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말라가는 메콩강… ‘탈북 루트’ 비상

워싱턴-진민재 chinm@rfa.org
2023.05.25
[스페셜] 말라가는 메콩강… ‘탈북 루트’ 비상 가뭄에 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메콩강. /연합
Photo: RFA

앵커 : 최근 들어 메콩강이 최악의 가뭄 사태를 겪으면서 과거 범람하던 강물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국이 강 상류에 무분별하게 건설한 댐이 원인인데요, 문제는 이 때문에 하류 유역에 사는 주민들 생계가 무너진 건 물론이고, 메콩강을 건너 탈출해야 하는 탈북민들의 신변도 위협받고 있다는 겁니다. 진민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시아의 아마존 강으로 불리는 메콩강. 최근 심각한 물 부족에 강이 바닥까지 드러나면서 동남아시아 최대 강이라는 말이 무색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메콩강 일대를 촬영한 최신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과거 물로 채워졌던 메콩강 하류 유역 강 바닥에 모래톱으로 변형된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폭도 매우 좁아졌습니다. 이 강 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메콩강이 시작되는 상류에서 물을 가두어 둔 큰 저수지가 포착됩니다. 중국이 메가톤급 댐을 건설하고 물을 임의로 가둬 둔 저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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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강 상류에 건설된 댐으로 강폭이 좁아졌다(좌) . 메콩강 하류 지역이 가뭄으로 강바닥 모래톱 지형이 드러났다(우) .

 

중국은 지난 1996년부터 메콩강 상류 일대에 11개의 크고 작은 댐을 우후죽순으로 건설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8개 댐을 더 건설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이 댐들이 메콩강 수류를 막고 있어 2020년 기준, 평균 7미터였던 강 수위가 2미터로 기존 3분의 1 수준도 안 되게 낮아졌고, 또 강폭도 좁아졌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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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3번의 이동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한밤에 7개의 산을 넘어 무사히 제3국에 도착한 탈북자들이 강변에서 건너편 땅을 바라보고 있다. /RFA Photo - 노정민

 

2019년 중국에서 육로를 통해 라오스로 이동한 뒤 메콩강을 건넜던 탈북민 이해연(신변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과거만 해도 메콩강 수위가 높았다고 회상합니다.

 

[이혜연] 제가 오기 2년 전에 건너신 분들 같은 경우에는 가끔 배가 물에  뒤집히는 사고가 있어서 물에 빠진 사람도 있거든요. 그정도로 깊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물이 다 없어지다니. 그렇게 물이 많은 강이…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현재 연간 1억 톤에 달하던 쌀 농사를 짓지 못하는가 하면, 또 다른 생계 수단이었던 어업 역시 어획량이 급감해 생계 자체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메콩강 가뭄으로 위협받고 있는 건 비단 태국 즉 타이, 캄보디아 즉 캄보쟈 등 메콩강 하류 지역 주민들의 생계만은 아닙니다.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메콩강을 건너야 하는 탈북민들에게 메마른 메콩강은 생존을 위협하는 장애물입니다.

 

한국의 탈북민 지원단체인 탈북자 동지회 서재평 국장은 주요 탈북 루트 즉 경로였던 메콩강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발각 위험이 커졌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재평] 양쪽에 브로커들이 경비가 어느 쪽이 약하고 그런 거를 예상해서 빨리 메콩강을 도강하는데 이게 강이 말라버리면 노출되거나 발각될 위험이 많아서 건너는 탈북민에게는 위험이 배로 증가한 것 같아요.

 

중국을 떠나 메콩강을 건너 제3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곤 했던 탈북민들으로선 자유를 눈 앞에 두고 큰 장애물을 만난 셈입니다.

 

현재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민 이해연 씨의 기억 속 메콩강은 칠흑 같은 어둠 속 생사를 건 빠른 탈출 루트입니다.

