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삼지연 효과를 누린 혜산시장
2023.10.06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조선족자치현에서 촬영.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잘살아 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 시간에는 북한 삼지연 개발과 혜산시장의 발전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 시간에 함경북도 청진 수남시장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오늘 시간에는 중국과 접경한 양강도 혜산시장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하는데 어떻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북한이 최근까지도 양강도 ‘삼지연시 건설’로 많은 인력과 재원을 삼지연시로 집중을 시키고 있는데요. 이에 덩달아서 양강도 도 소재지 혜산시에 입지한 “혜산시장”도 함께 호황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양강도 혜산시에 입지한 혜산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기자: 우선, 혜산시가 왜 삼지연시의 건설 효과를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우선 삼지연시를 꾸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건설 자재를 비롯해서 많은 물자들이 삼지연시에 집중이 됩니다. 즉, 삼지연시 꾸리기를 위해서는 삼지연시 내부에 있는 재원들이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삼지연시 외부에서 조달된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삼지연시 꾸리기 과제가 전국 각지의 모든 기관·기업소를 비롯해 인민반까지 하달이 됩니다.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 자재들이 삼지연시로 집중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어떤 일이 발생하냐면, 이 건설자재를 서로 횡령하고 또 사고파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거기서 또 돈을 많이 버는 중개인이 생겨날 수 있고, 또 그 자재의 일부가 혜산시 아파트나 인프라 건설 등에 활용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자: 아무래도 전국적으로 삼지연시에 대한 지원이 집중이 되다보니 횡령과 더불어 상행위가 더 많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는군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둘째는 삼지연시를 건설한다고 해서 삼지연시만 꾸리기는 것이 아닙니다. 주변 도시도 함께 같이 꾸려져야 하는데요. 특히 부각되는 것이 교통 인프라인데요. 왜냐하면, 아시다시피 삼지연시는 백두산 근처라서 교통 자체가 매우 불편합니다. 따라서 삼지연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혜산역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물자나 사람들이 이곳을 기점으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삼지연 역이 혜산시 혜산역을 비롯해서 위연역, 보천역까지 모두 연결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위성자료에서 보면, 이 시기가 대북제재가 강화된 2016년, 2017년 전후 시기임에도 삼지연시 꾸리기와 맞물려서 이곳 지역의 역전이나 주변 아파트가 새롭게 건설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바로 삼지연시 꾸리기 효과라고 할 수 있지요. 실제로 이곳 주변 아파트들도 모두 삼지연시 꾸리기를 위해 파견된 돌격대가 나가서 건설을 했습니다.
기자: 그럼 물자뿐만 아니라 건설 인력들, 이른바 돌격대들도 삼지연시로 집중이 될 것이고, 그러면 이들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도 크겠네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아마도 삼지연시보다 더 많은 인력들이 집중될 수도 있습니다. 노동신문에서도 보면 돌격대 10만명이 동원되었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들은 다 자체적으로 또는 해당 시나 공장기업소의 지원에 의해 식량이나 자금 등을 보조받고 오는 경향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공장에서 노동자가 10명이 있는데, 그중 2명이 삼지연 돌격대 나가야 한다면 나머지 나가지 않는 8명이 2명의 식량 등을 책임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자금의 일부가 삼지연시 뿐만 아니라 혜산시의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습니다. 쌀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부식물들을 사먹겠지요. 또 먹고 자고 해야 하고 특히 겨울에는1년 내내 건설을 하는 것이 아니니까 혜산시는 그런 의미에서 양강도의 도 소재지라서 양강도에서 가장 큰 상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삼지연시의 건설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 결국 혜산시 상권은 삼지연시가 살렸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러면 혜산시 시장은 이 기간 동안 확실히 규모가 커졌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구글 위성자료에서 보면, 또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함경북도 청진시의 시장들을 보면, 확실히 최근들어 규모가 확장되고 더 현대적인 시설들이 들어선 모습을 볼 수 있는 반면에, 혜산시의 시장은 2010년 전이나 2022년 현재의 모습이나 같습니다. 모두 재래시장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건물 형태가 발전하지 못했고, 여전히 벽과 위에 지붕만 씌워진 노천 형태의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따라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이용객들이 날씨의 영향을 받아서 이용에 불편을 겪고, 또한 짐 보관소 등 창고도 확충이 되지 못해서 상인들이 매일같이 짐을 이고지고 다녀야 하거나 주변 집들을 창고로 빌려서 써야 하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시장 주변이 변해야 하는데, 위성자료를 보면 오히려 시장 주변의 건물이 늘어나고 또 색깔들이 화려하게 변했습니다.
기자: 이것은 오히려 시장 주변에 많은 상가들이 들어섰다는 의미인가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처음에는 개인 단층집들이 비공식 상점으로 변화했고, 나중에는 공업품 상점, 식료상점 등 기존의 국영 상점망이 실질적인 개인 상점으로 변해갔습니다. 즉, 개인이 기관명의를 걸고, 국가 상점에 일정 정도 돈을 내고(세금이나 비슷하지요) 직접 본인의 자본으로 상점을 꾸리고 물건을 들여와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혹은 개인이 아예 건물을 지어서 상점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주변 건물들에서 상점화가 이루어지다보니 재미있는 점은 공설시장 뿐만 아니라 기존 백화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크고 작은 상점들에서 외국 상품들을 들여다 놓고 파니까 백화점의 차별성이 없어진 것이지요.
기자: 평양을 비롯해서 남포나 청진시 등을 보면 공설시장 내부가 오히려 상점으로 변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러나 혜산시는 외부에 건물들의 상점화가 진행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은이 연구위원: 그 이유는 우선 혜산시가 다른 도시와 달리 북중 접경지역으로서 1990년대 무역을 통해 대규모 개인 및 무역회사 중심의 도매업이 혜산시에서 발달하다 보니 대규모 자본을 움직이는 돈주들이 시장 안에서 상업활동을 하기에는 장소가 턱없이 좁았던 것이지요. 그리고 또한 혜산시장의 입지적 특성상 시 중심부에 있는 관계로 더 이상 외형적으로 확장이 어려운 이유도 있습니다. 즉, 시장을 이제는 다른 곳으로 옮겨야만 확장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결국 북한에서도 장사를 크게 하자면 어쨌든 기관의 명의를 빌려야 한다는 결론에 귀착되는데요. 기관이 그러한 명의를 빌려주고 돈을 받아서 성장하는, 이른바 ‘기관 주도형 자본형성’과정도 눈여겨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 시간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 연구위원: 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