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좌석배치로 중국 공산당 3인자 자오러지 모욕?

By 庄敬, Asia Fact Check Lab
2024.04.29
김정은, 좌석배치로 중국 공산당 3인자 자오러지 모욕? 김정은, 좌석배치로 중국 공산당 3인자 자오러지 모욕했다?
Photo: RFA

평결: 증거부족

 

중국의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최근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과 회담한 사진이 공개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사진에는 커다란 타원형 탁자 한쪽에 김 총비서가 홀로 앉아 있고, 반대편에는 자오 일행이 않아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일부 평론가들은 소셜 미디어에 이러한 좌석 배치가 마치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고, 이는 자오러지를 모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평과 댓글은 여러 중국의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인용, 보도되며 널리 유포됐다.

 

하지만 과거 김정은 총비서가 중국, 러시아 등 여러 나라 고위급 관리들과 자리했을 당시에도 비슷한 좌석 배치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아시아팩트체크랩(Asia Fact Check Lab)이 해당 주제로 북한 전문가 2명과 인터뷰한 결과, 두 사람 모두 이번에 방북한 자오러지 상무위원장이 높은 수준의 대우를 받았으며 굴욕이라고 보기엔 섣부르다는 견해를 밝혔다.

 

수상한 좌석 배치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최근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만났다. 이 회담에서 찍힌 한 장의 사진이 논란이 되었는데, 김 총비서는 타원형 탁자 한쪽에 혼자 앉아 있었고, 다른 한쪽 끝에는 자오러지를 비롯한 9명의 관리들이 앉아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잘 알려진 일부 논평가들이 게시글을(포스트 1,포스트 2) 통해 자오러지를 포함한 '국가 고위 간부들'이 김정은 앞에서 '상급자에게 상황을 보고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게시글에서는 이런 자리 배치가 자오러지를 심각하게 모욕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자오러지를 냉대한 것이 명백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러한 평가는 ‘뉴토크뉴스'(Newtalk新聞), '희망의소리'(希望之聲), '신당인'(新唐人) 등의 매체를 통해 인용 보도됐고, 'Yahoo!뉴스', ‘라인 투데이’(Line Today)등에서도 재생산됐다.

 

2.jpg
‘뉴톡뉴스’, ‘희망의 소리’ 등의 매체들은 소셜미디어에 게재된 관련 논평들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노동당 총비서와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 상무위원장과의 간 회담의 이례적인 좌석 배치에 대해 중국 대표단을 의도적으로 홀대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사진출처: 뉴톡뉴스, ‘희망의소리 공식홈페이지)

 

김정은과 자오러지 대표단 간의 회담 사진에서 나타난 의전 수준, 특히 좌석 배치를 김정은 총비서가 과거 중국, 러시아 등의 외국 고위 관리들을 만났던 자료들을 비교 분석했다.

 

자오러지의 전임자인 리잔수도 2018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 만났다. 당시 공개된 영상과 사진을 보면 여기서도 김정은 총비서는 한쪽에 홀로 앉고, 맞은편에는 리잔수를 비롯한 관계자 5명이 맞은편에 앉는다.

 

이와 유사한 다른 사례로는 2018 5월 김정은 총비서가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한 것, 2023 7월에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인 리홍중과 러시아 국방장관 세르게이 쇼이구, 지난 10월에는 러시아 외교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와의 회담 등이 있다. 이들 모든 회담에서 김정은은 큰 테이블의 한쪽에 혼자 앉았으며, 반대편에는 복수의 외국 대표단 관계자들이 자리한 점 등, 이와 같은 좌석 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3.jpg
과거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중국, 러시아 대표단을 접견할 때도 큰 테이블 한쪽에 홀로 앉아 외국 관계자들을 마주보는 일이 잦았다. (사진출처: CCTV, 로이터, 주북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타원형 탁자

 

아시아팩트체크랩은 김정은 총비서가 다른 나라의 고위급 인사들을 접견한 장소에서 예전에는 주로 직사각형 테이블을 사용했는데, 이번 중국 자오러지 대표단과의 회담에서는 타원형 탁자였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외교적 관점에서도 타원형 테이블을 사용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 지난 2018 '남북정상회담' 당시 한국은 양측을 더욱 가깝게 하고 솔직한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특별히 타원형 테이블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중국 외교부 공식홈페이지에 게재된 의전 지식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페이지에 회담을 위한 좌석 배치부문에서는 양자 회의는 일반적으로 직사각형 또는 타원형 테이블을 사용하며 손님과 호스트는 서로 마주 앉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4.png

5.png

중국 외교부 공식사이트 ‘회의, 회담’ (‘’)개제 내용 

 

전문가들 정상적인 좌석 배치

 

아시아팩크체크랩(AFCL)은 북한 정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에게 김정은과 자오러지의 회의 및 좌석 배치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물었다.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교수는 이러한 좌석 배치를 북한과 중국 관계의 친밀함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하며, 이것은 더 자유로운 대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한 김정은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 지도자가 혼자서 9명의 중국 고위 관리들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이어 김정은이 자오러지를 모욕할 이유가 없으며, 실제로 그가 자오러지를 모욕하고 싶었다면 아예 만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의 린치하오 연구원은 과거 김정은 총비서가 중앙당사에서 중국 리잔수 대표단을 혼자서 맞이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며, 최근 몇 년간 김 총비서가 혼자 외빈을 맞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오러지 일행이 평양에 도착해 받은 일련의 환영과 접대는 전임 리잔수 대표단의 방북 이후 드물게 높은 수준이라고 해석했다.

 

번역∙정리: 한덕인 에디터: 박정우

 

RFA AFCL(Asia Fact Check Lab) 오늘날의 복잡한 미디어 환경에서 허위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우리는 시사 문제와 공공 문제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높이고 심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사실 확인, 미디어 관찰, 심층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저희 콘텐츠가 마음에 드신다면 Facebook , Instagram  X 에서 팔로우하실 수도 있습니다 .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