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과 손전화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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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뱃돈과 손전화 사진은 영상 통화로 어르신에게 세배하는 어린이들.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세뱃돈과 손전화’입니다.

지난 금요일은 설날이었습니다. 1월1일 양력설에 이어서 음력설에 또 한번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새해 인사를 두 번이나 할 수 있는 넉넉한 인심이 좋습니다. 북한은 1989년부터 음력설을 다시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설연휴를 즐기고 가족이 모여 떡국을 먹습니다. 만두를 많이 먹는 북한의 풍습 때문에 떡국 대신 만둣국을 먹는 집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설날에 먹는 조랑떡과 시루떡도 맛있죠. 어린이들이 예쁜 옷을 차려입고 어른들에게 세배하는 설날 풍습도 남북한이 다를 게 없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남북한의 설 풍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못하게 하다보니 한집에 사는 가족들끼리만 설명절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부모님을 뵈러 고향에 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른바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납니다. 도로 곳곳이 막히고 평소보다 두세배 더 오래 걸려 고향집에 가게 되죠.

하지만 올해는 방역당국의 5인이상 집합금지 명령 때문에 아예 고향집에 가는 걸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집은 형제들이 처자식을 집에 남겨두고 자기들만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뵈었다고 합니다. 다섯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지침을 따르려면 어쩔 수 없었겠죠.

지난해 추석 때처럼 컴퓨터나 지능형 손전화로 설 인사를 나누고 세배도 하는 집들도 많았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화면으로나마 손자손녀들의 재롱을 보고 세배도 받았습니다. 설날 차례도 화상으로 지냈습니다. 컴퓨터나 지능형 손전화 화면으로 보이는 차례상 앞에서 절을 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나타난 겁니다.

코로나는 세뱃돈 문화도 바꿔 놓았습니다. 예년같으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세뱃돈으로 주기 위해서 은행에서 빳빳한 새 지폐로 미리 돈을 바꿉니다. 같은 돈이지만 기왕이면 새 지폐로 주면서 새해를 맞는 기쁨을 더해주고 싶은 어른들의 마음이 묻어납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을 직접 만나서 세뱃돈을 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바일 머니를 이용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손전화와 연계된 은행계좌로 돈을 보낸 거죠. 그동안 ‘모바일 북한’에서 모바일 머니를 여러번 다뤘는데, 기억나시죠? 모바일 머니와 세뱃돈은 중국에서 인연이 더 깊습니다. 춘절, 그러니까 중국의 설날에 세뱃돈을 모바일 머니로 보내기 시작하면서 모바일 머니가 널리 쓰이게 됐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설날 고향집을 찾는 사람들은 보기 어렵습니다. 대신 북한도 손전화가 많이 보급되서 손전화로 가족들끼리 새해 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로 주민들에 대한 이동 통제가 더 엄격해진 상황에서는 화상통화로 세배하는 집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전화돈 전송이 얼마나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전화돈으로 세뱃돈을 주고받을 수도 있겠죠. 북한도 모바일 머니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걸 세뱃돈으로 쓰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손전화 보급률이 20~30%에 머무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손전화 보유율은 99%에 이릅니다. 그러니까 국민 거의 모두가 손전화를 갖고 있다는 얘기죠. 값이 비싼 지능형 손전화의 보유율은 그보다 조금 낮은 93%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손전화 대부분이 지능형 손전화라는 뜻입니다. 노인들도 지능형 손전화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60대의 보유율이 91%이니까 젊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70세 이상은 절반만 지능형 손전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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