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개정 이동통신법 2
2024.10.15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바일 북한’ 김연호입니다.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서 북한의 개정 이동통신법에 대해 더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이 지난 해 3월에 개정한 이동통신법을 보면, 우선 이동통신 말단기, 한국에서는 단말기라고 부르는데요, 이 말단기의 수리와 수매봉사에 대한 규제 조항들이 추가됐습니다. 29조가 수리봉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수리봉사는 전파감독기관으로부터 전파설비 수리봉사 허가증을 발급받은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판매되지 않거나 사용이 중지된 단말기를 수리봉사해서도 안되고, 승인되지 않은 체계 프로그램을 봉사해서도 안됩니다. 북한 당국의 감시와 검열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단말기를 조작하거나 수리, 복구해 주지 말라는 뜻이겠죠.
이동통신 단말기의 수매봉사는 30조에 나와 있습니다. 중앙 체신 지도기관과 해당 기관의 업종승인, 영업허가를 받은 기관, 기업소에서만 수매봉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쓰던 손전화기를 팔고 새 손전화기를 살 때, 손전화기 장사꾼에게 넘기지 말고 북한 당국이 허가한 기관, 기업소에만 팔라는 얘기입니다. 북한에서는 예전부터 손전화기 중고시장이 형성돼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얼마 쓰지 않은 손전화기일수록 비쌀텐데요, 봉사소에서 내려받은 게임 응용 프로그램이 많아도 가격을 높게 쳐준다고 합니다. 장사꾼들에게 손전화기를 팔면 바로 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북한에서 손전화기 중고시장이 발달한 이유일 겁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 동안에는 장사를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새로 손전화기를 사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가지고 있던 손전화기를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현금이 많은 장사꾼들은 이때다 싶어 손전화기를 싸게 사들였을 겁니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사람들은 크게 밑지더라도 손전화기를 팔아야 했을테니까요. 이렇게 사들인 손전화기를 장사꾼들은 더 비싼 값으로 되팔아서 돈을 벌겠죠.
미국에서는 최신 지능형 손전화기를 살 때 그동안 쓰던 손전화기를 판매회사에 넘깁니다. 판매회사가 중고 손전화기 장사꾼 역할도 하는 거죠. 1천 달러 정도 하는 최신 지능형 손전화기를 한번에 현금을 주고 사기는 어려우니까, 2~3년 정도에 걸쳐서 매달 나눠내게 해주는데요, 이마저도 부담스럽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쓰던 손전화기를 넘기면 몇 백 달러 정도 가치를 인정하고 그만큼 최신형 손전화기 값을 깎아 줍니다. 전에는 중고 손전화기의 상태가 좋을 경우에만 값을 쳐주고, 심하게 부서졌거나 작동이 잘 안되는 경우에는 거의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상태에 상관없이 값을 쳐주는 곳이 많습니다. 그만큼 판매회사들 사이의 경쟁이 심해진 거죠.
그런데 북한에서는 왜 중고 손전화기를 장사꾼에게 넘기고 당국의 허가를 받은 기관과 기업소에는 잘 안 넘길까요? 잘 안 넘기니까 개정 이동통신법 30조와 같은 규정이 생겼겠죠. 무엇보다 기관, 기업소에서는 중고품의 가격을 별로 높게 안 쳐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가격만 좋다면 사람들이 굳이 장사꾼들을 찾을 이유가 없죠. 그동안 쓰던 손전화기로 뭘 했는지 당국에 들킬 위험이 없다는 점도 중요할 겁니다.
개정 이동통신법은 이동통신 단말기의 수리와 수매봉사를 법대로 하지 않을 경우 경고, 엄중경고 또는 3개월이하의 무보수 노동, 노동교양 처벌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손전화기를 조작해 주거나 그 봉사를 받던 사람들, 그리고 중고 손전화기를 사고 팔던 사람들 모두 위험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