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러시아 기업이 북한 노동력 선호하는 이유
2024.09.13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 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입니다. 오늘은 러시아 기업이 북한인력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연구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북한과 러시아간 정상회담 이후 북러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유엔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로 일하러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습니다. 이에 관련한 자료도 있다고요?
정은이 연구위원: 러시아 연방보안국 최신 이민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에서 6월 기간 동안 러시아에 입국한 북한인이 총 1천 696명을 기록하여 올해 1분기 812명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방문별로는 사업이 가장 많았지만, 이는 향후 북한 노동자의 유치도 증가할 가능성을 높여주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왜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에 증가할 수밖에 없는지, 기업 등 민간 차원에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기자: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라면 중국과는 달리 주로 건설 부문에 많이 파견되어 있는데요. 러시아 기업가들이 북한 노동자를 선호하기 때문에도 수요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북한 노동력의 질이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일이지요. 우리도 개성공단을 운용해 봐서 알 수 있고, 이왕이면 동남아보다는 북한 노동력을 선호하지요.
기자: 그렇다면 북한 노동자를 선호하는 이유가 다 있을 것 같은데요. 특히, 러시아에서 북한 노동자를 선호하는 특별한 이유가 또 있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우선, 러시아에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나와 일을 하고 있는데, 이들과 비교해서 북한 노동자들은 하루 노동 시간이 현저히 길어요. 예를 들어 우즈벡에서 온 노동자들은 아침 8시에 출근해서 11시반까지 일하고 점심을 먹어요. 점심도 11시 반부터 오후 2시까지고 낮잠도 자지요. 그리고 오후 2시부터 다시 일을 시작하면 오후 5시면 벌써 철수를 해요. 이것은 그들 나라의 노동 법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 러시아도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북한 노동자들은 아침 7시에 현장에 나가면 심지어 새벽 1시, 2시까지도 일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중간에 점심시간도 매우 짧구요.
기자: 그렇게 일하면 미국 같은 곳에서는 시간 외 노동이라고 해서 돈을 많이 지불해야 하는데요. 그러나 북한 노동자들이 그러한 초과근무수당을 받는지 모르겠네요. 건설부문에서 일인당 노동자의 하루 노동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공사 기간이 단축되니 사업자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오겠네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그러니 북한 노동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지요. 이 뿐만이 아니에요. 북한 노동자들은 계절적 영향을 받지 않고 일을 하지요. 원래 러시아는 과거 겨울에는 노동을 하지 않게 되어 있어요.
기자: 러시아 극동 지방이 너무 추워서 그런 가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와서 그 규칙을 다 깼지요. 겨울에도 일을 하니까요.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은 겨울에는 일을 할 수 없으니까 본국으로 다 들어가요.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들어가지 않잖아요. 북한 사람들은 국가 납부금부터 내야 하는데, 일이 끊기면 상납해야 할 돈이 누적되어 빚으로 남는 것이지요. 그러니 할 수 없이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쉬지 않고 추운 겨울에도 일을 하는 것이지요. 물론 겨울에는 다른 해외에서 온 노동자들이 다 본국으로 들어가고 러시아에 북한 노동자만 남으니까 그만큼 경쟁해야 할 상대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지요.
기자: 겨울까지도 계속 일을 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사기간도 단축되고, 사업장 흐름도 중단되지 않아서 여러모로 이익이긴 하겠네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겨울에 생산을 못하면 이러한 흐름들이 다 정지되는 상황이고 건설 장비들도 다 놀리는 상황이 되는데, 지속적으로 할 수 있어서 이익이 크겠지요.
기자: 이렇게 되면,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 현지에서도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할 것 같은데요. 그런 가요?
정은이 연구위원: 그렇지도 않습니다. 러시아 사업가들이 북한 노동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북한 측이 어떤 조건이나 단가도 크게 따지지 않고 계약을 한다는 것이지요. 다른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은 자재보장, 작업조건 등을 많이 따지고 요구 조건도 많고, 이러한 조건들이 맞아야만 계약을 진행하는데, 반면에 북한 측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예를 들어 1차적으로 러시아 측이 북한 노동자들의 숙식보장을 다 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별도로 단가 올려줘야 해요. 그렇지만, 북한 사람들은 작업장에 설치한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요. 거기에는 전기, 상수도, 난방 등의 조건도 지키지 않구요.
기자: 왜 그럴까요?
정은이 연구위원: 북한 측 입장에서는 작업대상을 잡지 못하니 그럴 수밖에 없지요. 또 노동자들도 빨리 공사를 시작해서 국가에 납부금도 내고 이윤도 내야 하니까요. 그래서 최하 조건을 제시해도 북한 측은 계약을 할 수밖에 없지요. 특히, 다른 나라의 경우, 아무리 회사와 회사간 계약을 해도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공사가 진척이 될 수 없는데, 북한은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일이 아예 원천 봉쇄가 되는 것이지요.
기자: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의 질은 어떤 가요? 그래도 일을 잘해야 뽑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생산성도 중요하니까요.
정은이 연구위원: 바로 그게 북한 노동자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요. 기본적인 것은 북한 노동자들이 다기능화가 되어 있어요. 즉, 건설이라고 해도 노동자들이 한가지 업종만 하는 데요. 사실 벽돌공이면 벽돌만, 타일이면 타일만, 미장이면 미장만 이렇게 전문화가 다 되어 있는데, 북한 사람들은 두루 두루 다 할 수 있지요. 기초부터 완공까지 다 할 수 있지요. 그러니 건설업자 입장에서는 북한인력을 쓰면 모든 공정이 끊기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것이지요. 기초부터 완성까지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인권의 문제와는 별도로 북한 노동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지요.
기자: 네 러시아 기업들이 다른 나라 노동자들보다 북한 노동력을 더 선호하는 것은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문제는 북한 노동자들에게 응당한 보수가 지급되는지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나누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다른 주제로 찾아 뵙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고맙습니다.
경제와 우리 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