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북한 효자수출 품목- 속눈썹
2024.04.26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은 북한에서 효자 수출항목으로 꼽히는 가발과 속눈썹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셨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얼마전 북한에서 임가공으로 생산되어 중국으로 납품된 속눈썹이 미국의 전자상거래 매체 아마존에서 팔린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북한은 중국에 가발이나 속눈썹 수출이 많았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전통적으로 북한의 수출 주력상품은 석탄, 철광석 등 지하자원과 농수산물이었습니다. 이것은 2005년부터 늘어났는데요. 그러나 2016년 대북 제재로 인해 수출할 수 없게 되자, 복장 임가공 및 수산물 중심으로 북한의 대중 수출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2017년 이후 대북 제재로 인해 수출할 수 없게 되자 그 다음부터 가발이나 속눈썹의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즉, 2017년 이후의 이야기지만 코로나-19 직전에도 눈썹, 가발이 북한의 대중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완화 이후 북중 무역이 재개되면서 북한의 가발 및 속눈썹 수출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중국 해관 총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북한의 가발, 인조 속눈썹의 대중국 수출은 약 7천636만 달러로 액수는 우리 관점에서 보면 크지 않지만, 전년 동기 대비 188배나 증가했고, 무엇보다 이것이 올해 상반기 북한의 대중국 전체 수출액의 56.6%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합니다.
기자: 아,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속눈썹이나 가발 같은 것은 미국이나 남한과 같은 곳에서는 주력산업이 아니고, 조그마한 가게를 차려놓고 파는 악세사리에 불과하거든요. 그런 물건을 팔아서 얼마나 벌까 하는 게 외부의 시각인데, 북중 무역규모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북한의 주력 수출상품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눈섭이나 가발 같은 것은 유엔제재항목이 아니여서 크게 늘어난 것입니까?
정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바꿔 말하면 북한은 제재 이외의 품목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기자: 네, 북한이 유엔제재로 석탄 수출이 막힌 다음 눈썹과 가발 임가공으로 선회했다고 했는데요. 미국에서는 아프리카 계 미국인들이 가발을 많이 사용하거든요. 까만 머리칼이 있는 가발이요. 그리고 속눈썹도 눈에 붙이면서 이에 대한 수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수입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 북한에서 나온 속눈썹과 가발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복장 임가공이 기존의 석탄이나 광물 수출과 어떤 차이가 있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우선 석탄이나 광물 수출은 특정 계층이 독점해왔습니다. 즉, 국가의 허가를 받은 집단만이 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와꾸비’(무역허가비용)를 낼 수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지요. 그리고 부수적으로 나오는 경제적 효과는 운송과정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즉 운송비가 매우 많이 들거든요. 그러면 차량을 소지하거나 움직일 수 있는 집단들이 돈을 벌겠지요. 실제 석탄을 캐는 광부들에게는 식량 정도 제공하는데 그치겠지요. 그거에 비하면 복장 임가공수출은 좀 더 많은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자: 중국과 합작하는 복장 임가공이 오히려 석탄수출이나 광물수출보다는 북한 주민들에게 좀 더 혜택이 돌아갔다는 이야기입니까?
정 연구위원: 네, 우선 복장 임가공을 할 수 있는 수출 피복공장은 북한 전역에 있으니까요. 여기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그나마 식량 배급과 임금을 받습니다. 그러면 말씀드린 대로 그 가족들은 그나마 생계를 이어갈 수 있지요. 그런데 이것도 공장에 나가야만 하지요. 반면에 눈썹이나 가발 임가공은 공장에 나가지 않고도 집에서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복장은 기계가 필요한 반면에 가발이나 눈썹은 크게 기계가 필요 없기 때문에 집에서도 합니다. 그 말은 바꿔 말하면 남녀노소 다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지요. 직장에서 퇴근하고 남성들도 할 수 있고, 집에 있는 노인들도 일을 할 수 있지요. 어쨌든 이것을 통해 일감을 얻고, 돈을 벌면 하루 끼니는 때울 수 있으니까요. 일이 없는 것 보다는 나은 거지요. 물론, 너무 낮은 임금으로 일하기 때문에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 큰 문제지요. 예를 들어 농촌 같은 경우 아이들이 학교도 가지 않고 이러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기자: 그렇다면 가발과 속눈썹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정 연구위원: 복장 임가공은 모든 원부자재가 중국에서 들어가고, 이것을 북한이 인건비만 받고 가공해서 다시 중국으로 내오는 형태지요. 따라서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돈 안들이고 자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나쁠 것도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오히려 장려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기자: 중국에서 복장 임가공 주문이 북한으로 대량으로 들여갔다는 근거는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물론 중국의 해관통계도 통계지만, 북한 전역의 도시는 물론 심지어 군이나 리에도 전문 수출피복공장들이 차려졌습니다. 따라서 농촌 거주자들도 여기 와서 일하고 배급과 임금을 받았습니다. 특히, 다른 공장기업소들은 가동률이 낮아서 배급과 임금이 거의 미비한 수준이었다면 수출 피복공장은 식량 배급은 물론 보너스로 식용유나 설탕, 옷 등을 주기도 했습니다. 어떤 곳은 현금으로도 임금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한 가구당 한명이 이곳에서 일을 하면 그나마 가정은 먹고 살았다고 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그러한 공장들에서 나오는 짜투리 천들도 무시못하겠네요?
정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예를 들어100명이 고용된 공장에서 한달에 2만 벌 정도 주문을 받고 생산한다면 그 짜투리 천이 엄청 나오겠지요? 따라서 실제 짜투리 천으로 만든 복장들이 북한내에서 가공되어 장마당에 나와서 엄청 팔렸고, 오늘날 북한 주민들의 입는 문제에 이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 뿐만 아니라 디자인 등도 영향을 미쳤으니까요. 반면에 가발이나 눈썹 임가공은 규모나 금액 면에서 아직은 많지 않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면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삶의 측면에서 보면, 그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요. 다음 시간에 또 좋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고맙습니다.
경제와 우리 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