 

[이해연] 배타면 빠르잖아요. 건너오는 시간이 빠른데 물이 적다 보면 배가 안 띄워질 수 있으면 걸어서 오든 강을 깡으로 건너야 하는 상황이 오면 거리가 되잖아요. 걸어서 오고 그러면 더 힘들 것 같은데요? (건너는 시간을) 길게 오면 아무래도 발각될 수 있는 그런 요인이 될 수도 있으니까…

 

물살 따라 보트를 타고 건너면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말라버린 강바닥을 걸어 이동할 경우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 시간적 부담도 커지지만, 무엇보다 1시간을 걸어서 국경을 넘을 경우 발각될 위험도 높아져 심적 부담도 덩달아 커집니다. 

 

메콩강 일대에서 직접 탈북자 구출활동을 펴왔던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의 지철호 구출팀장은 구출활동이 더 어렵게 됐다고 걱정했습니다.

 

[지철호] 과거에는 그냥 강이라는 하나의 크게 봤을 때 세 개 나라 국경이였잖아요. 이전에 배를 타고 다닐 때는 여러 목적으로 그 강을 이용하던 다른 나라 사람도 많았잖아요. 근데 이제 그 강이 말라가면 공산권 국가 같은 경우에는 뭍이 드러나면 국경 경계에 대한 부분이 강화될 거거든요. 거기에 어떤 검문소를 만들 수도 있고 하니까…

 

이런 가운데 동남아시아 각국의 생존이 걸린 메콩강 상류에 댐을 설치한 중국에 대해 비판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분위기 역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워싱턴 DC에서는 중국 댐 건설이 메콩강 유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콘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관련 전문가들은 메콩강을 덮친 가뭄 원인으로 중국이 설치한 댐을 지목하고 현재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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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당시 메콩강의 모습. /RFA Photo - 노정민

 

 

[현장음] 댐이 집중적으로 들어선 3S(세콩, 시산, 스레폭) 강 중 하나로 베트남에서 시작하여 캄보디아를 통과하는 시산 강이 최근 마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류 지역에 위치한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메콩강의 갑작스런 수위 하락 또는 상승 시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댐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국경을 초월한 국가 간 협력과 관리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반면 중국을 지탄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서재평] 메콩강은 굉장히 여러 나라를 경유하는 물줄기고 미얀마 태국 라오스 마지막엔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에 있는 나라들은 거의 다 메콩강을 이용하는데 중국 쪽에서 무분별하게 댐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하류에 있는 동남아의 모든 국가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는 중국이 무책임하고 자기 잇속만 채우는 타 국가에 대한 배려심이 너무 없는 아주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행위죠.

 

지난 3월 말에는 미 상원이 동남아시아 메콩강 보호를 촉구하는 결의안까지 발의했습니다.

 

서재평 탈북자 동지회 국장은 이미 탈북자들이 말라버린 메콩강 탓에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사례가 들려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재평] 제가 이건 확인한 건 아닌데 3월인가 4월에 탈출 과정에 곤명이라는 중국 국경도시까지는 잘 갔고 강을 건너는 과정에 국경 경비한테 잡혀서 감옥에 잡혀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3명 인가? 그만큼 최근에 메콩강을 건너는 사람한테는 메콩강 수위가 말라버린 게 굉장히 위험성이 높아진 경우죠.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자 수는 2011년까지 연간 2~3천 명 수준이었으나 김정은 집권 직후인 2012년부터 연 1천명 대로 급감한 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인 2020년 229명, 2021년 63명에 그쳤습니다. 로버타 코언 북한인권위원회 명예 공동의장은 지난 18일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가 67명에 불과하다고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초,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본격적으로 엔데믹 즉 풍토병화에 접어들면서 북한 역시 조만간 중국과 국경을 다시 개방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3년 간 뜸했던 탈북 행렬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탈북의 사실상 최종 관문이자 주요 탈북 루트인 메콩강 하류가 강바닥을 드러내면서 탈북자들과 탈북 구출단체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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