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와 북한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1-05-03
Share
가톨릭교회와 북한 지난달 29일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에서 추모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가톨릭교회와 북한’입니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큰 별이 졌습니다. 정진석 추기경이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 추기경을 애도하는 수많은 신자와 시민들이 조문했고, 한국 언론도 한국 사회의 큰 어른이 세상을 떠났다며 정 추기경의 사망 소식을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지난주말 정 추기경의 장례미사에는 방역지침 때문에 성당 안에 들어가지 못한 추모객 1천2백 명이 밖에서 정 추기경을 눈물로 배웅했습니다. 정 추기경의 시신은 용인성직자 묘역에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나란히 안장됐습니다.

정진석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한국 가톨리교회의 두 번째 추기경이었습니다. 두 추기경은 생전에 서울대교구장이었는데요, 한국 가톨릭교회의 서울대교구장은 평양교구장 서리의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이렇게 겸직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두 추기경 모두 북한에서 어렵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신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북한 결핵 환자 돕기 운동과 큰물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에게 긴급구호물자를 보내는 사업에 앞장섰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계속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이 공식 초청한다면 성사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건데요, 자신이 평양 땅을 밟기 전에 먼저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라는 교황의 요구를 북한이 언제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동안 ‘모바일 북한’에서 북한과 한국, 미국의 모바일 기기 사용을 자주 비교했는데요, 종교의 자유만큼은 비교대상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북한에서는 공개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없으니까요. 대신 한국의 상황을 잠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때문에 성당에서도 방역지침을 따라야 했는데요, 신자들도 대면 미사 보다는 주로 화상으로 미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능형 손전화나 판형 컴퓨터, 노트형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편한 시간에 가능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성당에서 올린 미사 녹화영상을 볼 수도 있고, 미사시간에 맞춰서 생중계 방송을 볼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일학교도 화상으로 많이 돌아섰습니다. 학생들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이미 온라인 학교수업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주일학교도 그런 방향으로 변신하고 있는 겁니다. 코로나 사태가 해소되더라도 디저털 미디어 기기를 이용한 수업은 일반 학교나 주일학교에서 계속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지능형 손전화로 편리하게 종교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교구는 자체적으로 지능형 손전화 앱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앱만 있으면 성경 뿐만 아니라 각종 기도문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성가는 합창곡이나 반주만 있는 성가를 골라 들을 수 있습니다. 미사경문과 복음, 독서도 날짜별로 올라와 있습니다. 가톨릭 방송과 뉴스, 각 교구별 소식지도 손전화 하나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가톨릭 사전, 천주교 용어사전, 전례사전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합시켜서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성경쓰기 기능도 있는데요, 성경구절 마다 바로 밑에 입력할 수 있습니다. 두꺼운 공책에 성경을 받아쓰는 건 이미 옛말이 돼버린 겁니다. 한마디로 지능형 손전화만 있으면 가만히 앉아서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물론 인터넷과 와이파이 접속이 원활해야 가능한 얘기이지만, 종교의 자유 만큼은 공기를 들여마시듯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당연히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