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불법환적 현장을 가다] ② 중국 군함의 밀착마크

동중국해-박재우 parkja@rfa.org
2024.07.25
[북 불법환적 현장을 가다]  ② 중국 군함의 밀착마크 몬트리올함 함교에서 선원이 밖을 정찰하고 있다. 몬트리올함은 지난 3일 동중국해로 진입했다.
/RFA PHOTO

7월 3일 오후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감시하는 ‘네온작전’을 수행 중인 캐나다 몬트리올함이 서해와 제주도를 지나 동중국해에 진입했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와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불법 해상활동은 주로 이곳 동중국해에서 벌어집니다.

 

오후 7시, 동중국해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각. 갑판에서 저 멀리 중국 군함 소브레메니급 구축함(Sovremenny-Class Destroyer)이 포착됐습니다.

 

해당 함선의 모습이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모습은 자유아시아방송(RFA) 카메라에도 담겼습니다.

3일 동중국해에 캐나다 몬트리올함이 들어서자 중국 군함 소브레메니급 구축함이 나타났다. /RFA 영상


다음 날 아침 오전 7시.

 

[기상 방송] 좋은 아침입니다. 몬트리올. 다른 군함이 근접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선원들은 갑판에서 개인 전자 장치를 소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침 기상을 알리는 동시에 하루 일과와 주의사항을 알리는 선내방송의 일부입니다. 근처에 다른 나라 함정이 있으니 갑판 위에서 개인 전자기기 소지를 삼가하란 주의사항이었습니다.

 

공격자가 근처에 접근해 노출된 선원 개인 기기를 활용, 선박 시스템을 해킹하는 선박해킹의 우려 때문인데, 이 경고는 중국 군함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트래비스 베인 함장은 이날 중국 전함이 ‘네온작전’을 수행 중인 몬트리올함을 따라오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베인 함장] 동중국해와 서해에서 활동했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온 수많은 군함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지역에서 한국 군함, 중국 군함을 보았습니다. 예상대로 이 해역들은 순찰이 많이 되어있고, 이 지역에서 다른 군함들을 볼 거라 예상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모든 선원의 안전을 위해 일정한 조치를 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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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호위함 트롬프함 주위로 중국 전투기가 기동했을 당시 모습이다. /네덜란드 국방부 X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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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불법환적 현장을 가다 ①] 캐나다 호위함·헬기의 입체작전

호주 정찰기, 대북제재 감시 중 중국 전투기서 조명탄 요격

 

중국 위협에 캐나다 해군용납할 수 없어

 

역내 동맹국과 파트너국들은 해당 지역에서 대북제재 위반이 의심되는 행위자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지만 최근까지 중국의 방해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호주(즉, 오스트랄리아) 정부의 대북제재 감시 임무인 ‘아르고스 작전’ 수행 중 호주 헬기 앞에 중국 전투기가 나타나 섬광탄을 발사해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다음 달인 6월 대북 제재 이행 활동을 돕기 위해 순찰 중이던 네덜란드 군함에도 중국 전투기 두 대가 다가와 여러 차례 선회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동중국해에서 네온작전을 펼치고 있는 캐나다 정찰기에 인민해방군 전투기가 5m 이내로 초근접 비행해 여러 차례 조명탄을 발사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캐나다 해군의 일원인 베인 함장은 당시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베인 함장] 오타와함의 헬리콥터와 정찰기에서 일어난 일인데, 우리 캐나다는 외교적 수단을 사용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네온작전에서는 이와 같은 위협적인 행동은 없었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전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인 함장] 이번 작전에선 안전하지 않거나 전문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우리의 군 지휘계통을 통해 보고할 것이고, 그 후에 그들은 필요에 따라 정부에 보고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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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함 선함 내부의 모습. 몬트리올함의 높이는 6층 크기이고, 넓이는 축구장 크기 1.2배 만하다. 200여명의 선원들이 탑승해있다. /RFA Photo

 

해당 지역 갈등은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

 

이번 작전에서도 중국 함정의 위협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나, 궂은 날씨와 가시거리 확보 어려움 등으로 인해 선박간 근접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중국은 이 같은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감시 활동을 방해해왔습니다.

 

아울러 2024년 3월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고 위반자를 조사하는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의 전문가 패널의 승인 여부를 묻는 표결에서 중국은 기권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러시아의 거부권과 중국의 기권으로 전문가 패널은 해체됐습니다.

 

다만, 이러한 해상 활동으로 중국이 북한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기보다는, 중국과 자유 국가들 간의 해양 갈등을 북한이 활용하고 있단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며, 미국 등 자유 국가들의 '항해의 자유'를 저해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에서 해상 전문가로 활동했던 닐 와츠 전 위원은 7월 17일 RFA와 통화에서 이 상황은 북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 국제 질서가 어떤 당사국에 의해 도전을 받고 있을 때는 항상 북한에 유리합니다. 그래서 북한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활동하는 주요 국가들 사이의 긴장을 이용할 수 있고, 그런 방식으로 보통 제한된 화물을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상대국들이 적대적인 행위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국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화물을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트래비스 베인 함장이 동중국해상에 있는 측방함교에서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베인 함장의 모습. /RFA 영상

 

중국 정부는 유엔의 대북제재 감시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샤오강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 군함의 활동에 대해 “침략과 도발을 감행했다”며 “네덜란드 측은 유엔의 임무를 수행한다고 거짓 주장을 하고 다른 나라의 관할 하에 있는 해상과 영공에 병력을 과시하여 긴장을 조성하고 양국 간의 우호관계를 훼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은 다른 나라의 군이 자국 국경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비판하고 있지만, 유엔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국가들은 국제법에 따라 허용된 곳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베인 함장은 이같은 중국의 주장에 대해 “(한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베인 함장] 우리는 이 지역의 국제질서에 기초한 규칙을 지키고, 모든 국가가 합의한 그리고 따라야 할 규칙들을 따르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최근(5월) 러시아의 거부권과 중국의 기권으로 유엔 대북제재 위원회가 해체됐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에 따라 불법 석유 환적을 억제하고 제재 위반 의심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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