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코로나 바이러스와 가을학기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3.09.18
[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코로나 바이러스와 가을학기 사진은 김일성대학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
/AP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가을학기입니다.

 

폭염과 태풍을 걱정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석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햇볕이 아무리 따가와도 절기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음을 새삼 느낍니다. 벼가 익어가고 날씨도 상쾌해지면서 더할 수 없이 풍요로움을 느끼게 됩니다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아직은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8월 이후 지금까지 환자수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특히 여름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 사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많이 퍼지고 있습니다. 겨울로 갈수록 사람들이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만큼 감염의 위험도 더 커지겠죠. 매일 교실에 모여 있는 학생들은 좀 불안할 겁니다. 하지만 다행인 건 최근 코로나 환자들의 증상이 독감 수준으로 많이 약화됐고 새로운 백신도 나왔다는 겁니다. 아직까지는 대면수업에서 원격수업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북한은 어떤가요? 코로나 사태가 전세계적으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북한도 방역등급을 낮추고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북한 사람들의 귀국을 승인했습니다. 3년동안 닫아 걸었던 국경을 다시 열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사범대학 학생들이 중학교에 실습교원으로 다시 파견됐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북한에서도 학교 수업이 다시 정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진행되고 있는 가을철 위생 월간 사업에서 방역이 1순위로 꼽혔습니다. 그만큼 북한으로서는 아직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겠죠.

 

코로나 사태가 처음 발생했을 때 김일성종합대학은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숙사 학습실에 구축된 망학습 체계를 이용해서 학과 경연을 했습니다. 학생들이 강의실에 모이지 못하고 방에서 혼자 공부하다 보면 학습 의욕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학부별 순위를 발표하고 학생들의 성적을 구내망에 올려서 경쟁심을 유도했습니다.

 

김책공대도 기숙사생들의 프로그램 작성 능력을 높여 주기 위한 학습과제를 제시했고, 리과대학과 원산수산대학은 기숙사 구내망을 구축해서 교내 원격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손전화와 판형컴퓨터로도 강의를 받을 수 있게 하고 학습이력을 분석, 평가하는 프로그램도 나왔는데, 이건 그 전부터 공장, 기업소, 농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원격교육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일성종합대학은 집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외국어 다매체 편집물을 제작했습니다. 학생들이 국가망을 이용해서 접속할 수 있게 했다고 하는데, 다른 대학들에서도 교내 기숙사생들은 물론이고 자택생들까지 원격강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에 있어야 했던 어린 학생들은 상황이 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책공대가 2020최우등생의 벗 2.0’이라는 교육용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학생들의 재택 학습을 돕기는 했습니다. 과학기술전당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학과목을 공부하게 했다는데, 문제는 국가망에 접속해서 이런 원격수업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컴퓨터와 통신망을 갖춘 집이 얼마나 있냐는 거겠죠. 주로 교사들이 직접 학생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안내수업과 과외소조 지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가장 타격을 입었던 부문 가운데 하나가 교육입니다. 그만큼 교육의 정보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가 새삼 깨달았죠. 필요할 경우 언제든 화상회의와 원격수업을 하는 건 이제 전혀 새로울 게 없습니다. 문제는 이걸 뒷받침해주는 통신망과 시설, 기자재, 개인 정보통신기기가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겠지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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