한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안드레이 자레닌 러시아 수자발전, 체신 및 대중 공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했습니다. 북한 측에서는 주용일 정보산업상이 참석했는데요, 북한이 러시아 측보다 양국 간 정보통신 분야 협력에 더 공을 들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은 정보산업상이 참석한 반면, 러시아는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부상이 참석했으니까요. 전시회가 끝난 뒤 체신 및 정보기술, 수자발전 분야에서의 협조에 관한 합의서가 조인됐는데, 여기서는 북한의 장영길 정보산업성 부상이, 러시아는 안드레이 자레닌 부상이 각각 서명했습니다공식 외교 합의서는 양측에서 급이 같은 관리가 서명해야 말이 되겠죠.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는 무역, 경제, 과학 및 기술 협력을 위한 정부 간 위원회가 있는데 이번 전시회는 이 위원회 산하의 체신, 정보기술, 수자발전 분과위원회의 명의로 이뤄졌습니다. 지난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이번 전시회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키고 공동 관심 분야에서 전시회와 상품전람회, 토론회를 공동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이 합의 사항의 이행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제는 ‘정보기술 및 수자발전과 협조’였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교육, 과학연구 기관들과 기업들에서 개발한 첨단 정보기술제품과 과학기술 성과자료들이 출품됐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체계와 응용 소프트웨어, 정보보안, 공업정보장치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주제의 발표회를 통해 양국 기업체들의 성과와 경험이 공유되었다고 합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렇게 정보통신 분야의 협력을 위해 전시회를 공동주최하고 양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발표회도 갖고 합의서도 체결했지만 과연 얼마나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질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양국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에서 군사 협력 뿐만 아니라 경제, 무역, 투자,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 양자관계를 더 긴밀한 상태로 바꿔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의 포탄과 병력 지원이 필요한 동안만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관계도 더이상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러시아가 형식적인 행사와 합의서로 북한의 요청을 받아주는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과연 실속있는 협력이 이뤄질지도 두고 볼 일입니다. 북한이 정보통신 분야에서 러시아에 도움을 줄 일은 별로 없을테고 기술과 설비, 기자재 지원을 러시아로부터 받으려고 할텐데, 북한의 포탄과 병력 지원에 러시아가 얼마나 값을 매기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상민,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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