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새 동전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4.09.03
[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새 동전 북한 당국이 올해 초 새로 출시한 것으로 전해진 500원, 1천 원, 2천 원 동전 앞뒷면
/RFA PHOT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모바일 북한’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새 동전’입니다.

 

동전, 북한에서는 쇠돈이라고 부르는데요, 여러분들은 주머니에 동전을 얼마나 갖고 다니십니까? 저는 동전을 구경한지 오래됐습니다. 평소에 카드나 지능형 손전화로 전자결제를 하기 때문에 동전으로 지불하거나 거스름돈을 동전으로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종이돈도 만일을 위해 지갑에 넣고는 다니지만 거의 쓸 일이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종이돈이 너무 낡아서 같은 금액이면 종이돈 보다는 쇠돈, 동전이 더 인기가 있나 봅니다. 매일 집에 돌아와서 헤진 종이돈을 붙여야 하는 장사꾼들에게는 동전이 훨씬 편하겠죠. 헤진 종이돈을 은행에 가져가도 새 돈으로 바꿔주지 않나 봅니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더이상 쓰기 어려울 정도로 헤진 종이돈은 중앙은행이 회수해서 폐기하고 그만큼 새 종이돈을 찍어냅니다. 한국의 경우 못 쓰게 된 종이돈을 폐기하는 데만 1년에 1억 원, 미화로 7만 5천 달러 넘게 듭니다. 새 종이돈을 찍어내는 데는 이보다 3백 배가 넘는 돈이 듭니다.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들지만 거래의 안전성과 편리성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올해 초부터 5백 원, 1천 원, 2천 원 짜리 새 동전이 나와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동전은 마구 다뤄도 쉽게 훼손되지 않기 때문에 종이돈 보다 오래 쓸 수 있다고 중앙에서 설명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도 나름 고민하다 이런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동전은 훼손되더라도 녹여서 쓸 수 있으니까요. 훼손이 많이 되고 달러 대비 가치도 자꾸 떨어지는 북한 종이돈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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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새로 발행된 동전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은행에 가도 종이돈을 새 동전과 교환해 주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아무런 설명없이 2월초부터 북한 당국이 동전교환을 중단했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 새 동전이 제때에 공급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주민들이 동전교환을 화폐개혁 또는 화폐교환으로 착각해서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2009년 화폐개혁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이 화폐교환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물건 사재기에 나섰고, 장마당과 국영상점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동전교환이 중단되면서 이런 불안도 수그러들었지만, 언제라도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주민들의 돈을 빼앗아 갈 거라는 의심은 줄어들지 않나 봅니다.

 

북한에서 장마당이 활성화된 뒤로 돈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이제는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북한 원화보다 달러화와 위안화가 장마당에서 환영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장마당과 외화의 힘을 누르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외화 사용을 막고 원화 사용을 강제하는 동시에 종이돈을 동전, 쇠돈으로 바꿔준 조치는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해 봄직한 일이었을 겁니다. 외화를 사용하고 싶으면 공식 환전소에 가서 먼저 원화로 바꿔서 쓰라는 조치도 같은 맥락이겠죠. 바꾼 원화를 전자결제 카드의 돈자리에 넣어 줘서 원화가 빠르고 편리하게 유통되도록 하려는 조치도 원화의 가치를 안정시키고 정상적인 사용으로 유도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왔을 겁니다.

 

문제는 이런 정책방향과 조치들이 북한 주민들의 신뢰를 못 얻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2009년 화폐개혁의 악몽을 지울 수 있고 주민들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조치가 아니라 당국의 돈주머니만 불리는 조치로는 주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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