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2024년 북한의 지능형 손전화 시장
2024.10.01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모바일 북한’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2024년 북한의 지능형 손전화 시장’입니다.
요즘 미국이나 한국에서 손전화를 쓰는 사람들을 보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지능형 손전화를 갖고 있습니다. 예전에 나왔던 접이식이나 밀기식 손전화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터치 형태의 지능형 손전화를 써야 큰 화면으로 자료와 사진, 동영상을 쉽게 볼 수 있고, 화면을 가볍게 눌러가며 선택사항들을 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등장인물들이 어떤 손전화를 쓰는지, 같은 지능형 손전화라도 어떤 기능을 쓰는지를 보면 언제쯤 나온 영화나 드라마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지능형 손전화의 보급률은 2012년 53%에서 2023년 97%로 세계 1위입니다. 손전화를 두 개 이상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손전화 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었고, 그 중에 거의 대부분이 지능형 손전화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은 이보다 조금 낮아서 전체의 85% 정도가 지능형 손전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지능형 손전화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는 통계가 나와있지 않습니다. 6~7백만 명, 그러니까 전체 인구의 25% 정도가 손전화를 사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에 예를 들어 절반 가량이 지능형 손전화를 쓰고 있다면, 지능형 손전화 보급률은 10% 정도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10%도 너무 많다고 할 수 있겠지만 추세는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처음엔 최소한 5~6백 달러나 나가는 지능형 손전화를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북한이 지능형 손전화 생산을 계속 늘리고 중고품도 돌아다니면서 점차 사용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연구기관 스팀슨센터에서 ‘2024년 북한의 지능형 손전화’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최신 동향을 나름대로 분석한 보고서여서 흥미롭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지능형 손전화 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무역이 재개되면서 지능형 손전화를 수입하고 4세대 이동통신망을 깔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근거로 한 분석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대외무역은 중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북한이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중국 세관의 공식통계를 보면 북한과 중국 간의 무역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북한이 중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 관광객을 받아들일 정도로 닫혔던 국경을 열고 있기 때문에 대외무역이 코로나 사태 기간보다 크게 늘었을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북한 내부에서 새로 수입해온 중국산 최신 손전화를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냐는 거겠죠. 일반 주민들은 아마 구경하기도 힘들 겁니다. 당연히 가격도 굉장히 높겠죠. 그리고 최신 지능형 손전화를 손에 넣었더라도 그 안에 담긴 기능을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에서는 일반 주민들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은 응용 프로그램만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최신형 손전화의 매력은 카메라 기능 향상과 사진, 동영상의 화질일 겁니다. 화면 크기도 더 크겠죠.
북한이 4세대 이동통신망을 도입한 것도 최신형 손전화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겁니다. 그만큼 자료 내려받기 속도가 빨라지고 동영상도 화질과 속도가 크게 개선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4세대 이동통신망 도입을 연구하고 있다, 관련 장비를 중국에서 중고품으로 들여오고 있다, 이런 언론보도가 있었는데요, 올해 3월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북한의 4세대 이동통신 신호가 수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과 가까운 북한 지역에서 4세대 이동통신망이 작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북한 당국이 이런 기술적 향상을 도모하는 데에는 손전화 기술이 체제를 위협하기 보다는 오히려 주민들을 감시통제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